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전면 무료급식,대학입학 정원제 폐지 등 파격적 제안도

반값 아파트 이외에도 정 회장이 내놓은 공약에는 지금 봐도 파격적인 내용이 많았다.
'경부고속도로 복층화'도 획기적인 공약이었다. 박정희 대통령과 의기투합해서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앞장섰던 정주영이다. 정치권의 반대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뚫고 기적을 이뤄낸 그가 내놓은 공약이었다. 엄청난 물류 이동과 자가용의 증가로 이미 경부고속도로는 포화상태였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복층 고속도로'아이디어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게 정주영의 생각이라면 가능할 수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더 파격적이고 재미있는 공약은 '재벌 해체'다. 재벌의 아이콘인 정 회장이 재벌 해체를 주장한 자체가 파격적이다. 물론 지금 진보 진영에서 생각하는 재벌 해체와는 결이 다르다. 다분히 경제인이 정치까지 말아먹으려고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공약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회장은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이 국가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도 매우 파격적인 공약이었다. 지금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현실에서 보면 30년 전의 이 공약이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정 회장은 당시 『시사저널』이 주최한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헌법에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있는 만큼 종북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공산당도 합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외에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전면 무료급식, 대학 입학 정원제 폐지, 여성부 설립 및 여성할당제 실시 등의 공약은 시대를 앞서 간 공약이었다.
만일 그때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이 됐으면 과연 이런 공약들이 지켜졌을까. 개인적으로는 공약의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적어도 외환 위기라는 국가적 재앙만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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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대한일보와 합동 통신사를 거쳐 중앙일보 체육부장, 부국장을 역임했다. 1984년 LA 올림픽, 86 서울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90 베이징아시안게임,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체육기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삼성 스포츠단 상무와 명지대 체육부장 등 계속 체육계에서 일했다. 고려대 체육언론인회 회장과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