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03:55 (화)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28) 미니스커트의 역사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28) 미니스커트의 역사
  •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 mksongmk@naver.com
  • 승인 2024.03.2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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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여성들은 남녀 평등과 여성 해방운동에 열 올려
독특한 개성에 무릎위까지 올라온 짧은치마 입고 춤추며 자유연애 즐겨
메리 퀀트, 1960년대 패션산업에 불 붙여 … 최근 미니멀리즘 추이 촉각

올봄 패션 트랜드가 '미니멀리즘' 이라며 봄 패션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최소한의''minimal'과 '주의''-ism'이 합쳐져 만들진 최소(最小)주의다. 사물의 본질적인 내용만을 드러내는 사회철학 또는 문화·예술적 사조다.

패션계의 미니멀리즘은 옷의 길이를 짧게 하고 장식을 최소화하여 간편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미니멀리즘이 본격 등장한 것은 1960년대다. 이 시기는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가 안정되며 삶의 질이 높아진 변곡점이었다. 또한 산업사회가 도래하며 바빠진 일상에 적응하느라 과거의 거추장스럽고 복잡한 옷이 아닌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패션이 요구됐었다. 뿐만 아니라 대량생산 체제 아래 기성복이 발달한 시기였고, 이 같은 시대적 요구에 딱 맞는 스타일이 바로 '미니'였다.

2024 S/S  패션 트랜드 Minimal. 사진=2024 S/S Fashion Collection/이코노텔링그래픽팀.
2024 S/S 패션 트랜드 Minimal. 사진=2024 S/S Fashion Collection/이코노텔링그래픽팀.

1964년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꾸레주와 영국 패션 디자이너 메리 퀀트가 자신들의 패션쇼에서 무릎 위까지 짧아진 '미니스커트'를 선보였다. 스커트 길이가 짧아짐은 물론 장식적인 요소도 극도로 절제한 심플한 스타일로 미니멀리즘을 웅변적으로 표현했다.

이를 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미니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미니가 시대적 요구를 적중했기 때문이었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은 물론 아시아 동쪽 고요한 나라, 코리아 방방곡곡까지 미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실 여성복에서 미니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20년대였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여성들은 남녀평등과 여성해방운동에 열을 올렸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라디오가 등장하면서 대중문화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 환경에서 남성처럼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이 등장하였다.

이른바 '플래퍼(flapper)'들이었다. 이들은 독특한 개성과 활동적인 성향으로 무릎 위까지 올라온 짧은 치마를 입고 춤추며 자유연애를 즐겼다. 그러나 이런 유행은 1929년부터 시작된 세계대경제공항에 밀려 곧 끝내야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귀해지자 여성들은 가정으로 돌아가야 했고, 짧았던 스커트는 다시 발목을 덮는 긴 길이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플래퍼는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패쇄적이었던 우리 사회에서는 극히 일부 신여성들이 이를 따랐고, 패션보다 품행이 나쁜 여성을 표현하는 용어로 상당 기간 사용되었다.

치마 길이는 더욱 더 짧아져갔고, 짧아진 스커트는 불티나게 수출되었다. 전통을 중시하던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메리 퀀트의 가위질이 성공하였다는 것도 주목되는 현상이지만, 영국은 그 공로로 메리 퀀트에게 1966년 훈장까지 수여했다. 그러나 이 미니 열풍도 1973년 10월부터 '석유파동'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워지자 막을 내렸다. 그리고 스커트 길이는 다시 길어져 '맥시 스타일'이 유행하였다.

이처럼 경제 상황에 따라 치마의 길이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자 '경제가 좋아지면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고, 경제가 나빠지면 스커트 기장이 길어진다'는 속설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틀린 이론은 아니지만, 반드시 맞는 것도 아니다. 그 근거로 경제적 여건이 가장 나빴던 1940년대 세계 2차대전 와중에도 여성들의 스커트 길이가 짧아졌었다. 이때는 물자가 귀해 치마를 짧게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제 상황에 따라 거세게 움직이던 패션 유행의 흐름은 1970년대 맥시 스타일을 끝으로 그 이후부터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와 관계없이 짧거나 긴 스타일이 혼용되고 있다. 어떤 유행도 1960년대처럼 강풍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이는 일반인들의 패션에 대한 안목이 높아졌고, 각자의 개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유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패션산업을 일으킨 공로로 훈장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유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올봄 패션에서 나타나고 있는 미니멀리즘역시 아쉽지만 개성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패션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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