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 깃점을 중심으로 1평 넓이의 벼를 직접 베어내
통계청은 18일 경북 상주시 함창읍 오사리에서 쌀 생산량 조사 시연회를 했다. 정부의 쌀 비축 등 식량수급 계획과 농산물 가격 안정, 농업소득 추계 등 농업정책의 기반으로 활용되는 쌀 생산량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벼가 익어 노란빛을 띠는 논에 깃발 두 개가 꽂혔다. 시연회에서 벼를 벨 자리로 쌀 생산량 조사의 기초 자료가 되는 표본구역이다. 쌀 생산량을 빠르게 조사해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로 진행한다.
조사는 경작자가 수확하는 날짜에 맞춰 통상 9월부터 개시한다. 올해는 6300개 표본구역에서 조사가 진행된다. 통계청 본청에서 표본 필지를 지방청으로 보내면 각 사무소가 표본 필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고, 경작자의 협조를 구해 조사를 시작한다.
표본 경작지에서 두렁과 두렁 사이가 가장 긴 지점이 벼를 벨 후보 구역이다. 가장 긴 지점을 선택하는 이유는 최대한 무작위로 표본 포구를 선정하기 위해서다. 난수표(숫자를 무질서하게 배열한 표)를 활용해 후보 구역 중 두 곳을 표본 포구로 정한다. 이런 과정이 지도 앱을 바탕으로 진행돼 지도와 줄자로 진행됐던 과거보다 정확성이 높아졌다.
표본 포구가 정해지면 조사의 기초 자료가 될 표본 벼를 채취한다. 깃발이 꽂힌 표본 기점을 중심으로 1평(3.3㎡) 정도 넓이에 있는 벼를 조사원들이 직접 베어낸다.
표본 포구 두 곳에서 채취한 벼들은 탈곡기로 갈아 낟알을 수거한다. 낟알에서 쭉정이(껍질만 있고 알맹이가 들어있지 않은 곡식) 등 이물질도 걸러낸다. 이 작업에는 '풍구'가 활용된다. 바람을 활용해 가벼운 쭉정이는 멀리 날려 보낸다.
수거된 낟알들은 수분 함양률이 15%가 되도록 건조한다. 현미를 얻어낸 뒤에도 수분 함양률을 측정해 기준에 벗어나는 경우 이를 환산해 생산량에 반영한다. 건조된 낟알은 도정기에 넣어 껍질을 벗기고 현미를 채취한다.
이 때 1.6㎜ 이상이 되는 현미를 골라낸다. 시중에 유통되는 쌀 기준에 맞춰 쌀 생산량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렇게 구한 1.6㎜ 이상 현미의 무게, 수분 함양률 등을 바탕으로 미리 정해진 계산식에 집어넣어 10a(아르: 100㎡)당 생산량을 구한다.
재배면적 조사에는 위치기반 시스템(GPS)이 활용된다. 조사원이 경작지 경계를 돌아다니면 GPS 기반으로 파악한 조사원 위치와 위성 사진상의 경작지를 비교해 보완한다. 과거 손으로 일일이 경지를 지도에 그린 뒤 사무실로 가서 시스템에 써넣는 것보다 정확성을 높였다.
이렇게 구한 경지 재배면적과 10a당 생산량을 바탕으로 통계청은 쌀 생산량을 공표한다.
통계청의 쌀 생산량 조사는 위성사진, GPS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지만 여전히 사람 손이 많이 간다. 통계청 직원은 연 5회 직접 현장을 찾아 경작지 작물을 조사한다. 최초에 어떤 작물이 심겼는지, 이후 작물이 계속 심어졌는지, 다른 작물로 바뀌었는지 등을 확인한다.
벼를 수확하고 낟알을 골라낸 뒤 무게를 재는 작업도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통계청의 쌀 생산량 조사는 통계청 조사인력 700∼8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조사다. 전체 조사원 2400명의 3분의 1 정도가 참여한다.
통계청 쌀 생산량 조사는 10월 말까지 진행된다. 올해 전국 쌀 생산량 조사는 11월 14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