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03:25 (수)
'골프의 깊은 묘미' 일깨운 고진영의 '샷들림'
'골프의 깊은 묘미' 일깨운 고진영의 '샷들림'
  •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 yunheelife2@naver.com
  • 승인 2019.08.26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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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겸손 그리고 승부처를 읽는 후각은 '골퍼의 고질' 입스를 날리는 '묘약'

고진영의 강한 샷은 어디서 나올까. 승부처에 집중하는 원동력은 뭘까. 캐나다 퍼시픽(CP) 여자오픈에서 우승(한국시간 26일 새벽 6시30분)하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4승을 올린 고진영.그의  마음가짐(mindset)이 경쟁력이다.

이날 고진영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전반 9번홀 파5에서 그의 두번째 샷은 오른쪽으로 밀리며 깊은 덤블속으로 빠졌다. 도저히 샷을 날릴수 없는 처지였다. 고진영은 바로 언플레이볼을 선언했다. 1벌타를 안고 자신의 캐디에게 드라이버를 요구했다. 볼이 잠긴 곳에서 두 클럽내에서 볼을 내려놔 4번째 샷을 준비했다. 그 거리를 재면서 경기위원에게 볼 위치를 물었다. "퍼펙트"란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준비한 4번째샷은 그림같이 홀 2미터이내에 붙었고 그는 파로 홀을 마무리했다.

만일 그 때 정신력이 무너졌으면 그는 4년만의 '72홀 노보기'우승을 놓쳤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을 바로 인정하고 리커버리샷에 더 열중한 결과다. 어쩌면 그 샷으로 상대방을 질리게 했을 것이다. 결국 그 트러블샷 하나가 '우승'을 예약했고 그 역시 평정심을 그대로 유지할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고진영은 '승부처의 냄새'를 잘 맡는다. 메이저 에비앙의 우승 때도 그렇게 했다. 그러면서도 고진영은 겸손하다. 에비앙과 브리티시오픈일정을 끝내고 국내 삼다수오픈에 참여할 때는 몸을 더욱 낮췄다. '컷통과'가 1차목표라는 말이 '세계랭킹 1위' 여자골퍼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아마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심신이 지쳐 있었음을 인정했을 법하다. 엄살이 아니라 자신의 컨디션과 승부처를 조절할수 있는 멘탈을 가진 선수가 아니라면 그렇게 말할수 없을 것이다.

이런 고진영의 자세를 두고 골프여제 박인비도 혀를 내두른다. 박인비는 삼다수 오픈을 앞두고 "고진영은 퍼트도 잘되고 드라이브 거리도 좋다. 지금 여러분들은 다른 한국 여자 골프의 역사를 보고 있다"며 고진영을 극찬했다. 이에 고진영은 "날마다 컨디션이 다른데 자세가 조금만 틀어지고 미세하게 퍼트가 달라진다. 피곤하면 그린의 브레이크도 잘 안보인다"며 골프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미세한 근육의 기억편차는 늘 골퍼들을 괴롭힌다. 그 점을 알기에 고진영은 잘 될때나 안될때나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얘쓰는지도 모른다.

이날 캐다다퍼시픽 오픈의 하이라이트는 우승세러모니가 어니었다. 고진영의 보여준 배려심이 현장 갤러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실상 우승을 확정하고 마지막 18홀로 다가설때 캐나다 캘러리들은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고진영의 뒤를 바짝 따라오는 캐나다 출신 핸더슨도 박수로 화답했다. 고진영의 우승을 축하하고 캐나다 관중들에게 답례하는 모습이었다. 이 때 고진영은 뒤를 돌아 앤더스의 손을 잡고 함께 그린에 올랐다. 그러면서 속삭였다. "여기 관중들은 너를 위해 모인 거야"라고 말했다. 캐나다 출신의 헨더슨은 메이저대회 1승을 비롯해 LPGA투어에서 9승을 기록 중인 캐나다의 스타 여자 골프다. 헨더슨도 웃으며 "고진영의 우승을 지켜보기 위한 관중들"이라고 화답했다.

이같은 고진영의 행동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경기흐름을 읽은 뒤 경기에 집중하면서도 상대 선수를 배려하는''여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우승행진에서 우리는 골프의 묘미를 더 느끼고 있고 그래서 고진영의 샷을 좋아하는 팬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자세는 골퍼들을 괴롭히는 '입스'('yips) 날리는 묘약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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