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7:40 (월)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33) '무임승차' 직원?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33) '무임승차' 직원?
  • 권능오 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3.12.29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봉제 취지(?)는 일 잘한 사람의 연봉 올려 주는 것보다 '무임 승차자' 연봉 삭감
회사는 하는 일 없는 듯 보이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 내는 직원, 오락부장도 필요
직원들의 잡담은 회사의 생산성을 20% 올리고 직원의 만족감을 10% 올린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근로자는 월급날이 멀게만 느껴지지만 경영자는 그날이 매일 다가오는 공포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경영자는 직원 중에 회사 성과에 연봉만큼 기여하지 못하는 이른바 "무임승차자(free rider)"의 존재에 항상 신경을 쓴다.

회사의 모든 인사관리 시스템이 이런 무임승차자 방지에 있다. 개인성과에 관계없이 누구나 월급이 매년 올라가던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급여체계를 바꾼 진짜 목적도 "일 잘한 사람의 연봉을 올려주겠다"가 아니라 "무임승차자의 연봉을 깍겠다"는 취지이다.

연봉제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하루 8시간을 오직 업무에만 전념하도록 "불필요한 회의 축소", "집중근무시간제"를 만든 것도 그런 노력들이다. 그런데 이런 회사의 노력이 과연 100% 가능하고 또 소망스러운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첫째, 2:8의 법칙이다.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파레토(Pareto)는 유럽 국가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어느 나라나 인구의 20%가 부의 80%를 보유하는 부의 불평등한 상황이 있음을 발견했다. 또 파레토는 개미들의 습성을 연구하다가 전체 개미 중 20%만이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의 개미는 움직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다음 열심히 일하는 무리들만 따로 분리해서 다시 관찰을 했는데, 열심히 일했던 무리에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소수만이 일하고 대부분은 다시 놀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조직 내에는 항상 무임승차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뒤 많은 과학자들이 2:8의 법칙을 심화시키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일본학자 나카타 히테요모는 개인도 업무 하나를 하는데 있어 시간 중 20%는 집중적으로, 60%는 대강대강, 20%는 휴식에 할애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둘째, 업무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리드타임(lead time)의 존재이다. 리드타임은 원래 생산업무에서 나온 개념으로 상품의 주문일시와 인도일시 사이에 필요한 시간을 말한다. 그 안에는 기획공정, 원재료를 주문하여 창고에 입고되는 기간, 제품생산기간, 제품이 완성되어 완제품 창고에 입고되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데, 이런 리드타임은 생산업무뿐 아니라 영업, 관리 등 모든 회사업무에 존재한다. 일이 주어지면 회의부터 열고 업무분장을 하고 다시 회의를 하고...이런 "불필요해 보이는 시간"을 처음부터 줄이기 위해 경영자는 조직슬림화, 의사결정권한의 내부위임(이른바 전결규정)등의 방법을 써서 리드타임을 줄이나 그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셋째, 직원들이 생수통 근처에 모여 잡담을 함으로써 직원 간의 연대감을 높이고 업무아이디어도 교환한다는 워터쿨러효과(watercooler effect)의 존재다. 이 효과를 발견한 벤자민 외버에 따르면 직원들의 잡담은 오히려 회사의 생산성을 20% 올리고 직원의 만족감을 10% 올린다고 한다. 따라서 "직원들이 커피나 마시면서 잡담하느라 타이트하게 일하지 않는다"고 노여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그런 유휴시간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임을 인식해야 한다.

사람들이 모인 회사의 조직 메카니즘은 "1+1=2"다는 식의 기계적이고 산술적인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정답이 있다면 경영자는 조직관리 고민을 할 필요도 없고, 그저 경영학책에서 가르치는 대로만 하면 어느 회사나 망하지 않고 성공했을 것이다. 회사는 연말 송년회 때 오락부장 할 사람도 필요하고, 평소에는 하는 일이 없는 듯 보이지만 불쑥 번뜩이는 사업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직원들도 필요하고, "선산을 지키는 굽은 소나무"처럼 회사의 역사와 문화를 꿰며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지 않도록 지도해 줄 고참 직원도 필요한 곳이다.

---------------------------------------------------

권능오 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