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유족과 신속하게 합의를 진행하는 게 급선무…형사 합의금은 요즘 대개 3,000만원선
본인이 아무리 조심스럽게 차량을 운행하더라도 다른 운전자도 있고 보행자도 늘상 있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상대방에 비해 본인의 과실비율은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경우 운나쁘게도 만약 차대차가 아닌 차대 보행자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보행자가 사망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어떤 이유에서건 운전자로서 망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소중한 가족을 잃은 가족의 슬픔에 애도를 표하는 것이 우선이기는 하다.
다만 이와 별개로 법적으로 운전자가 어떻게 처벌되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무죄를 받는지 한 번 살펴보자.
교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형사적으로 경찰 조사 후 불기소처분(공소권 없음)을 받는 것은 죄가 없어서가 아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및 제4조에 따라 피해자와 합의가 되거나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소위 12대 과실 및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경우, 그리고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라도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불기소처분이 아닌 기소처분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교통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는 경우 수사기관은 원칙적으로 불기소가 아닌 기소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게 된다. 운전자에게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라도 운전자의 횡단보도의 전방주시 의무를 포함하여 워낙 주의의무 자체가 광범위하다보니 약간의 과실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이면 운전자에 대해 즉각적으로 기소를 하게 된다. 운전자로서는 본인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운 나쁘게도 보행자가 사망하게 되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하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니 몹시 당황스럽고 억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망사고인지라 운전자 입장에서는 과실 여부를 따지기 앞서 실형이 선고될 염려가 있어 재판이 영 부담스럽다. 결국 안전하게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유족와 신속하게 합의를 진행하는 게 우선이다. 민사 손해배상금은 보험사가 지급하니 이에 대해서 합의할 필요는 없고 형사 합의금만 피해자에게 지급하면 된다. 현재 통상적인 사망사고의 형사 합의금은 3,000만 원이다. 이는 피해자 입장에서 민사손해배상액과 별도이니 피해자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한편,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피해자와 합의를 하게되면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운전자에게 정말 과실이 없는 경우라면 무과실을 이유로 무죄를 다퉈볼 수 있다. 필자도 변호인으로서 피해자와 합의한 후에도 '공사가림막이 있어 보행자가 튀어나오는 상황을 도저히 예견할 수 없었던 횡당보도 사고'가 문제된 사건에서 재판과정에서 무죄를 받은 바 있고, 또한 '깜깜한 한밤 중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발생한 2차 역과 사고'가 문제된 사건에서도 법리적 다툼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참고로 재판부도 운전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경우 좀 더 유연한 입장에서 운전자의 과실 유무에 대해 깊이 숙고하여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보험처리로 마무리될 수 있는 일반적 사건이 아닌 교통사고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와의 합의, 무혐의 내지 무죄 다툼이 가능한지 여부 등 사건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조언을 받아 진행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필수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수사기관의 조사에 대처하고 재판에 임한다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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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제52회 사법시험(연수원 42기)에 합격했다. 중앙일보 지주회사격인 중앙미디어네크워크 법무팀에서 사내 변호사로 다년간 근무를 했다. 이후 법무법인 고도에서 민ㆍ형사,행정,가사 사건을 맡아 처리하였고 현재는 IBS 법률사무소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 하고 있다. 각종 스타트업 등 회사의 법률자문 및 서대문 경찰서 자문, 포항공대 옴부즈만을 맡고 있으며 드라마 '라이브' 제작 자문도 맡았다. 그 외 '궁금한 이야기y'. MBC 뉴스에도 출연해 까다로운 법률용어를 쉽게 풀어내는 수완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