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규모 유수의 섬유업체 제처 '기업육성 자금' 융자 특전 누려
기름때 작업복 차림의 우직한 최종건 사장 지켜 본 장관 흡족한 표정

닭표 안감은 여세를 몰아 1955년 10월 개최된 해방 10주년 기념 산업박람회 인조견 부문에 출품해 상공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중소기업에 불과한 선경직물이 국내 유수의 섬유 업체와 겨루어 이룬 엄청난 성과였다. 이후 닭표 안감은 더 큰 반향을 일으켰고, 선경직물은 점차 동대문시장뿐 아니라 전국 직물업계에서도 명성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최종건은 제3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제3공장은 그간의 재건이 아닌 신설이어서 건축비와 직기 구입까지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최종건은 산업박람회 수상 특전인 산업은행의 기업육성자금을 융자받아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좋은 아이디어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고, 좋은 제품은 새롭게 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 준다."
그러나 융자받는 과정은 간단치 않아 서류를 제출하고도 좀처럼 반가운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대신 기회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찾아왔다. 1956년 초 김일환 상공부 장관이 선경직물 공장을 불시에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기름때 묻은 손에 작업복 차림의 우직한 최종건 사장의 모습, 깨끗하게 정돈된 공장 내부,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기계들을 본 장관은 왜 선경직물이 산업박람회에서 수상했는지 알 것 같았다.

장관의 흐뭇한 발걸음은 큰 위력을 발휘했다. 불과 보름 만에 상공부의 외환 배정과 산업은행의 기업육성자금에 동시에 선정되는 행운이 찾아왔다.
이에 최종건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남보다 먼저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신념으로 과감히 제3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최종건은 결심이 서면 머뭇거리거나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멈추는 법이 없었다. 브레이크 없는 과감하고 저돌적인 추진력. 그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그만의 저력이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