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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24) 고슴도치와 여우의 '투자 성과표'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24) 고슴도치와 여우의 '투자 성과표'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webmaster@econotelling.com
  • 승인 2024.04.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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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서도 공부 많이하고 민첩한 여우형이 승리할 것 같지만 그 반대
전문가가 쪽박을 차는 곳이 주식시장…우둔한 '고슴도치형' 투자가 우위
단순함이 투자에 '유리'…기복 심한 장세서 장기투자해야 한다는 메시지

강을 건너던 여우 한 마리가 깊은 도랑에 빠졌습니다. 여우는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쳐 보았으나 허사였습니다. 기진맥진해 꼼짝도 못하는 그의 몸에는 거머리까지 달라붙었습니다. 때마침 그곳을 지나던 고슴도치가 여우를 발견했습니다. 고슴도치는 온몸에 가시가 돋아 거머리가 달라붙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고슴도치는 여우를 측은히 여겨 자기가 거머리라도 떼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우는 완강히 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슴도치가 물었습니다. "왜 안된다는 거요?" 여우가 대답했습니다. "이것들은 이미 배불리 먹었을 것이다. 더 이상 많은 피를 빨아먹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만약 이 거머리들을 떼어 버린다면 굶주린 또 다른 거머리가 와 내 남은 피를 모두 빨아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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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이 투자에서 승리한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몸 둘레에 가시가 돋은 고슴도치는 거머리로부터 공격 당할 일이 없지만 여우의 꾀는 자신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고슴도치는 한가지만 깊이 팔 줄만 알았지 여우처럼 여러 가지를 두루 짚을 줄 모르니까요. 만약 여우가 거머리를 죽여버린다면 여전히 굶주린 다른 거머리들이 나타날 것이고 그들은 계속해서 여우를 괴롭힐 것입니다. 그렇다면 꾀많은 여우와 우직한 고슴도치가 싸운다면 늘 이길까요?

◇여우 VS 고슴도치= 여우는 민첩하고 교활합니다. 반면 고슴도치는 촌스럽고 우둔하기까지 합니다. 여우가 확실한 승자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우가 공격하면 고슴도치는 몸을 돌돌 말아 공처럼 변신합니다. 온몸에는 작고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 있습니다. 여우는 공격을 멈출 수 밖에 없습니다. 여우가 훨씬 꾀가 많음에도 이기는 건 고슴도치라고 합니다.

영국의 정치사상가 이사야 빌린은 1953년 작성한 논문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사람들을 두가지 기본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여우형은 여러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며 세상의 복잡한 면면을 두루 살핍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생각을 하나의 통합적인 개념이나 통일된 비전으로 만들지 못하는 약점이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세익스피어 같은 인물이 여우형입니다.

이에 반해 고슴도치형은 세상이 제아무리 복잡해도 모든 과제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순화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부합하지 않는 것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본질적인 것만 몰두하고 나머지는 무시해버립니다. 프로이트나 아인슈타인이 이에 해당합니다.

주식투자 같이 복잡한 게임에서는 공부도 많이 하고 다양한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여우형이 승리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가라는 사람도 쪽박을 차는 곳이 주식시장입니다. 단순하고 엉덩이가 무거운 고슴도치형이 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둘기와 대학생이 투자게임을 벌인 결과 비둘기의 수익률이 나았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지난 2008년 미국 증시에선 여우형과 고슴도치형 투자 고수 사이에 투자게임이 벌어졌습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와 헤지펀드인 프로티즈 파트너스 창립자 테드 세이즈가 10년 후 누구의 투자수익률이 나은지 가리는 게임을 한 겁니다. 각각 판돈 32만 달러를 걸고 승자가 지정한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투자대상으로 버핏은 인덱스펀드를, 세이즈는 5개의 헤지펀드를 골랐습니다. 인덱스 펀드는 힘들게 개별종목을 분석하지 않고, 종합지수에 포함된 종목 전체를 시가총액에 비례해 그냥 사버립니다. 고슴도치형 투자행태입니다.

