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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 청나라 강희제의 탕평책
[김성희의 역사갈피] 청나라 강희제의 탕평책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3.10.2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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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이끌 역량 부족해 한족 지식인들의 참여가 필요해지자 포용 정책 펼쳐
한족 유학자 대상으로 별도 고시 치러 명나라 역사서 쓰도록해 정치참여 유도
기용하지 못하더라도 덕으로 새장 안에서 그 기세를 꺾어 제도권 안에서 수용
지식인은 원래 세상에 나가 벼슬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데 힘을 보태는 경세치용을 갈망하는 존재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재위 1661~1722)는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제왕 중 하나로 꼽힌다.

무려 61년이나 권좌에 있으면서 내치와 외교 모두 탁월한 업적을 쌓아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끈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데 그 이면에는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과 피지배민족인 한족의 동화를 이뤄낸 덕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사를 빛낸 리더와 참모들의 비법을 길어낸 『막료학』(쥐런 지음, 들녘)에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당시 중원을 차지한 만주족은 나라를 이끌 역량이 충분치 않았다. 때문에 한족 지식인들의 참여가 필요했지만 그들은 명나라 왕조에 대한 충성심, 민족적 자존심이 작용해 출사를 꺼렸다. 강희제는 한족 지식인을 감화시키고 능력 있는 이들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섬서총독 악선이 관중의 이름난 학자 이옹을 추천했으나 이옹은 병을 핑계로 입경하여 벼슬하기를 거부했다.

강희제가 고위 관리들을 문병 보내 병이 나은 후 출사(出仕)하기를 권했으나 계속 거부당하자, 1730년 서안을 시찰하려 갔다가 이옹의 집 근처까지 가서 병문안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결국 뜻을 굽힌 이옹은 자신 대신 아들을 보내 강희제를 섬기게 했다. 그러자 강희제는 이옹에게 '지조고결(志操高潔)'이란 편액을 내려 표창하고 순무 악해에게 이옹을 잘 보살피도록 했다.

책의 지은이는 강희제가 이옹의 재능을 중시해서 그리 한 것이 아니라 한족 지식들을 대하는 자신의 성의와 제왕의 품덕을 과시하기 위한 제스추어였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한족 지식인을 회유하기 위한 강희제의 지략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족 유학자들을 대상으로 박학홍사과(博學鴻詞科)란 별도 고시를 치렀는데, 재능이 뛰어난 몇몇은 엉터리 답안을 내기도 했지만 강희제는 53명을 뽑아 한림원 벼슬을 주고 명나라 역사를 편찬하게 했다. 이는 절묘한 한 수였으니 명나라 신하를 자처했던 한족 학자들에게 명사(明史) 편찬이란 명분을 주어 청나라 조정에 참여할 길을 터주었기 때문이다.

지식인은 원래 세상에 나가 벼슬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데 힘을 보태는 경세치용을 갈망하는 존재다. 그런데 당시는 청나라를 세운 지 오래지 않아 지식인들을 압박하면 반청 세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컸다. 강희제는 이들이 숨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명분을 주어, 이후 건륭제까지 이어지는 청나라 전성기의 토대를 닦았던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내가 기용하지 못하더라도 덕으로 그들을 새장 안에 그 의지를 꺾으면 반대 세력에 이용당하지 않는다." 여야 할 것 없이 비윤, 비명하며 소란스럽기에 꺼내 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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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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