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8:20 (화)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16) 좋은 일과 나쁜 일---머피의 법칙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16) 좋은 일과 나쁜 일---머피의 법칙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sms085@naver.com
  • 승인 2023.12.2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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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문제와 실패에 대비 하는 방법을 배우게해 위험 관리와 계획 수립에 도움
실수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방법 가르쳐 … 실수의 원인과 결과 분석해 유사한 일 방지

나쁜 일은 좋은 일의 힘이 약하다는 걸 알고 그 뒤를 따라다니면서 훼방을 놓았습니다. 좋은 일은 나쁜 일을 떼어놓고 혼자 다니고 싶었지요. 왜냐하면 좋은 일이 있는 곳에서는 웃음이 넘치고 활기가 있었지만 나쁜 일이 나타나 방해를 하면 사람들이 울상을 짓기 때입니다. 좋은 일은 사람들이 항상 웃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나쁜 일 때문에 울상을 짓는 사람들을 보면 몹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좋은 일은 나쁜 일에게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넌 왜 자꾸만 내 뒤를 쫓아다니는 거야? 네가 없으면 사람들이 항상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너 때문에 모두 슬퍼하잖아."

"그건 내 맘이야. 넌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 좋아 보이겠지만 난 찡그린 얼굴이 훨씬 더 좋아." 나쁜 일은 좋은 일을 비웃으면서 계속 말했습니다.

"게다가 나 혼자 가서 사람들을 곯려 주는 것보다 네 뒤를 따라다니면서 웃다가 우는 사람들을 보면 더 재미가 있거든."

좋은 일은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나쁜 일이 쫓아다니는 것을 막을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하늘에 있는 제우스 신을 찾아가 의논하기로 했어요. "제우스 신이여, 나쁜 일이 내 뒤를 쫓아다니지 않고 좋은 일만 생길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빌었습니다. 좋은 일의 말을 듣고 난 제우스 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 보아라. 좋은 일 너만 이곳 하늘에 숨어 있다가 나쁜 일 몰래 사람들을 찾아가거라." 제우스 신의 말을 듣고 좋은 일은 나쁜 일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을 하늘에서 보고 있다가 나쁜 일이 다른 곳에 신경을 쓸 때 살며시 사람들을 찾아가서 웃음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가까이 살고 있는 나쁜 일을 자주 만나게 되었지만 하늘에서 살고 있는 좋은 일은 가끔씩 만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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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은 단순히 비관적인 세상관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문제와 위험에 대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며, 어려움을 견디는 능력을 키우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네잎 클로바를 만나기 어려운 것처럼 행운은 잡힐 듯하면서 잘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운은 어찌된 영문인지 밥 먹듯이 반복됩니다.

이는 불행에는 민감하고 행복엔 둔감한 인간의 본성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은 욕심이 문제입니다. 욕심이 과하다 보니 어지간한 행운에 만족하지 못하고 조그만 불안엔 안달합니다.

이솝은 인간은 행복보다는 불행의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나쁜 일만 기억하다 보면 점점 더 불행해지고 될 일도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나만 불행하다?= 매일 지하철로 출근하다가 그날 따라 택시를 탔는데 교통이 막혀 지각하거나, 열심히 시험 공부를 했지만 자신이 보지 않은 곳에서 문제가 출제돼 당황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대 앞에 설 때마다 내 줄은 항상 길게 서 있습니다. 식탁에서 잼을 바른 빵을 먹다가 떨어뜨렸는데, 그럴 때마다 잼바른 쪽이 바닥을 향합니다. 주식시장에서 내가 사면 주가가 떨어지고 팔면 오르고 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처럼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일수록 더 잘 일어납니다. '머피의 법칙'입니다. '우연히'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비유한 말이지요. 여기서 주목되는 단어는 '우연'과 '반복'입니다. 우연이 어떻게 반복될 수 있을까요? 우연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고 필연입니다. 하지만 필연엔 합리성이 있습니다. 우연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지요. 머피의 법칙은 우연의 장난인 셈입니다. 인간의 인지능력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데, 어쨌든 행동의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그 행동이란 비합리적이어서 피해가 따릅니다. 사람은 자신이 당황했거나 손해를 본 경험은 머릿속에 오래 남게 되고,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을 높게 매기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머피의 법칙은 그냥 재수 없는 현상으로 치부되기 보다는 심리적이거나 통계적으로 또는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가령, 슈퍼마켓에 가면 여러 개의 계산대가 있습니다. 우리는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이 가장 빨리 줄어들 것 같은 곳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왜 꼭 내가 계산하려고 선 곳은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 않는 걸까요? 확률을 직접 구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슈퍼마켓에 3개의 계산대가 있고, 그 중 하나의 계산대에 줄을 섰다고 가정해 보죠. 계산대가 3개 있으므로, 내가 선 줄이 가장 빨리 줄어들 확률은 3분의 1입니다.

반면, 나머지 줄이 빨리 줄어들 확률은 3분의 2입니다. 내가 선 줄이 가장 빨리 줄어들 확률의 2배입니다. 확률 값은 계산대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그 차이가 더 커집니다. 만약 계산대의 개수를 N이라고 하면, 내가 선 곳의 줄이 가장 빨리 줄어들 확률은 N분의 1이고, 나머지 줄이 빨리 줄어들 확률은 (N−1)/N으로 (N-1)배 커지는 것입니다. 계산대의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내가 선 곳의 줄이 가장 먼저 줄어들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뜻입니다. 확률 값을 비교해 보면, 내가 서지 않은 줄이 빨리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입니다.

