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식품 물가가 잇따라 오르는 가운데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양을 줄인 '슈링크플레이션'에 이어 가격은 유지하는 대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 논란이 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은 '인색하게 아낀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기업 등이 재료나 서비스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른 것보다 제품의 양이 줄어든 것을 발견하기 어렵다. 특히 제품의 질이 낮아진 것은 더욱 알아차리기 힘들기 때문에 스킴플레이션은 질적으로 나쁜, 가장 교묘한 인플레이션으로 지적된다.
식음료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오르자 올해 앞서 델몬트 오렌지 주스의 과즙 함량을 낮췄다. 오렌지 100% 제품의 과즙 함량을 80%로 줄였다. 제품 하단에 '오렌지과즙으로 환원 기준 80%'라고 표시하긴 했지만 '오렌지 100%' 문구가 먼저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선 실제 함량이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고 불평한다.
델몬트 오렌지주스의 과즙 함량이 80%인 제품은 45%로 낮아졌다. 델몬트 포도 주스도 과즙 함량이 내려갔다.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사용한다고 내세워온 치킨 브랜드 BBQ는 지난 10월부터 튀김기름의 절반을 단가가 낮은 해바라기유로 교체했다. BBQ는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해 올리브유 50%, 해바라기유 50%의 '블렌딩 오일'을 사용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BBQ는 "올리브유의 전 세계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가격이 4배 가까이 상승함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기존 치킨의 맛과 품질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고품질의 해바라기유가 포함된 올리브 블랜딩 오일을 개발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식재료 가격이 뛰자 일부 식당들은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고객들로선 한 끼 식사의 만족도가 떨어졌다고 느낄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칼국숫집은 김치를 직접 담근다는 안내문을 아직 붙여놓은 상태에서 김치 없이 콩나물무침과 단무지를 제공하고 있다. 식당측은 "김치 단가가 너무 비싸 콩나물무침으로 바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