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09:10 (수)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25) 근무 통제가 '불가능'한 시대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25) 근무 통제가 '불가능'한 시대
  • 권능오 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3.09.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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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처럼 업무가 규격화되지 않고 직종마다 성과목표 다른 정신 근로자 확대
영업직은 실제 근무를 했는지 묻지 않고 필요한 일정시간 근무한 것으로 간주
적정인원이나 '적정TO'는 옛말…새로운 시각으로 인력관리 패러다임 고민을
 회사 업무의 질이 근본적으로 변한 이유는"정신근로 직원"의 대대적 확산이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지금의 회사 직원들은 더 이상 옛날의 공장형 근로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많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직원이 업무프로세스와 업무 질까지도 결정한다.

최근 다행히 종결되었지만 얼마 전 코로나 환경에서 재택근로자가 크게 늘어났었던 것도 그 근저에는 직원들의 업무가 이렇게 재량화되어 있었기에 가능했지 만약 과거처럼 업무가 규격화되어 있었고 회사의 통제가 필요했다면 재택근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회사 업무의 질이 근본적으로 변한 이유는"정신근로 직원"의 대대적 확대이다. 이들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재량형 근로자"이다. 글자 그대로 업무 수행시간, 수행방법에 직원의 재량이 크고 회사가 구체적으로 근무방법을 지시하기 어려운 근로자들이다. 우리 노동법은 오래전에 이런 직원들의 탄생을 예상하여 기자, 연구직 등의 직종들에 대해서는"재량근로자"라 하여 일정 요건을 갖추면 근로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했다.

심지어 지금의 주 52시간제에서도 재량근로자는 노사 간 합의하면 얼마든지 초과근무할 수 있고, 회사는 여기에 시간외수당 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간주시간형 근로자"들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업직이다.출·퇴근시간 같은 근무시간이 아니라 실적이 우선시 되는 직원들이다. 밤에 거래선과 접대업무를 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낮에 잠깐 사우나에서 눈을 붙일 수도 있다. 이런 영업직들에 대해서는 하루 몇 시간을 실제 근무를 했는지를 묻지 않고 필요한 일정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보는"간주근로시간제도"가 노동법에 도입되어 있다.

셋째,"창의형 근로자"들이다. 재량근로자들보다도 업무의 독창성을 더욱 발휘하는 사내 변호사, 디자이너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에게는 업무의 목표만 주어질 뿐 콘셉트 설정부터 완성까지 순전히 직원의 창의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일의 속도 및 결과물에 대해 회사가 관여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런 정신근로 직원들의 확대가 회사 인력관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첫째, 회사 적정인원수 파악을 위한 과거의 직무분석방법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국내 모 기업에서 전사 직무분석을 인사팀 직원을 동원하여 시도했다가 시작 보름 만에 중단하고 그때까지 수집된 자료들을 폐기한 일이 있는데, 같은 업무라도 A 직원은 반나절이 걸린다 하고 B 직원은 30분 정도 걸린다고 대답하는 등 개별 직무의 표준시간을 설정할 수 없어 결국 분석작업을 중도에 중단한 일이 있다.

둘째, 회사의"적정인원수" 파악을 어렵게 만들었다. 재량·창의형 근로자들의 업무적 특성과 직무분석 방법의 실패로 "우리 회사·부서의 적정인력이 얼마인지" 파악이 곤란해졌다. 이는"인원계획목표 및 달성"이라는 전통적 인력관리 기법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우리 회사의 적정인원수는 몇 명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관리기법과 사고방식이 옛날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 때문이다.

셋째, 사무직 노조 결성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회사가 정신적 근로자들에 대해 업무시간에 대한 통제가 어렵자 그 대신"성과물"을 강조하고 성과에 따른 성과급 차이를 직원 간에 많이 두게 되자, 필연적으로 불만을 초래하는 그룹들이 등장, 최근 2~3년간 이들로 하여금 사무직 노조 결성 바람을 불게 했다.

이제 회사의"적정인원"이니"적정TO"니 하는 말은"시지프스 신화"가 돼버렸다. 과거 방식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회사 인력관리 패러다임을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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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오 노무사.
권능오 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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