빵을 먹다 보면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버터를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져 먹을 수도 없게 됩니다. 통계적으로 버터 바른 쪽으로 떨어질 확률이 반이고, 버터가 안 발린 쪽으로 떨어질 확률이 반입니다. 분명히 버터를 바른 쪽으로 빵이 바닥에 떨어질 확률은 50%입니다. 얼핏 보면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여기엔 함정이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빵이 땅에 떨어지는 경우는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상황에서 벌어집니다. 불과 1m 높이도 안 되는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이 꼭 절반의 확률로 떨어질 정도로 충분히 공중에서 회전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접시에서 떨어지면서 충분히 회전을 못하고 버터 바른 면이 뒤집힌 채 그대로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무조건 확률 50%라고 우긴긴 힘듭니다.

보통 식탁 위에서 떨어뜨린 토스트는 바닥에 닿을 때까지 몇 바퀴 회전하는지 알면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중력과 식탁의 높이를 고려해 실제로 계산해 보면, 대략 반 바퀴 돌고 바닥에 닿는다고 합니다. 잼을 바른 토스트는 약 반 바퀴를 회전하고 떨어져, 잼 바른 쪽이 바닥에 닿도록 떨어진다는 것이죠. 영국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로버트 매튜는 토스트를 무려 9821번 식탁 위에서 떨어뜨려 보았습니다. 그 결과, 6101번이나 잼 바른 쪽이 바닥에 닿도록 떨어졌습니다. 잼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질 확률이 62.1%로, 우연에 의한 확률인 50%보다 크게 나온 것입니다.

◇왜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지?= 주식시장도 머피의 법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입니다. 주식투자로 수익을 남기려면 쌀 때 사서 비싸게 팔면 됩니다. 이론적으론 아주 간단한 구조이지요.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행동은 오히려 거꾸로입니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팝니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내가 주식을 사면 주가가 내리고 팔면 오른다'는 푸념이 나옵니다. 전문가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선 피하기 힘든 운명입니다. 투자자들이 머피의 법칙 함정에 빠지는 이유를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주식 값이 싼 것은 공급자가 수요자보다 많을 때입니다. 그러나 팔려는 사람이 넘쳐나 주가가 쌀 때 매수에 나서는 강심장은 흔치 않습니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는 건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많을 때인데, 그제서야 시장에 뛰어들어 비싸게 사들입니다. 그러나 그때는 주가가 오를 대로 올라 내릴 일만 남은 상황입니다. '내가 사면 내리고 내가 팔면 오른다'고 한숨짓는 투자자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식으로 투자를 하면 백전백패입니다. 투자 고수는 절대로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면서 폭락장에서 매입 기회를 엿보고 급등장에서 매매 차익을 실현하고 시장을 빠져나옵니다.

머피의 법칙은 미국 에드워드 공군기지에 근무하던 에드워 머피 대위가 1949년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당시 미공군에서는 조종사에게 전극봉을 이용해 가속된 신체가 갑자기 정지될 때의 신체 상태를 측정하는 급감속 실험을 하였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나중에 조사해 보니 조종사들에게 쓰인 전극봉의 한 쪽 끝이 잘못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는 한 기술자가 배선을 제대로 연결하지 않아 생긴 사소한 실수 때문이었습니다. 전극봉을 설계한 머피는 이를 보고 "어떤 일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그 가운데 한 가지 방법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면 누군가가 꼭 그 방법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잘못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되기 마련'이란 이야기입니다.

굉장히 비관주의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렇게 단정짓기보다 머피가 이러한 말을 한 이유를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못될 수 있는 원인이 있다면 그 일은 잘못되거나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원인을 잡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즉, 어떤 일을 하거나 대상을 바라볼 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위험요소를 미리 제거하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머피의 법칙'은 단순히 비관적인 시선이 아니라, 리스크를 어떻게 찾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머피의 법칙을 활용한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초창기 우주 개발 사업에서 툭하면 대형사고가 터져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NASA는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의 회피'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위험요인 제거에 나섰습니다. 그랬더니 그렇게 빈발했던 사고가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우주 왕복선이 임무를 마치고 플로리다 케네디센터에 착륙하려 할 때, 만약 기후조건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면 착륙 지점을 에드워드 공군기지로 바꾸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우주왕복선을 특수 항공기에 태워서 다시 플로리다로 옮겨야 하고 이 비용이 1억5000만달러나 들었습니다. 만약 작은 사고 가능성이라고 무시하고 착륙을 시도하다가 최악의 사태가 발발하면 1억5000만 달러보다 몇 백배 더 들 것입니다.

머피의 법칙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유익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 법칙을 통해 우리는 예상치 못한 문제와 실패에 대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것은 위험 관리와 계획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 가능한 모든 문제와 위험 요소를 고려하여 비상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그럴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대응할 수 있으며,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머피의 법칙은 또 우리가 실수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그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 미래의 유사한 상황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에게 인내심과 견디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일상 생활에서나 직장에서든지 어려움과 실패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침착하게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아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경각심을 가지고 삶과 일을 대하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준비와 계획이 필요함을 깨닫게 해줍니다. 결국 머피의 법칙은 단순히 비관적인 세상관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문제와 위험에 대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며, 어려움을 견디는 능력을 키우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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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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