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3 10:23 (금)
◇김수종의 취재여록④아마존의 위기
◇김수종의 취재여록④아마존의 위기
  • 김수종 이코노텔링 편집고문(전 한국일보 주필)
  • diamond1516@hanmail.net
  • 승인 2019.12.0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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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정상회의 직전 NYT는 아마존의 황폐화 현장 잇단 보도
남한 60배 크기의 열대우림… 인류에 필요한 산소 20%공급
아마존의 중심 도시서 삼성전자 광고 간판 만나 반갑고 신기

리우 환경회의에서 브라질 주재 한국 외교관이 맥주집에서 이런 농담을 하는 것을 들었다. “브라질 사람처럼 삶을 즐기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는 브라질을 ‘3S의 나라’라고 말했다. ‘samba’(삼바춤) ‘soccer’(축구) ‘sand’(모래)를 뜻하는 표현이다. 리우데쟈네이루를 여행하면, 브라질은 정말 3S의 나라임을 느낄 수 있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들어선 범위. 아마존은 남한의 60배 크기서 인류가 필요한 산소의 20%를 담당하는 세계의 허파이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들어선 범위. 아마존은 남한의 60배 크기서 인류가 필요한 산소의 20%를 담당하는 세계의 허파이다. 사진=네이버 지식백과.

그런데 브라질을 연상하는 또 다른 상징을 꼽으라면 '아마존'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브라질 사람에게는 3S가 중요할지 모르지만, 21세기 인류에게는 아마존 정글이 훨씬 더 중요할지 모른다. 아마존은 강이기도 하고 열대우림이기도 하다. 110여개의 아마존 강 지류가 500만㎢가 넘는 열대우림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거대한 생태 시스템이다. 이 아마존 열대 우림이 인류가 필요로 하는 산소의 약 20%를 공급하고, 대신 문명사회의 골칫거리인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 이유다.

리우 지구정상회의 취재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아마존 여행이었다. 리우 지구정상회의 취재허가 결정이 나자 내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 기회에 아마존에 한 번 가보자.”였다. 사실 국제회의 취재보다 아마존을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지구 정상회의를 앞두고 뉴욕타임스는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그 기사에는 아마존 이야기가 많았다.

주로 아마존 열대 우림이 훼손되는 현장을 취재한 기사들이었다. 리우 지구정상회의가 브라질에서 열리게 된 배경도 아마존 열대우림 보전 이슈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아마존에 대한 일반적 호기심과 함께, 리우환경회의를 취재하면서 아마존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직업적 관심이 가세했다고 할까.

당시 나는 뉴저지 같은 동네에 사는 중앙일보 박준영 특파원과 골프를 자주 어울려 쳤다. 그도 리우로 취재여행을 갈 예정이었다. 운동을 하면서 리우 취재 여행 얘기를 나누게 됐고, 나의 아마존 여행계획을 얘기했다. 그가 관심을 보이기에 “리우 갔다가 우리 아마존으로 갑시다. 환경회의 취재하면서 아마존 한번 가봐야 될 거 아닙니까.” 박준영 특파원이 쾌히 동행하겠다고 했다.

브라질에 있는 삼성전자 생산공장. 5년전 이 공장에 강도가 들어 600만달러어치의 휴데폰과 PC가 도난 당했다.사진=TV조선 화면 켑처.
브라질에 있는 삼성전자 생산공장. 5년전 이 공장에 강도가 들어 600만달러어치의 휴데폰과 PC가 도난 당했다.사진=TV조선 화면 켑처.

말을 꺼낸 내가 아마존 가는 루트를 뚫어야 했다. 가장 쉽게 아마존을 여행하는 방법은 현지에 사는 한국 사람을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다. 사실 나는 1984년 LA한국일보에 근무할 때 브라질 취재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 수소문했더니 아마존에서 선교하는 한국인 목사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접촉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부족전쟁이 일어나서 그 목사가 아마존에서 철수하는 바람에 아마존 여행을 포기했다.

