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02:20 (수)
[김성희의 역사갈피] 성형외과 수술의 발자취
[김성희의 역사갈피] 성형외과 수술의 발자취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4.04.0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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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기록된 첫 성형수술은 기원전 1500년경 인도에서 시행
잘린 '코 재건'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힌두교 서사시에 나와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 후 매독의 성행 … 뭉개진 코 수술 늘어
이탈리아 한 교수는 코 만들어주며 떼 돈 벌어 귀족반열에 올라
성형수술은 16세기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성형외과가 인기란다. 피부과를 희망하는 의사는 밤에 찾아오는 응급환자가 없고, 절대 죽지 않고, 절대 낫지 않아서 택한다는 오래된 우스개가 있지만 성형외과 선택 이유도 그리 다르지 않겠다 싶다.

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가 기상천외한 외과 수술의 역사를 살핀 『기발해서 더 놀라운 의학의 역사』(리처드 홀링엄 지음, 지식서가)는 그야말로 흥미로운 외과 수술의 민낯을 보여주는데 여기에는 당연히 성형수술도 다뤄졌다.

책에 따르면 역사에 기록된 첫 성형수술은 기원전 1500년경 인도에서 시행되었다. 수르파나카라는 요부가 약혼자가 있는 젊은 왕자를 유혹하려다 그 죗값으로 코를 잘렸는데 재건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힌두교 서사시 '라마야나'에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성형수술은 16세기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당시 볼로냐에선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들여온 매독이 성행했다. 매독의 후유증 중 하나가 신체 외양이 망가지는 것이었는데 코가 뭉개지기도 했던 모양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가스파레 타글리아코치라는 볼로냐 의과대학 교수였다.

타글리아코치는 해부 실연을 지휘할 특권을 누렸던 당대 최고의 외과의사였다. 그러니 그가 상류층의 수요가 컸던 코 재건에 나선 것은 당연했다. 그는 '인도식 수술법'을 벗어나 팔을 절개해서 피부 조각을 떼어낸 다음 이를 얼굴에 꿰매 붙여 코를 '만드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그런데 당시 의술 수준으로는 마취도 하지 않아야 했고, 감염을 피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이식한 피부에 혈류가 통하지 않아 발생하는 괴사(壞死)를 막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어쨌든 타글리아코치는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극복해낼 수 있었던 모양인데 그의 시술법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피부 조각을 떼어낸 팔을 코의 두 구멍 부분에 붙여 놓아 혈류가 원활하게 흐르도록 한 수술법이다. 문제는 코 재건술을 받은 환자가 2주 동안 팔과 얼굴을 붙인 채 있어야 하는 점이었는데 타글리아코치는 가죽 코르셋과 헬멧으로 구성된 특수한 헤드기어를 사용해 이런 난점을 해결했다고 한다.

코가 문드러진 매독 환자를 대상으로 한 타글리아코치의 '조비술(造鼻術)'은 꽤나 인기가 있었는지 그는 대학에서 받는 봉급 외에 개업의로서도 상당한 수입을 올렸으며 귀족의 지위에 오르기도 했다. 1597년에는 재건외과에 관한 첫 저서를 내기도 했단다. 그러나 사후에는 인간의 얼굴을 수정하는 것은 마술을 써서 신의 뜻을 거슬린 것이란 이유로 종교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니 생전에 돈과 명예를 누렸던 타글리아코치도 뒤끝은 좋지 않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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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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