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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잭슨 美대통령의 '편견'
[김성희의 역사갈피]잭슨 美대통령의 '편견'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4.01.2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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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농민 위한 정치를 펴 서민적이란 호평 받았지만 관직을 사고파는 엽관제도 도입
상원의원 시절 잭슨이 워싱턴에 머물 때의 하숙집 여주인 '페기'를 끼고 돌아 내각 붕괴
현직 부통령 부인이 주동해 페기를 따돌렸다고 판단해 후임 '대통령 꿈'꾸던 '캘혼'내쳐
미국의 제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은 미국 정치에 관직을 사고파는 엽관제도를 도입했다는 비판을 받는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미국의 제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재임 1829~1837)은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전쟁영웅 출신인 잭슨은 노동자 농민을 위한 정치를 펴 이른바 '잭슨 민주주의'를 구현한 미국 최초의 서민적 대통령이란 호평과 함께 미국 정치에 관직을 사고파는 엽관제도를 도입했다는 비판을 받는 복합적 정치인이다.

그런 잭슨의 정권을 뒤흔든 게 '이튼 말라리아'다. 이는 테네시 주 상원의원이던 잭슨이 워싱턴에 머물 때 하숙을 하던 집의 주인 마가렛 페기 이튼을 지나치게 끼고 돌아 내각이 붕괴되고 후임 대통령이 바뀐 사태를 일컫는다.

페기 이튼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인이었다. 첫 남편 존 팀벌레이크와 이혼하기 전에 테네시 상원의원 존 이튼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도덕성 시비가 일었고, 워싱턴 정가 사람들은 페기가 경솔하고 고집스러우며 당시의 전통적 여인상을 벗어났다고 쑥덕댔다. 게다가 잭슨 대통령은 페기의 남편 존 이튼을 전쟁성 장관으로 임명했는데 이튼 부부에 대한 공격은 대통령의 역할을 약화시키려는 음모라고 간주한 잭슨은 워싱턴의 왕따가 된 페기 이튼 옹호를 위해 아주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잭슨 대통령은 페기를 비방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녀를 보호할 증거를 수집하며 고집스레 버티는 사람들은 회유와 협박을 통해 구슬렀다. 그러나 그의 이런 노력은 페기에 관한 험담을 더욱 키울 뿐이었으니 "이튼 여사를 정직한 사람으로 만드는 기적을 일으키라고 잭슨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아닌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에 잭슨은 페기와 어울리려 하지 않는 각료들을 해임하려 했는데 재무장관 사무엘 인감은 "대통령이 나와 내 가족들이 누구와 사귀어야 하는지 지정할 수는 없다"며 페기와의 화합을 거부했다. 결국 페기에 대한 비호감을 표시한 인감과 해군성 장관 존 브랜치, 법무장관 존 베리엔을 해임하기에 이른다. 이런 사태를 두고 "한 여자의 말로 국무위원들이 해임되고, 국가의 관심이 그 여성의 앞치마 끈에 달려 있었던 루이 16세의 상황"이라 비아냥거리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그 후유증은 컸으니 후계자도 달라졌다. 존 캘혼 부통령의 부인이 주동해서 페기를 따돌렸다고 판단한 잭슨은 캘혼을 불신임하고 미워했으니 후임 대통령을 꿈꾸던 캘혼은 결국 부통령직을 사임하고 상원의원으로 돌아갔다. 반면 때로는 '붉은 여우'라고 불리기도 했던 국무장관 마틴 밴 뷰렌은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이튼 여사를 지지한 결과 짭짤한 보상을 받았다. 캘혼의 후임으로 부통령에 임명되어 1837년 후임 대통령이 되었다. 이처럼 2년 동안 잭슨 행정부를 병들게 하고 대권 구도까지 바꿨으니 '이튼 말라리아'란 말이 나온 것이 지나치지 않다.

이건 워싱턴포스트의 편집장이 미국 역대 대통령들과 일부 측근들이 저지른 추문을 모아 펴낸 『스캔들! 스캔들!』(마이클 파쿠하 지음, 다산미디어)에 나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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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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