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21:20 (화)
[독점연재] 정주영 히스토리 (22) 현대 닮아가는 체육회
[독점연재] 정주영 히스토리 (22) 현대 닮아가는 체육회
  •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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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16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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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 아시아게임서 종합3위에 북한도 따돌리자 귀국 카퍼레이드 준비 비상
정회장, 선수단의 12월 입국 감안, 하루 저녁에 털모자,목도리,장갑 준비 지시
급해진 체육회,현대그룹에 SOS하자 현대그룹측"절대로 안된다는 소리 말라"

뉴델리 아시안게임은 중국이 출전한 첫 아시안게임이었다. 중국은 대국답게 첫 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전까지는 일본의 독무대였다. 일본은 8회 연속 1위였고, 이번에도 9연패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61개의 금메달(은 51, 동 41)을 따내면서 일본(금 57, 은 52, 동 44)을 제치고, 스포츠 강국임을 입증했다. 한국은 최종 28개의 금메달(은 28, 동 37)을 획득, 17개의 금메달 (은 19, 동 20)에 그친 북한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종합 3위에 올랐다. 북한에 질 거라 예상했었는데 오히려 북한보다 11개의 금메달을 더 따낸, 넉넉한 승리였다.

체육회와 선수단 모두 긴장하고,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현지에서도 기분이 좋았겠지만 보고를 받는 정 회장의 얼굴에도 연신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1974년 제7회 이란 테헤란아시안게임 때 레슬링 남자 자유형 페더급에서 금메달을 딴 양정모(왼쪽) 선수와 코치진이 9월 18일 귀국하자 서울시내에서 환영 카퍼레이드를 했다. 사진= 국가기록원.
1974년 제7회 이란 테헤란 아시안게임 때 레슬링 남자 자유형 페더급에서 금메달을 딴 양정모(왼쪽) 선수와 코치진이 9월 18일 귀국해 서울 시내에서 환영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기록원.

당시에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김포 공항부터 서울 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다. 선수단은 12월 7일 귀국했다. 전경련 회장이기도 했던 정 회장은 경제 시찰을 마치고 전날인 6일 귀국했다. 바쁜 일정이었다. 배 국장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오후 6시경 공항 귀빈실에서 바로 보고를 했다. 아시안게임에 대한 종합 보고와 함께 다음 날 카퍼레이드 일정도 보고했다. 맨 앞 차에 정 회장이 타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이 차는 대통령이 사열할 때만 사용하는 차인데 민간인으로는 회장님이 처음 타시는 겁니다."

대회 성적도 좋았고, 귀국 행사도 잘 준비되었다는 보고에 정 회장은 매우 좋아했다.

12월이었다. 40년 전 겨울은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웠다.

"더운 뉴델리에 있다가 오니까 선수들이 더 추울 거야. 더구나 카퍼레이드까지 하니까 털모자, 목도리, 장갑 사서 선수들에게 전부 주도록 하세요."

배 국장도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정 회장의 배려심에 감탄하고 놀라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선수단 규모는 280명, 이미 오후 7시가 넘어가는데 그 저녁에 어디서 털모자와 목도리, 장갑을 한꺼번에 300개씩 구하나. 이렇게 갑자기 지시받은 적은 이전에 없었기에 매우 당황했다.

현대 비서실에 고충을 토로했다. 도움을 요청한 것인데 현대 비서실에서는 오히려 "회장님께 '안 된다'는 소리는 절대로 하지 마세요"하고 신신당부를 하더란다.

급해진 배 국장은 곧바로 남대문 시장으로 달려갔다. 이미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정 회장의 스타일을 알게 된 배 국장은 숙직자를 찾아 문 닫은 가게를 돌아다니며 하나씩 일일이 구했다.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다음 날 아침에 공항에서 선수들에게 지급할 수 있었다. 정주영 체육회장 밑에서 어느새 대한체육회의 일 처리도 현대그룹을 닮아가고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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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대한일보와 합동 통신사를 거쳐 중앙일보 체육부장, 부국장을 역임했다. 1984년 LA 올림픽, 86 서울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90 베이징아시안게임,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체육기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삼성 스포츠단 상무와 명지대 체육부장 등 계속 체육계에서 일했다. 고려대 체육언론인회 회장과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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