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효성 이끌며 섬유소재의 글로벌네트워크 구축
민간기업 첫 기술연구소 설립하고 전경련 회장도 맡아
학자 타입의 총수로 바른 처신으로 '재계의 신사' 세평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조 명예회장은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장남 조현준 효성 회장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조 명예회장은 학자타입의 재계총수이면서 바른 처신으로 '재계의 신사'라는 평을 얻었다고 한다. 기술을 중시해 민간기업의 연구소를 처음으로 설립하는 등 한국의 섬유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 놓은 데 앞장섰다.
1935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조 명예회장은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일본 와세다대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화공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효성이 그룹 초기에 섬유 중심의 시업을 일궈나가는데 이론적 뒷받침을 했다.
실제로 조 명예회장은 대학교수로 강단에 서기를 원했다고 한다. 1966년 박사 과정을 준비하던 중 부친의 부름을 받고 귀국, 효성물산에 입사해 조 창업주와 그룹 일을 도왔다. 동양나일론 울산공장 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효성그룹 성장의 기틀을 놓았다. 1982년 회장 취임 이후 35년간 그룹을 이끌며 조 명예회장은 효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효성은 전 세계 50여개 제조·판매 법인과 30여개 무역법인·사무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그룹 경영뿐 아니라 재계을 대변했다, 2007∼2011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아 재계와 정부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에도 앞장섰다.
2017년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 명예회장은 최근 건강이 악화해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인 조현준 회장과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 부회장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는 5일간 효성그룹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다음 달 2일 오전 8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