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투자 등 내수 부문이 둔화하고 있다는 국책 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이 나왔다. 다만, 내수 둔화에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은 서서히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7일 내놓은 '12월 경제동향'에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했다"며 "내수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서서히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가 경제동향에서 '내수 둔화'를 언급한 것은 올 3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최근 경제동향에서 고금리․고물가가 소비와 투자를 제약할 가능성을 언급해오다가 이번에는 내수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KDI는 소비가 상품과 서비스 부문에서 감소 내지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부진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10월에 1년 전보다 4.4% 감소해 9월(-2.0%)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서비스업 생산은 0.8% 늘어 전월(2.1%)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소비재 재고가 7.6% 늘어나고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넉 달 연속 하락하면서 소비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설비투자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0월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9.7% 줄어 9월(-5.6%)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KDI는 "반도체 경기가 반등했으나, 반도체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아 관련 설비투자를 제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내수 부진으로 물가 상승세도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1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3% 올라 전월(3.8%)보다 상승세가 둔화했다. 고금리 상황에서 자동차·가구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9월에 배럴당 평균 93.3달러, 10월 89.8달러, 11월 83.6달러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에 6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5개월 만에 7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KDI는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 부진 완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1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7.8% 늘며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12.9% 늘며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