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5 18:50 (화)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26) 불멸의 패션산업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26) 불멸의 패션산업
  •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 mksongmk@naver.com
  • 승인 2024.01.1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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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약 1조 7000억 달러 규모의 5대 산업 중 하나로, 지구촌 국내총생산( GDP )의 2% 차지해
英 찰스 프레드릭 워스,19세기 중반 프랑스 파리서 '바느질' 넘어 '패션 디자이너' 용어 첫 사용
우리나라의 패션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8.2% 신장한 47조910억원 … '세계 14위'의 패션 대국

시대를 막론하고 옷을 어떻게 입느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옷은 인간의 정체성을 나타냄은 물론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로서 경제, 문화, 예술, 환경 그리고 역사를 비추며,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패션산업은 약 1조700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5대 산업 중 하나로, 지구촌 국내총생산(GDP)의 2%를 차지한다. 세계 인구 67억명이 옷을 입고 살아가니 패션이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패션산업을 태동시키는 데 디딤돌을 놓은 인물로 영국인 찰스 프레드릭 워스 (Charles Frederick Worth)가 있다. 그는 1825년 영국 링컨셔에서 도박에 빠져 지내는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실직하자 열셋 어린 나이에 여성용 옷감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20살인 1845년, 뜻을 품고 영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디자이너로 명성을 쌓았다. 1858년에는 자신의 회사를 열고 '바느질쟁이' 대신 예술가인 '패션 디자이너' 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상류층 여성을 위한 패션을 펼쳐갔다. 특별히 나폴레옹 3세의 황제비 유제니의 전속 디자이너로 발탁되면서 유럽 왕실과 미국 상류사회에까지 명성을 떨쳤다.

세계적으로 패션산업은 약 1조700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5대 산업 중 하나로, 지구촌 국내총생산(GDP)의 2%를 차지한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워스의 등장 이전까지 파리의 패션은 '바느질 품'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옷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져온 옷감으로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던 시기였다.

디자인이나 디자이너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워스는 스스로 디자인을 했고, 옷에 최초로 자신의 브랜드 네임을 박아 넣었다.

나아가 계절에 맞춰 한두 달 정도 앞서 패션쇼를 열고 고객들에게 자신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것이 세계 패션쇼의 시작이며, 현대 오트 쿠튀르 산업의 기반이 되었다.

'오뜨 꾸뛰르'란 프랑스어로 '높은, 상류의'라는 뜻을 가진 Haute와 '바느질, 의상점'을 의미하는 Couture의 조합어다. 1868년에 시작되어 1911년 '파리 고급 의상 조합'으로 조직화되었다.

이 조합원들이 1년에 두 차례(1월, 7월) 파리에서 패션쇼를 개최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예나 지금이나 오트 쿠튀르 조합원이 되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조합원은 반드시 창조적인 디자인의 옷을 연 2회 발표해야 하고, 옷을 만드는 곳은 파리여야 하며, 15명 이상의 최고 장인과 전속 모델을 갖춰야 했다. 대표적으로 샤넬, 크리스찬 디오르, 이브 생 로랭 수준의 디자이너들이 그 조합원들이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산업사회로의 변화는 패션에서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체제를 요구했다. 왕실이나 부자를 위한 고급 맞춤 의상이 아닌, 일반 사람들이 쉽게 사 입을 수 있는 '기성복'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시대가 온 것이다. 패션산업도 고급 맞춤복인 오뜨 꾸뛰르로부터 프레타포르테(Prêt-à-porter 즉, 기성복 Ready-to-Wear) 시대로 변화해야 했다.

가격이 너무 비싼 데다 디자인도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독특해 일반인 정서와는 동떨어진 오트 쿠튀르 대신, 기성복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1970년대부터는 좀 더 질 높은 '고급 기성복'이라는 의미의 프레타포르테 산업이 활기를 띠었다.

오늘날에도 디자이너가 그들의 작품을 오뜨 꾸뛰르 무대에 올리기는 쉽지 않으나, 프레타포르테 무대(패션 위크라 칭하기도 함)는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파리, 뉴욕, 밀라노, 런던의 세계 4대 패션위크(기성복 쇼) 패션쇼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에서도 열리고 있다.

이 무대를 통하여 세계의 바이어들이 작품을 사고 제품화하며 오늘의 패션산업을 일군다. 물론 여전히 오뜨 꾸뛰르는 세계 패션계를 제압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예술 세계를 옷을 통해 표출하면서 기성복 산업, 아니 오늘의 패션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패션시장에서 대략 14위를 차지하는 패션산업 대국이다. 한국 패션 소비시장 빅데이터 2023 연감에 따르면 2022년 한국 패션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8.2% 신장한 47조 910억원으로 산출되었다. 2023년과 2024년 패션시장 규모는 각각 49조5000억원, 51조3000억으로 전년 대비 5.2%, 3.5% 성장하리란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집 콕 시대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2024년 패션산업의 희망적인 출발이 기쁘기만 하진 않다. 섬유패션 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10%를 쏟아내고, 해양 미세 플라스틱 배출량의 20~35%, 그리고 살충제 사용량의 10~25%를 배출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구의 존폐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소득이 높아지면, 사람들의 패션에 대한 욕구가 무한해진다는 견해도 있다. 아마도 옷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다. 패션이 지구의 멸망에 영향을 끼칠지언정 패션산업은 결코 망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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