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4:15 (금)
◇김수종의 취재여록⑤세계 인류의 자산 '아마존'
◇김수종의 취재여록⑤세계 인류의 자산 '아마존'
  • 김수종 이코노텔링 편집고문(전 한국일보 주필)
  • diamond1516@hanmail.net
  • 승인 2019.12.0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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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하구에 들어선 삼각주의 섬 하나가 포르투갈 면적과 비슷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은 반딧불들이 아마존 정글의 밤 밝혀
필자가 감기걸리자 원주민은 생강 달인 물 건네 동질감 느껴
세계의 산소 공급원 아마존에 대한 브라질 국민 시각 시큰둥

세계의 산소공급원으로서 리우 지구정상회의의 관심을 끌었던 아마존은 실상 브라질 사람에게 관심 밖의 존재인 것 같다. 리우에 사는 보통 브라질 사람을 세워놓고 물어보면, 아마존이 브라질의 일부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기네와 상관없는 땅으로 여기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마존강은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끝없이 펼쳐진 정글에서 먹구름이 출현하고 강 이쪽에서는 폭우가 쏟아지지만, 강 저쪽에는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아치를 그린다. 이런 자연의 조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
아마존강은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끝없이 펼쳐진 정글에서 먹구름이 출현하고 강 이쪽에서는 폭우가 쏟아지지만, 강 저쪽에는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아치를 그린다. 이런 자연의 조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

아마존 정글의 한복판에 위치한 도시 마나우스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1960년대 아마존 개발을 위해 자유무역항으로 지정된 마나우스는 인구가 120만 명이다. 밀림 한가운데 있는 도시로는 대단히 큰 편이지만, 아마존 정글과 관계있는 도시라기보다는 숲속에 고립된 상업도시 같은 인상을 받았다.

마나우스는 포루트갈계 백인과 인디언의 혼혈, 즉 메스티조 일색이다. 이들은 지배계층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의 정서를 품고 있다. 이곳에 사는 한 원주민은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아마존을 놓고 어떤 토의가 벌어지든, 브라질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는 그들의 축재 수단으로 아마존은 이용할 것”이라고 말한다.아마존은 초당 17만5,000톤의 물을 대서양으로 쏟아낸다. 그 물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하는 것은 어리석다. “이 물을 바다로 쏟아 내는 강어귀의 폭이 320㎞나 되고, 하구에 있는 삼각주 섬이 포르투갈만큼 넓다”는 안내인의 설명으로 감을 잡을 뿐이다.

강어귀에서 1,500㎞나 상류에 있는 마나우스에서 볼 때도 아마존강은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끝없이 펼쳐진 정글에서 먹구름이 출현하고 강 이쪽에서는 폭우가 쏟아지지만, 강 저쪽에는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아치를 그린다. 이런 자연의 조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

마나우스는 아마존의 최대 지류인 니그로강을 끼고 있다. 처음에 기자는 이 엄청나게 큰 강을 보고 아마존 본류로 착각했다. 베네즈웰라에서 발원하는 니그로강은 그 강폭이 넓은 곳은 22㎞이 이르나 유속이 시속 300m밖에 안되어 호수와 같다. 유량으로만 보면 세계 제2의 강이다.

이 강의 특징은 이름그대로 물 색깔이 먹물을 풀어놓은 듯 꺼멓다. 원주민의 설명에 의하면 상류의 식물성분에 의해 물 색깔이 그렇게 변했다고 한다. 강한 알카리성을 띠고 있다. 따라서 이 강에 사는 물고기는 아마존 본류나 다른 지류에 사는 물고기와는 종류가 아주 다르다고 한다. 이 도시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교포 한영호씨는 ‘한국의 쏘가리 같은 종류의 물고기가 니그로 강에 많다’고 말했다. 또 니그로강에는 모기가 전혀 서식하지 않는다. 상류의 나무가 하류의 물 색깔은 물론 수생 생태계까지도 좌우하는 것이다.

