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23:15 (화)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⑭ 아전인수에 빠진 나귀와 개…'확증편향의 함정'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⑭ 아전인수에 빠진 나귀와 개…'확증편향의 함정'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sms085@naver.com
  • 승인 2023.11.30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신의 신념이나 이익에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거들떠 보지 않는 심리
개미투자자 대부분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의견에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만 찾는 경향 짙어
소비자 역시 광고에 익숙한 것을 마치 자기가 좋아하는 제품이라고 착각해 다른 제품 거부 경향

나귀와 개가 세상을 두루 구경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여행을 하는 동안 무슨 일을 만나든지간에 경험하고 배운 것을 다같이 나누자고 약속했습니다. 어느날 인적이 드문 길에서 그들은 봉투에 담긴 서류를 발견했습니다. 서루 봉투를 주운 나귀는 무엇인가가 중요한 사실이 적혀 있지 않을까 궁금해 얼른 봉투를 뜯어보았습니다. 나귀는 봉투 속에 든 서류를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개도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 차 가만히 귀를 기울렸습니다.

그 서류는 주로 목초나 보리집단과 같이 가축의 먹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가축을 기르는 농부가 적어놓은 장부였습니다. 나귀는 자신이 좋아하는 먹이 이름이 자꾸 나오자 신이 나서 더욱 소리 높여 읽어나갔습니다. 하지만 나귀가 서류를 읽는 동안 개는 몹시 지루한 표정으로 연신 하품을 했습니다.

"이봐, 이제 그만 읽어. 그런 풀이름 말고 어디 고기나 뼈다귀에 관한 이야기는 적혀 있지 않나?" 개가 투덜거리면서 말했습니다. 나귀가 나머지 서류를 끝까지 읽어보았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실망한 개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렸습니다.

"그따위 서류는 당장 버리게. 아무짝도 쓸모가 없어."

--------------------------------------

확증편향을 피하려면 자신의 의견과 다른 정보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다각화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똑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귀에게는 봉투 속에 든 서류가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로 보이지만 개에게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우화에 등장하는 개처럼 자기에게 쓸모가 없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첫 인상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인상이 나빠 보이면 마음속에 안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박히고, 그 사람을 지켜보면서 좋지 않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그것봐, 내 생각이 맞았어"라며 스스로 의미를 크게 부여해 버리죠.

이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호감이 가는 사람에게서 보이는 단점을 쉽게 묻어버리고 장점은 더 크게 부각시켜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만을 계속 모으게 됩니다.

◇자신의 입맛 따라 정보 해석=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비이성적인 심리가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확증편향'이 그중 하나입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신념이나 이익에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보려하지도, 또 들으려 하지도 않는 심리학적 용어로, 1960년 영국의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이 제시한 개념입니다.

확증편향자의 전형적인 특징은 모든 정보를 팩트와 상관없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해석한다는 데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한 것만이 진실이고 그 이외의 것은 모두 잘못됐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 돌아가지 않죠. 생각했던 것과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 투자한 돈을 날리고 삶을 망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만큼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확증편향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A,B,C 세 친구가 있습니다. A는 분명 화가 났지만 티를 내지 않습니다. 눈치 빠른 B는 A가 화가 난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를 C에게 알려줍니다. 하지만 A의 평소 착한 이미지 탓에 C는 듣고도 믿지 않습니다. 이처럼 평소 내가 가지고 있는 가설이나 의견을 뒷받침해 줄 사실만을 받아들이는 심리를 확증편향이라고 합니다. 확증편향은 심하든 약하든 정도의 문제일 뿐 모든 사람이 겪는 현상 중 하나인데요. 확증편향이 심한 경우 내가 믿고 있는 가설이 틀렸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그 가설에 반하는 의견이 잘못된 것이라 믿습니다. 마치 어떤 사이비 종교에 빠져 그 종교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그 외의 것들은 모두 거짓이라고 믿는 것처럼 말이죠.

영화나 시청할 드라마를 선택할 때 혹은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할 때 흔히 댓글을 읽어보는데 수많은 평가 중 입맛에 맞는 댓글을 보고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어떤 영화를 볼까 말까 망설일 때 보겠다는 마음이 더 강하면 '볼만하다'며 추천을 한 댓글에 더 눈길이 가고 반대로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면 '볼 것없다', '실망이다'는 댓글이 눈에 쏙 들어오는 식이죠. 즉 많은 선택 사항을 참조해 보고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와 유사한 댓글을 보고 결정을 내립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베리 슐렝커와 마크 리어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각자 하나씩의 과제를 맡겼습니다. 참가자들은 작업을 수행하기 전 성과에 대한 자신의 기대치를 내놓았습니다. 관찰자들은 실험 참가자가 내놓은 기대치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각 참가자의 능력을 평가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개 좋은 성과를 낸 실험 참가자가 유능하다는 평가를, 안 좋은 성과를 낸 참가자는 무능하다는 평가를 각각 받았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결과 유무에 상관없이 처음에 자신의 기대치를 높여 말한 참가자가 더 놓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는 확증편향 때문이라는 겁니다. 처음에 자신감 있게 이야기한 사람에 대해서는 관찰자들이 그 시선으로 끝까지 바라봅니다. 성과가 안 좋았더라도 무슨 외부의 요인 때문에 안 좋았겠지 하고 판단합니다. 처음부터 자신 없이 말했던 참가자에 대해서도 그 시선으로 끝까지 바라봅니다. 성과가 좋았더라도 무슨 외부의 요인 때문에 좋았겠지 하고 판단하는 거지요. 그래서 보이는 능력을 키우려면 언제나 확신있고 긍정적으로 말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해보겠습니다"보다는 "저는 이 분야에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할 때 이 사람이 능력있구나 생각하게 된다는 거죠. 물론 실제 능력을 키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능력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 실제로도 더욱 유능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보이는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 또한 실제 능력을 발전시킨다고 합니다.

