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국내 종합패션유통 분야 중견기업인 패션그룹형지(회장 최병오·70)가 2세 경영체제를 한층 더 강화하고 나섰다.
1일 패션그룹형지는 오너 2세인 최준호(39) 사장이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한다고 밝혔다. 그는 패션그룹형지 창업주 최병오 회장의 장남이다.
최 부회장은 단국대 행정학과를 나와 2011년 형지에 입사한 후 13년 동안 구매 및 생산, 재무 등 여러 분야에서 실무를 익히며 승계 수업을 받아 왔다.
2018년 그룹 통합구매생산 총괄본부장, 2020년 공급 운영부문 대표 등을 맡았다. 구매·생산부터 재무 부문 최고 임원 역할까지 경험했다.
이어 2021년 5월 골프 웨어 업체 까스텔바작 대표이사에 올랐다. 당시 최병오 회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아들 최준호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공개리에 무한한 신임을 드러낸 바 있다.
최 대표는 2021년 12월 모기업 패션그룹형지 사장직도 겸하게 됐고 약 2년이 지난 이번에 다시 모기업 패션그룹형지 총괄 부회장을 맡기에 이르렀다. 회장직(경영권) 승계 직전 직책까지 올라 23개 브랜드, 전국 2,300여 매장의 운영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그의 부회장 승진은 그동안 경영 혁신과 신사업 육성을 통해 이뤄낸 실적 개선, 미국·동남아·유럽 등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글로벌 형지' 전략 본격화 행보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최 부회장은 부친 최병오 회장을 보좌해 원가 경쟁력 확보, 매장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한 판매율 제고, 재고 감소 등에 이바지해 왔다. 또 미국 군납 시장 진출 가시화, LA K패션 글로벌 타운 조성 사업 등도 추진했다.
그가 2년 넘게 대표를 맡았던 까스텔바작의 경우 올해 2분기 연속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학생복 업체인 계열사 형지엘리트는 스포츠 상품화 사업 진출을 통해 그룹의 신성장 동력 마련에 일조토록 했다. 형지엘리트는 내년 매출 1,000억 원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
또 30대 CEO로는 보기 드물게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여러 차례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4월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베트남, 폴란드, 인도네시아 순방길에 함께 하며 정부의 경제외교에 힘을 보탰다. 최근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순방 때도 동행했다.
최 부회장은 이번 승진에 즈음해 "대내외적인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중요한 자리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성장을 이어가는 동시에 신사업 육성과 해외 사업 확대, '글로벌 형지' 실현 등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패션그룹형지 그룹은 창업자 최병오 회장이 40여 년 동안 집념과 도전으로 일궈낸 기업 성공 신화로 유명하다. 한국 섬유패션업계는 물론 재계 전체에 널리 정평이 나 있다.
1982년 서울 광장시장의 1평 남짓한 작은 소매상에서 그의 옷 사업은 출발했다. "평생 남보다 반의 반 발자국 더"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옷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 드리겠다"는 신념과 패션을 향한 불같은 열정을 밑천으로 맨땅에서 시작한 사업이었다.
특히 1996년 론칭한 '크로커다일 레이디'가 대박을 치며 국내 3050 여성 캐주얼 시장을 새로 일구다시피 하면서 여성복 시장 1등 브랜드로 등극했다.
오늘날엔 국내외에 10여 개 계열사(미국·중국·프랑스 계열사 각 1개씩)를 거느린 종합패션유통 분야 중견 그룹으로 성장했다. 여성복에 이어 남성복, 골프 웨어, 학생복, 유통사업, 제화잡화, 유니폼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모기업 패션그룹형지 아래에 까스텔바작, 형지에스콰이어, 아트몰링, 네오패션 형지, 형지엘리트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그룹 연결 매출은 3,511억 원, 당기순이익은 771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