이 펀드의 핵심은 시장 평균 만큼의 수익률을 얻는 데 있습니다. 인덱스 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은 시장을 통째로 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그만큼 펀드매니저가 딱히 운용에 고민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지급되는 보수도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헤지펀드는 여우형으로 막대한 비용과 우수한 인력을 투입해 시장보다 우수한 성과를 낼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면서 단기 매매를 위주로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 세기의 대결은 발표되자마자 격한 논쟁을 불렀습니다. 화려한 개인기의 헤지펀드가 인덱스 펀드보다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초기엔 헤지펀드가 앞서 나갔습니다. 내기가 시작된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증시가 죽을 쑨 해였죠. 1년 동안 수익률이 버핏은 마이너스 37%, 세이즈는 마이너스 24%로 세이즈의 손실폭이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버핏은 여유 만만했습니다. 버핏의 인덱스 펀드는 그 후 몇 년 동안 꾸준히 좋은 실적을 보이며, 내기 5년 차에 접어들자 드디어 프로티즈를 따라잡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017년 12월 말까지 인덱스 펀드는 연평균 7.1%의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세이즈의 헤지펀드는 연평균 2.2%였습니다. 결국 10년간의 세기의 투자 게임은 버핏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워렌 버핏은 펀드매니저와 원숭이 중 누가 투자를 잘하는지 실험도 했습니다. 펀드매니저는 수많은 정보를 취합해 과학적인 기법으로 종목을 골랐지만, 원숭이는 다트를 던져 종목을 선정했습니다. 오랜 기간 수차례에 걸쳐 진행된 실험에서 원숭이는 펀드매니저를 압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버핏은 투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개인이 종목을 선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시장을 이길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덱스 펀드가 수 백만 명에 달하는 미국 개인 투자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아내에게 남긴 유언장에서도 기부하고 남는 유산의 90%를 뱅가드 그룹의 인덱스 펀드에 넣으라고 강조했습니다.

버핏의 생각은 세계적인 펀드회사 미국의 회사 뱅가드 그룹 창립자인 존 보글의 생각과 맞닿아 있습니다. 보글은 인덱스 펀드가 액티브 펀드를 이긴다고 주장하며 일반 투자자는 저비용 인덱스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글은 왜 단순한 인덱스 펀드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이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낸다고 믿을까요?

존 보글은 이들 펀드를 고슴도치와 여우에 비유했습니다. 즉, 단순한 고슴도치는 인덱스 펀드를, 여우는 똑똑하고 수완이 풍부한 매니저가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를 상징한다고 했습니다. 액티브 펀드매니저는 시장을 이기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사용합니다. 그들은 정교한 리서치와 데이터에 접근해 종목을 선택합니다. 또 대규모 애널리스트팀을 고용해 기업과 산업들을 심도있게 연구합니다. 일부 펀드는 아이비리그 박사학위, 공인재무분석사(CFA)자격증을 보유한 애널리스트를 채용하기도 합니다.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은 방대한 정보와 기술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보글의 눈으론 이들은 여우에 해당합니다. 반면 단순한 인덱스 펀드는 고슴도치를 닮았습니다. 인텍스 펀드는 단순함이 강점입니다. 광범위한 시장지수를 반영하는 주식 포트폴리오를 소유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수수료를 제외하고 시장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위험 앞에서 몸을 공처럼 만들어 방어하는 고슴도치를 닮았습니다.

◇'고슴도치' 인덱스펀드의 승리= 여러 분석 자료는 인덱스 펀드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액티브 펀드를 능가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부 액티브 펀드가 가끔 시장을 이기긴하지만 지속성이 부족합니다. 시장을 이기려면 다른 시장 참여자들보다 정보 우위에 있어야 합니다. 현실은 그러한 우위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장은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그 변화를 활용하는 전략이 등장합니다. 한해 시장을 이긴 펀드가 그 다음해 성과가 저조한 경우가 많은 건 그래서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액티브 펀드는 인덱스 펀드보다 상당히 높은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액티브 펀드의 경우 운용보수가 연간 1%를 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인넥스 펀드는 0.03% 이하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수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순수익률에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비용이 줄면 기대수익이 왜 높아지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죠. 20살에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 매년 8%의 수익률을 얻는다고 해보죠. 그의 50년 뒤 자산은 약 47배 증가할 것입니다. 만약 액티브펀드라면 수수료 비용 1.5%를 감안할 때 자산은 약 23배 증가에 그칩니다. 수익의 절반은 액티브 펀드매니저에게 갔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수익이 나면 펀드가입자와 펀드매니저가 절반씩 나누지만 손실이 나면 가입자가 모두 떠앉는 구조입니다.

액티브 펀드는 시장의 변화에 따른 일관되지 않은 성과라는 역풍도 맞습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데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반면 인덱스펀드는 매년 최소 비용을 차감한 시장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립니다. 10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슴도치는 단순함과 낮은 비용 덕에 여우를 이길 수 있었습니다.

버핏과 보글의 사례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단순함이 투자에서 승리한다는 겁니다. 일반 투자자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해 비용을 최소화하며 기복이 심한 장세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문가가 운용하는 화려한 액티브펀드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가들이 내거는 과대광고와 수익률 약속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고슴도치가 여우를 이긴다는 신념을 가지고 시간과 복리를 이용하면 일반 투자자도 꾸준히 자산을 늘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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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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