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23:35 (화)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⑩ 원숭이 엄마의 과잉보호 명암---자유무역 VS 보호무역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⑩ 원숭이 엄마의 과잉보호 명암---자유무역 VS 보호무역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sms085@naver.com
  • 승인 2023.09.2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모의 편애와 과보호가 아이 망치듯 온실서 자란 화초보다 들판의 야생화가 더 생명력 강해
보호무역은 취약한 국내 산업 경쟁력 갖추는 시간 벌지만 상대국의 보복으로 수출 시장 잃어

어느 숲 속에 어미 원숭이가 새끼 두 마리를 키우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태어난 새끼 두 마리 중 유독 한 마리를 더욱 사랑하여 늘 안고 다녔습니다. 어미의 관심을 받지 못한 다른 새끼 원숭이는 혼자서 외롭게 나무를 오르내리며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숲에 사는 다른 원숭이들이 습격해왔고, 어미 원숭이는 평소 사랑하는 새끼가 다칠세라 더욱 꼭 껴안고 피해 다녔습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이웃 원숭이들이 물러가고 한바탕 소동이 진정되자 어미 원숭이는 한숨을 돌리며 품에 안고 있던 새끼를 들여다보곤 깜짝 놀랐습니다. 어미가 너무 꼭 껴안고 도망 다닌 탓에 숨이 막힌 새끼가 그만 죽어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혼자서 이 나무 저 나무를 오르며 먹이를 찾던 다른 새끼 원숭이는 평소처럼 이리저리 피해 다닌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

순수 보호무역, 순수 자유무역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이 우솝우화는 부모의 편애와 과보호는 아이를 망친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보다 들판의 야생화가 더 생명력이 강한 법입니다. 프랑스의 사상가 장자크 루소는 자식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나 무엇이든지 손에 넣을 수 있게 해주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중한 아이일수록 일정한 거리 두기를 해야 스스로 시련을 극복하는 힘을 키우고 자신감을 갖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과보호가 나쁘지만 무관심도 나쁩니다. 잘 먹이고 용돈을 많이 준다고 아이가 행복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가난해도 감정을 함께 했던 부모의 아이가 행복을 더 느낀다고 합니다. 사랑의 본질은 스킨십을 하는 것이 원천적인 방법이므로 많이 안아주고 많이 쓰다듬어 줘야 합니다. 과보호는 금물이지만 어느 정도의 보호는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부자 나라가 사용하는 자유무역= 이 원숭이 엄마 우화가 전하는 교훈은 나라와 나라 간에 재화와 서비스가 거래되는 무역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무역에는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이 있는데, 자유무역을 채택한 나라가 훨씬 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무역은 정부가 가급적 개입을 삼가는 것이고, 보호무역은 정부가 다양한 정책 수단으로 적극 개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경제학자들도 보호무역보다는 자유무역이 자원과 노동력의 생산성을 증가시켜 더 많은 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왜 그런지는 무역의 발생 원인을 뜯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6·25 전쟁 중인 1952년 열대과일인 바나나가 갑자기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인들은 국내 재배가 안 돼 구경조차 할 수 없던 바나나가 마냥 신기했지만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해진 걸까요? 그건 바로 한국과 타이완이 바나나와 사과를 서로 수출입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양국이 물물교환 형태인 '바터무역(barter trade)'을 한 건데, 이 덕분에 사과만 먹던 한국 사람과 바나나만 먹던 타이완 사람이 사과도 먹고 바나나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대만으로 수출 길이 열린 국내 사과 재배 농가들은 농가소득도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무역은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가 국가마다 다른 상황에서 무역을 하면 자급자족을 하는 것보다 서로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자유무역의 최대 무기는 '국제 분업(한국은 사과, 대만은 바나나 생산에 특화)'입니다. 국제 분업은 주어진 자원을 가장 효율적인 용도와 방식으로 국경을 초월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합니다. 역으로 물질적 욕구를 무역을 통하지 않고 자급자족을 통해 충족시키려 한다면 사람들의 생활이 매우 비참해질 것은 분명합니다. 그건 우리나라가 바나나를 수입하지 않고 국내 재배를 통해 수요를 충당하는 경우를 상상하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우리나라는 바나나 생산 여건이 맞지 않아 대만산에 비해 맛이나 크기가 훨씬 못할 테고 사과 농가는 수출을 기대하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국내 바나나 가격도 대만산보다 훨씬 비싸겠죠.

