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기준 한국 90%,GCC 76% 관세를 철폐… 에너지 안보도 기대

한국이 28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6개국 협력기구인 걸프협력이사회(GCC)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했다. 오일 머니 기반의 GCC 시장과 FTA 체결에 합의함으로써 자동차·방위산업 기업 등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에너지 자원 확보 기반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에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GCC 사무총장이 장관회담을 열어 한-GCC FTA 협상 최종 타결을 확인하는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GCC FTA가 발효되면 품목 수 기준 한국은 89.9%의 관세를, GCC는 76.4%의 관세를 철폐한다. GCC는 여기에 더해 4.1% 상품의 관세를 감축한다. 구체적으로 GCC 국가는 내연기관 자동차(5∼20년), 자동차 부품(10∼20년), 기계류(즉시∼20년), 무기류(즉시∼20년)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붙이던 5% 관세를 최장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무기류는 로켓 발사기, 미사일, 탄약, 포, 전차·장갑차 등 대부분 제품의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세계 무기 수입 상위 10개국 중 사우디가 2위, 카타르가 3위로 중동 국가들의 방산 수요가 큰 만큼 관세 철폐를 계기로 K-방산의 중동 수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수출 유망 품목도 다수 관세 철폐 대상에 포함됐다. 소고기, 인삼류, 조미김 등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돼 한류 열기 속 인기가 높은 K-푸드의 중동 수출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부·눈 메이크업 제품 등 화장품과 의약품, 의료용 기기도 관세 철폐 대상이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3% 관세, 15년 철폐)·액화석유가스(LPG·3% 관세, 5년 철폐), 중유·벙커C유 등 일부 석유제품(3∼8% 관세, 10∼15년 철폐), 알루미늄 제품(1∼8% 관세, 즉시∼15년 철폐) 등 GCC의 주력 수출품에 붙이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줄여 없앤다.
다만 양측 간 양허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장 수입이 많은 원유는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의 전체 수입액 중 10.2%를 차지하는 나프타는 FTA 발효 즉시 0.5%의 관세를 절반으로 줄인다.
한국의 지난해 GCC 수입액 923억달러 중 대부분인 97%가 석유, 천연가스, 알루미늄 등 에너지 및 자원 품목이다. 에너지 안보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GCC와 FTA를 체결해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GCC 농·축·수산물 중에서는 대추야자, 홍차 등 국내 생산이 없는 품목 관세를 철폐해 국내 시장 영향을 최소화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GCC 주요국의 영화·비디오 배급 서비스, 의료 서비스 등이 한국에 개방된다. 업무 목적의 GCC 국가 입국 및 체류 조건도 개선한다.
2008년 시작된 한-GCC FTA 협상은 2010년 중단된 뒤 진전이 없다가 12년 만인 지난해 재개됐다. 올해 한국과 GCC 주요국 간 정상외교를 계기로 당국 간 협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최종 타결로 이어졌다.
한-GCC FT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25번째 FTA다. 지난해 기준 GCC 6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9위 규모다. 한-GCC 간 교역액은 1026억달러로 중국, 아세안,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한국의 5번째 교역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