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조업체들의 4분기 경기가 3분기와 마찬가지로 부진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조사에 응한 기업의 60% 상당이 중국경제 침체, 고유가, 내수부진 등으로 연초에 세운 올해 영업이익 목표 달성이 힘들 것이란 답변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이달 4~15일 사이 전국 2,28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산출 결과에 따르면 4분기 BSI 전망치는 84로 지난 3분기 전망치 91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3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인 데다 그 하락 폭도 더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 주목된다.
수출과 내수기업별로 나눠 산출한 부문별 BSI 전망치도 내수(3분기 90→4분기 84), 수출(3분기 94→83) 모두 전 분기 대비 6포인트와 11포인트의 비교적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여기서 말하는 경기전망지수(BSI)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이며 100 이하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대부분의 업종이 전망 기준치(100) 이하로 집계되는 등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바이오, 배터리 업종만큼은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108), 배터리 등 전기장비(104) 업종의 경우 기준치 100을 상회하며 4분기 업황 상승이 기대됐다.
수출 주력산업들의 4분기 경기전망도 엇갈렸다. 조선(99), 화장품(97), 자동차(92)의 경우는 근소한 차이로 '부정적 전망'이 '긍정적 전망'보다 많았다. 하지만 전체 산업 평균(84)에 비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를 포함한 IT·가전(78), 철강(76), 정유·석유화학(73) 업종의 경우는 전망치가 70대로 떨어지며 부진세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6월 이래 코로나 엔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에서 주기적 유행 단계로 전환) 효과를 보던 식음료(91) 역시 4분기 전망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조사 결과와 관련,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국경제 부진과 IT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수출 회복세가 불투명한 가운데 최근 이어진 유가 급등세마저 장기화할 경우 물가상승과 소비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에너지 및 원자재가 인상은 수출 회복세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우리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연말까지 3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올해 경영실적이 목표에 미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주목됐다.
"현재 경영실적 추세로 볼 때 연초에 세운 올해 영업이익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한 기업의 59.2%가 "목표에 미달할 것"이란 답변을 내놓았다. "목표를 달성할 것"이란 답변은 38.1%였으며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영업이익 목표 달성이 힘들 것으로 전망한 이유로는 '내수 판매 부진'을 꼽은 기업이 71.9%로 가장 많았다. (복수응답 포함)
또 '해외시장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 37.9%, '고금리 등 자금조달비용 상승' 26.0%, '유가·환율 변동성 심화' 22.5%, '원부자재 수급 차질' 18.5%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 김현수 경제정책팀장은 "업계가 수출 주도의 경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경제의 하방 리스크와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 증대 등은 경기회복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8월 물가상승률이 다시 3%대로 반등한 가운데 고금리로 인한 민간부채 부담마저 증가해 민간소비 회복이 지연될 경우 수출과 내수 그 어느 쪽에도 회복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