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내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84달러 정도로 예상했는데, 9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물가 예측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오후 한은에서 열린 한은·대한상공회의소 공동 개최 세미나에서 물가·유가와 관련해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8∼9월부터 변동해 걱정스럽고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불확실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인구 고령화 문제에 대해 "고령층 부양을 위한 사회보장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장을 위해 젊은 층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하는데, 젊은 층의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을 하더라도 노인 부양 등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처럼 유교문화에서는 부모가 자식 교육을 다 시켜주고, 내가 아프면 자식이 도와줄 거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부자라서 몇 백만원씩 내고 고급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해외 노동자들을 데이케어나 노인 부양에 근무하게 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도 "뭘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는데, 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환영사에서 "고위험·고성장 첨단기술 분야의 고통을 참을 수 있는 인내 자본 형성을 위해 국가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민간 투자가 안 되는 부분을 국가지주회사가 투자하고, 투자된 것을 민간에 위탁 운영시키는 '리버스 BTL'(역 임대형 민간투자사업)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기업이 직접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직접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모양새를 보이면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디어는 받아들이되 어떤 형태로 갈 것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한국 경제의 복합적인 당면 문제를 돌파하려면 인적자원, 기술, 제도·정책의 종합적인 개혁과 함께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화 교수는 "한국 경제가 성장 잠재력 하락, 소득과 부의 불평등 지속, 고물가와 금융 불안정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한 뒤 "무역시장 다변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산업구조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 등 무역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경제 안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