◇주식투자자는 확증편향자= 확증편향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의견에 관한 주장을 하려면 그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만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되는 의견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간과합니다. 의견에 긍정적인 증거는 과대평가되고 부정적인 증거는 과소평가돼 결국에는 점점 자기 확신으로 가게 됩니다.

자기 확신의 이면에는 틀리기 싫어하는 자존심같은 것이 깔려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틀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자존심이 세다면 틀렸을 때 입는 마음의 상처를 정말 싫어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자신의 의견이 맞기를 원하고 다른 부분은 잘 안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살면서 항상 맞을 수는 없는 법이죠.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매번 100% 맞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모든 상황에서 한쪽 면만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특히 리더나 전문가 등이 자신의 권력이나 권위, 전문가적 지식을 이용해 왜곡되고 편협한 생각을 밀어붙이거나 하면 불행한 사태가 생기고 그 피해는 모두 일반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재산이 걸린 주식투자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자주 확증편향에 빠집니다. 개미들이 늘 루저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다가는 백전백패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확증편향은 특정 종목에 많은 자금이 투입됐을 때 더욱 강해집니다. 주가가 상승할 때엔 긍정적 방향으로, 하락할 때엔 부정적 방향으로 아전인수식 해석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죠. 가령 주가가 오르고 시장이 들썩이면 경제신문이나 증권사이트의 구독자가 급증합니다. 기사내용은 다 엇비슷합니다.

유망 종목, 돈 번 투자자들에 관한 이야기며 주식 호황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구독자들이 신문을 열심히 읽는 이유는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자기에게 불리한 정보는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아예 무시하기도 합니다. 주가가 오르고 있는 보유종목에 투자한 자신의 결정을 지지하고 인정해 주는 기사만 골라 읽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하락기로 접어들면 이상하게도 경제신문이나 증권 전문지의 인기가 시들해져 구독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집니다.

실제로 인테넷이 발달하기 전 시장통보에 필요한 정보의 주된 접근 통로였던 경제신문들은 시장 하락기에 판매가 급감해 골머리를 앓습니다. 시장 하락기엔 가치있는 정보가 더 필요한 데도 그렇습니다. 신문을 끊는 것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의 아픔을 되새김해 주는 기사를 보기 싫어서가 아닐까요? 그러다 손실폭은 더 커지고 결국에는 될 대로 되라며 자포자기 심정에 빠집니다. 결국 엄청난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주식을 처분하지만 그 때는 주가가 바닥인 경우가 많아 땅을 치고 후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주식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을 보면 투자한 종목의 수익률을 수시로 확인하지 않고 대중매체와도 거리를 둡니다. 그래야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확증편향을 피하려면 자신의 의견과 다른 정보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다각화한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확증편향은 이처럼 주식 투자자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통계수치를 놓고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석이 정반대여서 국민을 헷갈리게 합니다. 2021년 7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통계는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야당은 전년도 같은 달 대비 일자리 수가 5000개 밖에 늘어나지 않은 사상 최악의 고용 참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여당은 생산가능 인구(15~64세)의 감소 탓이며 고용률(취업자 수÷생산가능 인구)은 비슷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야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전체 자영업자 수가 3만5000명이나 감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여당은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는 오히려 7만 2000명 증가했다고 반박했고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가족들을 종업원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라고 재반박했습니다. 당시 보수 신문은 야당 입장을, 진보 신문은 여당 입장을 각각 옹호했습니다. 이러니 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난감해했습니다.

올해 봄 적자행진을 벌이던 무역수지가 모처럼 흑자를 냈습니다. 정책홍보 거리가 없을까 궁리하던 정부와 여당은 우리나라가 드디어 불황에서 탈출했다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나 언론에선 줄어든 수입으로 인한 '불황형 흑자'라며 깎아내립니다. 사실 통계란 양면성이 있습니다. 좋게 봐주려면 얼마든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좋은 면만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있고 야당이나 언론은 통계 수치의 다른 면을 들춰내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니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 수치에 대해선 균형감을 가지고 해석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예스맨을 조심하라= 기업들은 소비자의 확증편향을 마케팅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굳이 광고하지 않아도 될 것을 기업이 자꾸 똑같은 광고를 하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익숙함을 심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제품을 선택하는 순간이 오면 익숙한 제품을 잘 아는 제품으로 착각해 선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모르는 국민이 없는 삼성전자의 이미지 광고나 제품 광고가 TV나 신문에 실리지 않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소비자는 광고를 통해 계속 접하다 보면 마치 자기가 많이 사용하던 좋아하는 제품이라고 착각하고 다른 제품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확증편향과 같은 심리의 오류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우리가 옳다고 하는 만큼 우리는 언제나 틀릴 수 있다. 언제 틀릴지는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또 '잠깐, 잠깐만, 이 증거가 잘못되었거나 내가 잘못했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내가 잘못했을 리는 없지. 나는 훌륭한 사람, 그것도 이 분야의 전문가이거든'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기업들은 CEO의 확증편향에 대해 '예스맨'을 멀리하고 집단결정 체제를 도입하거나, 의사결정을 위한 토론에서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반대의견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