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0% 대학 졸업생이 하위 20%보다 최대 50% 임금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과도한 임금 격차가 대학입시 경쟁을 부추기고 저출생·지역 불균형 현상을 초래한다고 국책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했다.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연구부원장)은 KDI가 27일 발간한 'KDI 포커스: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대기업(250인 이상)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OECD 32개국 중 최하위다.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중소기업 강국인 독일도 41%였고, 스웨덴(44%), 영국(46%), 프랑스(47%), 미국(58%)도 한국보다 높았다.
통계청 조사에서 300인 이상 사업체의 일자리 비중은 2021년 기준 전체 종사자의 13.8%, 임금근로자의 18.4%였다. 10인 미만 사업체의 일자리 비중은 전체 종사자의 45.6%, 임금근로자의 30.7%에 이르렀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도 컸다. 2022년 5∼9인 사업체의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에 불과했다. 100∼299인 사업체의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71% 수준이었다.
연구는 대기업 일자리가 부족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로 먼저 대학입시 경쟁을 꼽았다. 상위권 대학 졸업생과 하위권 대학 졸업생 간 임금격차가 크기 때문에 대입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연구는 4년제 대학을 수능성적에 따라 5개 분위로 나눈 뒤 1분위(하위 20%)부터 5분위(상위 20%) 대학 졸업생의 평균임금을 연령대별로 계산했다. 그 결과 1분위 대비 5분위의 임금 프리미엄은 20대 후반(25∼29세)에 25%, 30대 초반(30∼34세)에 34%, 30대 후반(35∼39세)에 46%로 점차 커졌다.
1분위 대비 5분위의 임금 프리미엄은 40대 초반(40∼44세)에서 51%로 정점을 찍었다. 1분위가 평균 임금 5000만원을 받을 때 5분위는 그 1.5배인 7500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후 은퇴 시기와 맞물리면서 1분위 대비 5분위의 임금 프리미엄은 45∼49세에 33%, 50∼54세에 10%, 55∼59세에 1%로 낮아졌다.
KDI 연구 결과 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임금뿐 아니라 정규직 취업, 대기업 취업, 장기근속 등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소기업에선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등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출생도 대기업 일자리의 부족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고영선 부원장은 "수도권 집중 현상도 결국 비수도권에 대기업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 적합 업종제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의 정책과 대기업 경제력 집중 관련 정책을 재검토할 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