그러나 리우 환경회의 취재에서는 아마존 여행 운이 있었던 모양이다. 마침 당시 김기수 뉴욕총영사가 브라질 대사를 역임한 원로 외교관이었다. 그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아마존의 중심 도시인 마나우스에서 전자상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국교포가 있다는 정보를 들려주었다. 해외 동포에 대한 정보는 공관보다는 현지 교포신문사가 더 빠르다. 한국일보 상파울로 홍성학 지사장은 1984년 내가 브라질 여행을 갔을 때 같이 여행을 하며 친분을 쌓았던 사람이다. 그에게 부탁했더니 아마존 마나우스 시에 사는 교포 전파상 대표 한상호씨를 찾아내서 접촉했고, 우리가 방문하면 도와주겠다는 언질을 받았다. 비행기표도 뉴욕- 리우-브라질리아-마나우스행 왕복으로 예약했다.

지구 정상회의가 끝나자 나는 박준영 특파원과 함께 마나우스 행 비행기를 탔다. 리우에서 브라질리아를 거쳐 아마존 한복판인 마나우스까지는 비행기로 4시간 이상 걸렸다. 비행기 창에 기대어 거의 1시간 이상 아마존 열대우림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신기한 것은 짙푸른 산림 위로 구름 뭉텅이가 갑자기 생겼다가 잠시 후 순식간에 사라지는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처음에 그걸 연기로 착각하고 산불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유심히 내려다보니 산불이 아니라 아마존 식 ‘구름의 생성소멸’ 모습이었다. 그것은 지구의 외경(畏敬)스러운 모습이기도 했다.

아마존 밀림 속에 있는 공항에는 브라질 교포 한영호 대표가 나와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의 차를 타고 마나우스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거대한 광고판이었다. 삼성전자 광고였다.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아마존 열대우림 한복판에서 만나는 한국기업의 광고판은 한국산업의 세계 진출을 상징하는 것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1992년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업으로 세계에 강력하게 선뵈고 있었지만 소니의 명성에 한참 뒤쳐져 있을 때였다. 뉴욕의 전자상품 전시장에는 소니가 판을 쳤고, 삼성전자나 LG는 구석 한 귀퉁이에 진열되어 있을 때였다. 삼성전자 제품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의 선두를 유지하는 제품은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었다.

한영호 대표는 마나우스에서 소상공인으로 성공한 사람이었다. 1960년 대 중학교 때 브라질로 이민하여 상파울로에 정착했다가 수출자유무역지대인 마나우스로 무대를 옮겨 장사를 했고 한국에서 신부를 구해 결혼했다. 그의 형은 브라질 백인 여성과 결혼해서 같은 도시에 살고, 있었으며 연방상원의원에 출마해 아슬아슬하게 낙선했을 정도로 브라질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필자는 지구 정상회의 취재를 마치고 아마존 생태계 취재에 나섰다. 사진=김수종 이코노텔링 고문 제공.
필자는 지구 정상회의 취재를 마치고 아마존 생태계 취재에 나섰다. 사진=김수종 이코노텔링 고문 제공.

“우리 형이 불쌍해요. 가끔 우리 집에 놀러 와요. 김치에 밥을 먹고 싶으면 오는 겁니다. 말 안하지만 나는 압니다. 외롭다는 것을. 행복하려면 동족끼리 결혼해야 해요.” 그는 브라질에서 자랐지만 서울에 드나들며 한국말도 잘하고 무엇보다 노래방 기기를 집안에 들여놓아 밤새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게 취미라고 했다.

그는 우리를 위해 현지 안내인을 한 사람 구하고 다음날부터 아마존 지류에서 밤을 보낸다고 말해주었다. “악어도 많고 모기도 많아요.”라고 겁주는 농담을 했다. 그날 밤 나는 전혀 아마존 밀림이 아니라 호텔방 같은 고급 주택에서 잠을 잤다.

2019년 아마존은 다시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아마존 산불이 번지면서 임마뉘엘 마크롱 프랑스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이 말싸움이 벌어졌다. 아마존은 매년 산불이 많이 일어난다. 자연발화보다는 콩을 재배하고 소를 기르기 위해 농민과 목축업자들이 공무원들의 묵인하에,또는 공모하여 아마존 산림을 불태워 제거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시대에 아마존 보전은 인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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