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20 (금)
◇김수종의 취재여록③기후협약과 서핑족
◇김수종의 취재여록③기후협약과 서핑족
  • 김수종 이코노텔링 편집고문(전 한국일보 주필)
  • diamond1516@hanmail.net
  • 승인 2019.11.2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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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外 벤치에 앉아 협상 자료 챙기는 콜 서독 총리의 업무 스타일에 감명
지구환경 보호 교토 의정서ㆍ 파리 기후 협정 미국 잇단 탈퇴로 빛 바래
한국 NGO 대표해 회의 참석한 최열 대표 처음 만나 ' 리우 친구 '로 지내
당시 南美 겨울시즌… 피부 보호 경고에도 선크림 안 바른 서핑족 북적

유월 초면 뉴욕은 초여름이었지만 브라질 리우는 초겨울이었다. 겨울인데도 리우의 날씨는 더웠다. 코파카바나 해변은 대서양의 푸른 파도에 서핑을 타는 비키니족들이 개미떼같이 몰려있었다. 1992년 세계 환경주의자들은 남극상공에 오존구멍이 생기면서 피부암 위험이 높다고 야단치고, 건강업계는 태양광선을 피하고 선크림을 바르라고 충고했지만 서핑족들에겐 마이동풍이었다.

‘1월의 강’이라는 뜻을 가진 ‘Rio de Janeiro’는 과거엔 미국식 발음 ‘리오데쟈네이로’(약칭:리오)가 많이 쓰였지만 외국어 표기법이 현지 음을 따라 ‘리우데자네이루’로 바뀌면서 혼란스러웠다. 1992년 유엔환경회의 이후 ‘리우’라는 약칭이 익숙해졌다.

6월 4일 개막한 지구정상회의는 코파카바나 해변의 바로 남쪽에 위치한 이파네마 해변에 세워진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파네마 비치는 비키니수영복보다 더 노출을 강조한 이파네마 수영복 패션을 탄생시킨 곳이자 1960년대 명성이 자자한 보사노바 재즈음악 ‘이파네마에서 온 아가씨들’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지구정상회의는 코파카바나 해변의 바로 남쪽에 위치한 이파네마 해변에 세워진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파네마 비치는 비키니수영복보다 더 노출을 강조한 이파네마 수영복 패션을 탄생시킨 곳이자 1960년대 명성이 자자한 보사노바 재즈음악 ‘이파네마에서 온 아가씨들’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지구정상회의는 코파카바나 해변의 바로 남쪽에 위치한 이파네마 해변에 세워진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파네마 비치는 비키니수영복보다 더 노출을 강조한 이파네마 수영복 패션을 탄생시킨 곳이자 1960년대 명성이 자자한 보사노바 재즈음악 ‘이파네마에서 온 아가씨들’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국제회의 취재를 간 특파원들에겐 그런 낭만적 무드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더구나 나는 1984년에 LA 한국일보에 근무하면서 리우에 취재여행을 가서 이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를 돌아다니면서 천경자의 그림에 나온 남미 여인들 이미지에 익숙했기 때문에 초행길의 흥미로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자들에게 유엔총회 같은 다자간 국제회의는 재미없다. 끝도 없이 회의가 이어지고 각국대표들이 각국의 입장을 쏟아낸다. 막후에서는 협상과 조율이 이루어지지만 양자 정상회담 같은 극적인 이벤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리우지구정상회의는 역사상 없었던 국제회의였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취재진만 1만 명이었고 나도 그중 한명이었다. 174개 유엔회원국 대표단이 무려 7000여 명에 이르렀고, 대통령을 포함 총리급 이상 국가대표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리우 유엔환경정상회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 있다면 비정부기구, 즉 NGO활동일 것이다. 솔직히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린피스를 포함하여 NGO를 잘 몰랐다. 그저 시민단체 정도로 알고 있었다. 리우 회의에는 국가대표보다 훨씬 더 많은 환경NGO들이 모여들어 각종 이벤트를 벌이고 유엔에 압력을 가하는 등 이전에 보지 못 했던 NGO시대를 열었다

나는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한국의 NGO를 대표해서 참석한 환경운동가 최열을 처음 만났다. 세계 모든 나라가 비슷했지만 리우 지구정상회의를 계기로 환경 운동이 꽃피었고, 한국에서는 최열이 여러 한경단체를 연합하여 ‘환경연합’이라는 NGO를 발족시켜 그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때 만났던 것이 계기가 되어 나와 최열은 ‘리우 친구’가 되었다.

