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35 (금)
◇김수종의 취재여록②‘1992 리우’로 가는 길
◇김수종의 취재여록②‘1992 리우’로 가는 길
  • 김수종 이코노텔링 편집고문(전 한국일보 주필)
  • diamond1516@hanmail.net
  • 승인 2019.11.2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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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틀속 '안보외교 각축장'서 인류 공통 과제 풀 '多者 외교' 전환점
엘고어 상원의원의 '위기의 지구' 저술로 리우 정상회의 분위기 고조
우리나라총리도 참석키로 결정하자 국내 언론들도 앞다퉈 브라질 行

기자는 다른 기자들이 보도하지 않은 기사를 특종보도하고 나면 그 사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계속 추적(follow-up)하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로서 리우환경회의 개최 사실을 대서특필해서 관심을 끌었으니 유엔 로비에서 배포되는 보도 자료가 눈에 많이 들어왔다.

유엔 로비의 보도자료 거치대에는 ‘Earth Summit’라는 제목이 붙은 인쇄물이 간단없이 진열되었지만 남북한 문제에 혈안이 되었던 한국 특파원들의 눈을 끌지 못했던 것이다.

유엔에는 많은 기구가 있는데 국제 환경문제를 총괄하는 기구로 유엔환경계획(UNEP)이 있다. UNEP는 유엔이 주최자가 되는 환경회의를 기획하고 집행한다. 1992년 6월 4일 개막한 ‘리우 유엔환경회의’(일명 지구정상회의)는 바로 UNEP가 주재했고, 그 몇 년 전부터 유엔회원국 실무대표들이 회의를 열어 의제(agenda)를 설정하고 조율하였다. 이 실무협의 과정에 참여해서 한국이 할 일을 외롭게 찾아나간 사람이 외교부의 정래권 과학 환경 과장이었던 것이다.

리우 지구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앨 고어 상원의원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고어 상원 의원은 물리학자와 토론할 정도로 지구환경 과학에 깊은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사막화 문제에 대한 베스트셀러 ‘위기의 지구’(Earth In The Balance)를 출판해 리우환경회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사진은 위기의 지구 책표지.
리우 지구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앨 고어 상원의원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고어 상원 의원은 물리학자와 토론할 정도로 지구환경 과학에 깊은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사막화 문제에 대한 베스트셀러 ‘위기의 지구’(Earth In The Balance)를 출판해 리우환경회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사진은 위기의 지구 책표지.

정래권 과장은 그 후 계속 환경이슈에 천착하여 외교부의 국제경제국장와 기후변화대사를 역임하면서 한국의 환경외교 분야에 독특한 기여를 했다. 아미 기후변화 관련 국제 외교 활동에서 그가 얻은 지식과 경험은 다른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쓴 기사로 리우 환경회의가 이슈가 되자 한국정부가 곧바로 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으니 정래권 과장은 신이 났던 것이다. 유엔본부 근처 카페에서 나를 만난 그는 놀라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김 특파원님, 그렇게 큰 기사를 썼으니 브라질로 후속 취재를 가야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 언론은 취재에 관심이 없지만 지금 미국, 유럽, 일본 언론사들은 리우 환경회의 취재 준비하느라 야단입니다. 보도진 8000명이 6월에 브라질로 몰려옵니다. 대통령과 총리급 세계 지도자 100명이 오는데 이런 국제회의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아마 리우데쟈이루 호텔 예약 동났을 겁니다. 제가 예약을 도와드리고 취재도 도와드릴 테니 리우로 가십시오.”

귀가 번쩍 뜨였으나 서울 본사에서 그런 허락을 해줄지 의문이었다. 외신부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얘기했더니 “그거 좋네. 국장한테 얘기해서 연락해줄게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예상에 없던 특종으로 신이 났던 외신부장(요즘의 국제부장)은 한 시간도 안 돼서 ‘오케이’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래서 예상하지 못했던 브라질 리우 지구정상회의 취재여행을 그해 6월 가게 되었다.

예상에 없던 특종으로 신이 났던 나는 외신부장(요즘의 국제부장)의 허락을 받고 드디어 리우 지구정상회의 취재길에 올랐다. 사진=김수종 이코노텔링 편집고문.
예상에 없던 특종으로 신이 났던 나는 외신부장(요즘의 국제부장)의 허락을 받고 드디어 리우 지구정상회의 취재길에 올랐다. 사진=김수종 이코노텔링 편집고문.

그해 한국 언론사의 뉴욕 특파원은 소소히 취재할 일이 많았다. 유엔주재 북한대사관 외교관들이 빈번하게 세미나에 참석해서 뉴스메이커가 됐다. 아직 핵문제가 이슈화하지는 않았다. 또 사실상 예비선거에서 대세를 잡은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를 대통령후보로 지명하는 뉴욕전당대회가 그해 여름 예정되어 있어 서울본사에서 기사 주문이 많았다.

그러나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취재활동을 하다 보니 세계가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소냉전이 종결되고 남북한이 유엔에 나란히 가입하고 중국이 급속히 제조업국가로 성장하고 있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세계의 변화와 흐름을 자세하게 짚어내어 외국특파원들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자료였다.

특히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오존구멍확대’와 기후변화가 큰 화제가 되고 있었다. 미국과 소련이 앞서 가고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졸졸 따라가던 안보외교의 시대가 아니라, 기후변화 같은 인류 공통의 문제를 모든 국가가 같이 풀어야 하는 ‘다자외교시대’가 확연해졌다. 리우 유엔환경회의는 다자외교시대로 가는 획기적 전환점이었다.그런 관점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사람이 미국의 앨 고어 상원의원이다.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고어 상원 의원은 물리학자와 토론할 정도로 지구환경 과학에 깊은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사막화 문제에 대한 베스트셀러 ‘위기의 지구’(Earth In The Balance)를 출판해 리우환경회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고어 상원의원은 미국 상원 대표단을 이끌고 리우 회의에 참석해서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탁월한 비전을 갖고 기염을 토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조지 부시로서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고 있었다. 리우 환경회의는 사실 독일 영국 프랑스와 북유럽 등 유럽 국가들이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회의였다. 공화당 출신 부시 대통령은 리우 회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회의 참석도 막판에 가서야 결정했고, 사실 그 때문에 한국정부가 리우 회의에 더욱 관심이 없었다. 한국 외교는 미국을 쫓아가는 게 정답이었던 시대였다.

나는 그해 6월 초 브라질 리우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 뉴욕에 상주하던 다른 언론사의 특파원 네댓 명도 리우 취재여행에 같이 나섰다. 나와 같은 동네에 살던 중앙일보의 박준영특파원(전 전남지사)이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탔고, 리우회의 취재가 끝난 후 아마존 여행도 같이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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