국제분업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것은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석류나무, 사과나무, 올리브 나무의 다툼'편 참조)입니다. 각 나라가 외국보다 싸게 생산되는 상품을 자국내에서 필요 이상으로 생산해 소비하고 남는 잉여분을 수출하고, 이것과의 교환을 통해 외국산보다 생산비가 많이 드는 상품을 수입한다면 세계 전체 자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돼 전 세계적으로 이익이 된다 것이 비교우위론입니다. 여기서 각국이 생산 능력에 따라 특정 상품의 생산에 특화하는 것을 국제분업이라 하고, 국제분업에 따라 자유무역이 성립된다는 것입니다.

비교우위론은 20세기 초반의 무역패턴을 명확하게 설명해줍니다. 산업혁명에 성공한 1910년대 영국은 자신들이 가진 제조업상품을 주로 수출하고 비제조업상품을 수입했습니다. 특화된 제조업 상품은 수출만 되고 특화하지 않은 비제조업 상품은 수입되는 양상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산업간 무역의 모습이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합니다. 1990년대 영국은 제조업 상품의 수출· 수입이 비슷한 비중으로 동시에 발생하면서 똑같은 산업 내부에서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제조업 상품(특화상품)이 주로 수출되었고, 비제조업상품(비특화상품)은 수입되던 1910년대와는 다릅니다. 오늘날 무역패턴의 특징은 서로 비슷한 국가끼리 무역하고, 서로 같은 산업내 무역이 이루어지면서 차별화된 상품이 수출입됩니다. 비교우위론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무역패턴을 설명하기 위해 '신국제무역이론'이 등장했습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각국이 모든 면에서 서로 동일하다 해도 국제무역과 국제 분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삼성전자가 만드는 갤럭시 스마트폰이 미국에 수출되고 미국의 애플이 생산하는 아이폰이 수입되는 것을 보면 현대 무역은 비교우위론보다는 신국제무역이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산품 애용' 보호무역= 다시 바나나 이야기입니다. 바나나 수입으로 인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사과나 배 등 전통 과일 소비를 줄인다고 가정해보죠. 전국의 과일 재배 농가들이 바나나 때문에 다른 과일이 잘 안 팔린다며 아우성을 칠 것입니다. 사실 자유무역은 외국보다 뒤떨어진 산업분야의 생산을 감소하게 하고. 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어요. 또 취약산업의 생산 김소로 물가가 오르기도 하고요. 결국 자유무역은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해 세계 빈부의 격차를 확대시킨다는 비판을 받게 됩니다.

이럴 경우 정부가 나서서 보호무역의 칼을 빼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관세율 인상, 수입량을 제한하는 수입할당제, 특정 품목의 수입제한, 수입과징금 부과, 수출보조금 지급 등 외국과의 무역에 국가가 개입해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 보호무역입니다.

보호무역을 하게 되면 취약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발전시켜 경쟁력을 갖추는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습니다. 이건 보호무역을 실시하는 국가 입장에 보면 엄청난 장점입니다. 보호무역 기간 동안 자국 산업이 중흥기를 맞이 한다면 강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됩니다. 자원이 많은 나라는 수출가격을 올리고, 관세수입이 늘어나 나라 곳간이 풍성해집니다.

그러나 보호무역 역시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값싼 외국 제품 대신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국내 제품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역 상대국들도 보복에 나서 수입을 제한하게 되면 수출 시장을 잃게 돼 관련 업계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됩니다.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어들어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게 되고, 이게 부메랑이 되어 보호무역을 실시한 국가에게 날아옵니다.

그러고 보니 국제 무역은 이래도 탈, 저래도 탈이 네요. 따지고 보면 순수 보호무역, 순수 자유무역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강대국들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사이를 오가며 국제무역을 쥐락펴락했습니다. 19세기 세계 최강의 산업국이었던 영국은 자국 수출품이 어떤 시장에서든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자유무역 정책을 추구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당시 독일과 미국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국 산업을 영국 수출품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보호무역으로 맞섰습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세계 최강의 산업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자유무역을 주장한 반면, 독일·일본 같은 패전국들은 보호무역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 상황이 다시 역전됐습니다. 미국이 강력한 보호무역으로 돌아섰고 독일과 일본은 자유무역을 외쳤습니다. 그러고 보니 각 나라는 살만 하면 자유무역을, 형편이 어려우면 보호무역을 선호하는가 봅니다.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