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5:25 (화)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24) 청바지의 '부활'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24) 청바지의 '부활'
  •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 mksongmk@naver.com
  • 승인 2023.11.27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실내생활 많아지면서 리바이스의 한 해 매출 한때 62%나 떨어져
환경 파괴'주범'이란 오명이 발목 잡고 있지만 세계 디자이너들 패션쇼에 청바지 올려
연간 청바지 생산량은 50억 벌 추산… 세계 청바지 시장규모 2030년 600억달러 전망

'청춘의 상징' 청바지는 시대와 유행, 사회계층을 초월하여 모두에게 사랑받는 옷이다. 프랑스 출신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내가 청바지를 발명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자기표현, 겸허함, 성적 매력, 단순성 등 내가 옷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이 청바지 하나에 들어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다시 말해 청바지는 계급, 연령, 계절, 성별, 국경 없이 (No Class, No Age, No Season, No Sex, No Frontier)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입히는 옷이다.

청바지는 사업 실패로 극심한 절망에 빠진 어느 청년이 역경을 딛고 일어선 발명품이다. 골드러시를 좇아 독일에서 미국 서부로 이민한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천막용 천 제작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던 스트라우스에게 시련이 닥쳤다.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군대용 대형 천막 10만여개에 쓰일 천 납품을 주문받은 그는 빚을 내어 생산설비와 직원을 늘려가며 밤낮으로 그 물품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납품한 천이 녹색이 아닌 청색이라는 이유로 퇴자를 맞고 모두 반품됐다. 스트라우스는 산더미만한 양의 천막용 천을 쌓아둔 채 빚과 직원들의 임금 독촉에 시달리는 처지에 몰렸다.

그러던 어느 날 탄광촌 광부들이 모여앉아 해진 바지를 꿰매는 것을 보았다. 험한 일을 하는 광부들의 바지가 쉽게 닳고 구멍이 나는 등 잘 해졌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스트라우스는 반짝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골칫거리가 된 그 '질긴' 청색 천막용 천으로 사람이 입는 바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푸른 천막용 천은 산뜻한 바지로 탈바꿈되어 시장에 출시됐다. 이름 하여 '청바지'가 첫 선을 보인 것이다.

'청춘의 상징' 청바지는 시대와 유행, 사회계층을 초월하여 모두에게 사랑받는 옷이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청바지는 광부뿐 아니라 카우보이, 일반인들에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가격은 한 벌에 1달러에 불과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 청바지로 금광 채굴자보다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이어 대중에게 보다 나은 청바지를 내놓기 위하여 꾸준히 연구개발(R&D)에 매달렸다. 리벳(rivet 옷에 박는 못)을 박아 옷이 터지지 않게 했고, 이것으로 1873년 특허도 받았다.

1915년 파나마 태평양국제박람회에서 '웨이스트 오버롤즈(앞이 가슴까지 올라오며 멜빵이 달린 바지)'로 최고상을 수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미군에 청바지를 공급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밖에도 수축방지, 주름 방지 등의 가공법을 연구해가며 세계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리바이스 청바지는 꾸준한 연구개발로 오늘날에 이르렀다. 현재 세계 11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청바지 수요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경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1950년대에는 작업복으로 입던 청바지를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딘이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입고 등장하면서 자유와 젊음, 반항의 패션 아이콘이 되었다. 이후 젊은 층에게서 더욱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이에 반해 중년들은 '청춘, 반항'이란 상징성 때문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바지는 곧 회춘을 위한 스타일링의 필수 품목이 되었다. 그렇게 청바지는 150여년 동안 세계 각국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옷으로 각인됐다.

위풍당당하게 성장하던 청바지도 코로나19라는 미물 앞에서 대책 없이 기우는 운명에 처했다. 2020년8월28일자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는 '굿바이 청바지(Goodbye, jean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청바지의 대표적 브랜드 리바이스의 2분기 매출이 62% 급감해 세계적으로 직원 700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청바지 브랜드 뱅뱅도 실적 감소로 울상이었고, 여성용 청바지 브랜드 조스진 등이 파산신청을 한 상태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편안한 옷을 즐겨 찾으면서 딱딱한 느낌의 청바지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코로나가 고개를 숙이고 야외활동이 많아지며 청바지에도 반전이 일었다. 하지만 청바지가 환경파괴 주범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래도 세계적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청바지를 그들의 패션쇼 무대 위에 올린다. 인류학자들도 어느 시점에서든 세계 인구의 절반이 청바지를 입는 것으로 추정한다.

연간 청바지 생산량은 50억 벌이다. 어패럴소싱출판사 저스트-스타일닷컴(just-style.com)은 세계 청바지 시장이 오는 2030년 600억9000만 달러(약 66조 856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올해 청바지 소매시장 메출이 573억달러이고, 향후 5년간 연평균 4.9%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청바지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푸른 청바지에도 풀어야 할 칙칙한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환경파괴 주범이란 오명을 벗는 일이다. 역경을 딛고 탄생한 청바지, 이를 꾸준히 발전시키며 세계인에게 기쁨을 주어온 것처럼, 환경오염 해소라는 과제도 거뜬히 수행하며 다시 패션의 중심에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