며칠 간 컨벤션센터의 천막촌에서 회의도 보고 한국의 NGO대표나 외교관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한국특파원들의 주된 일이었다. 사실 지구온난화라는 의제(議題)도 다자외교라는 회의 방식도 한국 기자들에겐 익숙하지 않았다. 지구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역할이 눈에 띄지 않은 것은 정래권 과장이 한국대표단을 이 회의에 파견하는 데 애를 먹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때 한국총리와 서독 총리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한국 특파원 몇이 컨벤션센터 밖 야외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키 큰 서양인이 우리 옆 벤치에 앉아 서류를 무릎위에 펼쳐놓고 색연필로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얼굴이 익숙해서 자세히 보니 그는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였다.
키 큰 서양인이 우리 옆 벤치에 앉아 서류를 무릎위에 펼쳐놓고 색연필로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얼굴이 익숙해서 자세히 보니 그는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였다. 사진=두산백과.

그의 옆에는 비서인 듯한 젊은 남자가 가방에서 서류를 뒤져내며 뭔가 조언을 하는 것 같았다. 발표 자료든 협상자료든 심각하게 준비를 하는 게 분명했다.

최열 횐경운동합 공동대표가 2004년 11월 청와대 앞에서 '反환경 개발정책'을 철회하라며 1위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환경운동연합 웹사이트.
최열 횐경운동합 공동대표가 2004년 11월 청와대 앞에서 '反환경 개발정책'을 철회하라며 1위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환경운동연합 웹사이트.

얼마 후 근처에 짙은 검은 양복을 입은 10여명이 한국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정원식 총리를 수석대표로 한 한국 대표단의 모습이었다. 국제회의에 나타난 한국과 독일 대표단의 모습에서 두 나라의 위상과 일하는 방식이 확연히 다름을 느꼈다. 비서 한 사람과 벤치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는 실무형 독일 총리와 수행원들에 겹겹이 둘러싸여 행사장을 이동하는 의전형 한국 총리의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한국은 다자외교보다는 쌍무외교에 머물고 있는 나라였다.리우 지구정상회의를 계기로 새롭게 세상을 풍미한 단어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었다. 리우 회의 후 경제활동의 전제로 대두되는 것이 지속가능성이 된 것이다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선 ‘리우선언’이 채택되고 중요한 국제협약이 체결되었다.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핵심적인 의제가 바로 기후변화협약이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기후변화를 유발하고 있으니 이산화탄소방출을 줄여야 한다는 전제 아래 저감의 원칙과 방법을 규정한 국제법이다. 기후변화협약에 의거해서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됐고, 2015년 파리기후협정이 체결되었다. 실패한 교토의정서와 절름발이가 된 파리기후협정 모두 미국정부의 탈퇴로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인류가 갈 길은 이 길 외에 달리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리우 지구정상회의를 취재할 당시의 김수종 이코노텔링 편집고문(전 한국일보 주필).
리우 지구정상회의를 취재할 당시의 김수종 이코노텔링 편집고문(전 한국일보 주필).

리우 지구정상회의는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그것은 기후변화가 초래할 위험을 인류가 인식하고 구체적 행동원칙을 규정한 이정표적인 국제회의였다.

그러나 인류가 환경의 지속성에 대한 회의를 제기한 것은 훨씬 이전에 있었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유엔인간환경회의’가 열렸다. 한국이 잘살아보자는 구호를 외치며 공장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개발의 삽질을 하고 있을 때, 유럽 국가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과학적 연구에 기초하여 기후변화의 위험과 환경보전의 필요성에 눈을 돌렸던 것이다. 그래서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가 개막한 6월 5일로 세계환경의 날로 기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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