아마존 강에 사는 물고기는 아마존 본류나 다른 지류에 사는 물고기와는 종류가 아주 다르다고 한다. 이 도시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교포 한영호씨는 ‘한국의 쏘가리 같은 종류의 물고기가 니그로 강에 많다’고 말했다. 또 니그로강에는 모기가 전혀 서식하지 않는다. 상류의 나무가 하류의 물 색깔은 물론 수생 생태계까지도 좌우하는 것이다.
아마존 강에 사는 물고기는 아마존 본류나 다른 지류에 사는 물고기와는 종류가 아주 다르다고 한다. 이 도시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교포 한영호씨는 ‘한국의 쏘가리 같은 종류의 물고기가 니그로 강에 많다’고 말했다. 또 니그로강에는 모기가 전혀 서식하지 않는다. 상류의 나무가 하류의 물 색깔은 물론 수생 생태계까지도 좌우하는 것이다.

마나우스 포구에서 배를 타고 니그로강 하구를 향해 18㎞쯤 내려가면 아마존 본류인 솔리모에스 강과 합류하게 된다. 페루에서 발원하여 4,000㎞이상 흘러온 솔리모에스는 황토색 급류로 유속이 시속 8㎞로 급류이다. 카누를 타고 강 한가운데 들어가면 지구가 대홍수에 떠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황토색의 솔리모에스와 흑색의 니그로가 만나는 광경은 바로 아마존의 장관중 하나이다. 유속, 성분, 수온이 다른 두 강물이 쉽게 혼합되지 못한 채 무려 20㎞를 다투며 흘러간다.

아마존 정글에 접근하는 것은 카누 이외에 방법이 없다. 마나우스는 섬처럼 밀림속에 고립되어 있는 도시이다. 도심에서 30㎞만 벗어나면 원시상태의 열대 우림이 펼쳐진다. 원주민들은 관광객을 안내할 때 카누에 모터를 달고 습지의 밀림을 누빈다. 아직 관광이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부두가에는 인디언 토속품을 파는 가게가 있고, 원주민 소년이 구렁이를 몸에 칭칭 감고 관광객에 다가가 사진을 함께 찍어주고 돈을 받는다.

우기인 요즘은 물이 불어 웬만한 습지는 카누를 타고 수초를 헤치며 다닐 수 있다. 카누가 움직이면 수면을 꽉 채운 미모사 잎이 일시에 오므라들고 악어새끼들이 물속으로 풍덩풍덩 뛰어들며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 인간이 살지 않던 원시상태를 느끼게 한다. 아마존의 동물은 아직 오염에 위협받지 않는 채 보전되고 있다. 그러나 근래 이곳에 서식하는 녹색거북이 남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말을 안내인이 전해줬다. 수프재료로 서양에서 인기가 좋기 때문이다.

원주민 안내인을 따라 밤에 나선 악어사냥은 아마존의 또 다른 세계를 보는 기회였다. 악어사냥은 달이 없는 칠흑같은 밤이라야 한다. 카누를 타고 호수나 강가를 조용히 저어가며 플래시로 물가를 비춘다. 악어는 잠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 그래서 잠자는 악어의 눈이 플래시에 빨갛게 반사된다. 원주민은 카누 뱃머리에 엎드려 물가로 접근한 뒤 손을 물속에 재빨리 집어넣어 길이가 1m나 되는 악어를 덥석 끌어올린다. 잡은 악어는 다시 놓아주어야 한다. 억어뿐 아니라 아마존 정글에서 잠자는 새들의 눈도 플래시에 빨갛게 반사되어 나온다.

그러나 정말 아마존 정글의 밤이 인상적인 것은 반딧불이이다. 하늘의 별보다도 더 많아 보이는 반딧불이의 움직임으로 뱃길이 어지러워 보였다. 낮의 잠자리와 밤의 반딧불이는 아마존의 생태계가 아직도 건강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국에도 과거 여름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잠자리와 개똥벌레가 멸종되시시피한 것을 생각하면 이들 곤충생태계는 산업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브라질은 다른 제3세계에서처럼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사회문제가 심각하다. 아마존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마조나(Amazona)주의 인구는 250만명이지만 절반이 마나우스에 몰려 산다. 공업단지를 조성하여 300개의 공장을 유치하자 젊은이가 이 도시로 몰려든 것이다.

그러나 아마조나주에는 아직도 석기시대를 사는 인디언 약 2만5,000명이 있다. 이들은 현대문명에서 유리된 생활을 하고 있다. 안내인에 따르면 마나우스에서 배를 타고 열흘정도 상류로 올라가면 이들 원시상태의 인디언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수백년전 포루투갈인이 아마존 일대를 정복할 때 굴복하지 않고 상류로 도피해간 종족의 후예이다.

