
엔/달러 환율이 29일 한때 160엔을 수직 돌파했다.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오전 한때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선을 넘어선 것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1월 저점인 140.68엔에서 160엔대까지 넉 달 만에 13% 넘게 급등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달러당 158엔대 전반에서 움직이다가 오전 10시30분쯤 한 때 160엔선을 넘어섰다. 그러다가 오후 1시쯤부터 약 한 시간에 걸쳐 4엔 넘게 떨어지며 155엔 초반까지 하락했다. 교도통신은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는 엔화 약세가 기조적인 물가상승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며 "당분간은 완화적인 금융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상당 기간 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내비쳤다. 이후 지난 주말 엔/달러 환율은 156엔, 157엔, 158엔을 차례로 넘어선 데 이어 월요일 개장과 동시에 160엔도 돌파했다.
일본 통화당국은 그동안 가파른 엔/달러 환율 오름세에 대해 "과도하다"는 구두 개입을 해왔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시기가 연말로 늦춰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자 글로벌 달러 강세장에 실제로 개입하는 데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문제는 급속한 엔저가 우리나라 원/달러 환율에도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 등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에 원/달러 환율은 일단 급등세를 멈췄지만, 엔저와의 동조화로 원화가치도 동반 하락하는 '데킬라 효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7원 오른 1,379.0원에 거래를 시작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국내에서 외식업 등 생활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민생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