마나우스 주변 농촌생활도 현대문명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원주민들은 강가와 호수가에 집을 짓고 산다. 보통 농가는 소 예닐곱 마리를 비롯하여 닭과 오리를 치고. 주식으로 만디오카를 재배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고무농원이 즐비했으나 합성고무개발로 아마존의 고무는 빛을 잃었다. 마나우스가 커진 것은 그때 고무산업 덕택이었다.

원주민 농민은 도시에 내다 팔 농산물도 생산하지만 아마존 상류로 올라갈수록 자급자족체제를 유지한다. 천연과일만 채집해도 먹고살 수 있는 아마존 원주민들은 식생활만큼은 풍족해 보였다. 가족은 자녀가 너댓명이고 남편은 다산을 요구한다. 전기가 보급되지 않는 원주민들에게 텔레비전은 무용지물이다. 이 오지에도 종교는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브라질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거의 천주교 신자이다. 별이 총총 빛나는 밤에 몇 가족이 모여 카누를 타고 도란거리며 교회로 간다. 아마존의 가장 인간적인 정경이었다.

카누는 원주민들의 기본적인 교통수단이다. 두세살 된 동생을 카누에 태우고 거대한 아마존의 격류를 헤쳐가는 소년소녀의 모습을 보는 관광객은 가슴이 콩알만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안내인은 그런 광경은 아마존의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 원주민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홍수이다. 비교적 높은 강 언덕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땅에서 2m쯤 공간을 두고 원두막 같은 집을 짓는다. 주택구조는 부엌과 안방으로 단순하다. 잠은 천정에 매달아 놓은 그물침대(hammock)에서 잔다.

김수종 이코노텔링 고문은 92년 리우 지구 정상회의 취재(당시 한국일보 뉴욕특파원)를 마치고 아마존 탐사에 나섰다. 그 때 현지에서  대형 뱀을 잡은 원주민 어린이와 기념촬영을 했다.
김수종 이코노텔링 고문은 92년 리우 지구 정상회의 취재(당시 한국일보 뉴욕특파원)를 마치고 아마존 탐사에 나섰다. 그 때 현지에서 대형 뱀을 잡은 원주민 어린이와 기념촬영을 했다.

아마존강은 너무 넓어 비로 쏟아지는 물로는 범람하지 않는다고 한다. 페루지역 안데스산맥에 쌓인 눈이 녹을 때 홍수가 온다. 강물이 불어나면 원주민들은 먹을 것을 집에 준비하고 물이 빠지기를 기다린다. 계속 강물이 불어나 집 마루바닥까지 물이 차 오르면 필요한 가재도구만 배에 싣고 피난을 간다. 주 정부가 피신처는 마련해 주지만, 이들의 궁핍한 생활은 홍수가 끝나도 오래 계속된다.

그러나 강가에서 빨래하는 원주민 아낙과 어린이들의 얼굴에서 불평의 표정은 찾아볼 수 없다. 카누를 타고 외출 길에 나서는 원주민 남자의 주름진 얼굴에서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순진한 인간의 모습이 있을 뿐이었다.

주민 대부분이 백인과 인디언의 피가 함께 흐른다. 그러나 그들이 가슴속에 백인은 없고 인디언의 정서가 그대로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외양으로 백인과 다를 바 없는 안내인 리카르도 자신도 인디언 할머니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루투갈인이 아마존을 정복하여 인디언을 유린한 역사에 분노하고 있었다.

아마존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심한 감기에 걸린 기자에게 원주민들이 약을 가져다 주었다. 레몬즙을 끓인 물에 마늘 몇 조각을 넣은 것이었다. 또 생강을 끓인 물을 건네 주었다. 마늘과 생강을 감기 약재로 사용하는 원주민들의 생활방식에서 그들이 아시아 인종과 상통하는 데가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존 원주민들은 아직도 자연을 정복한 현대문명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방식이 결국 아마존 정글 보전에 기여하고 있었다. (※ 이 글은 1992년 아마존 강을 여행하고 아마존에서 보고 느낀 것을 적었다. 27년이 흐른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아마존 취재여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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