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10:22 (수)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22)인건비 고민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22)인건비 고민
  • 권능오 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3.07.3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영 현장서 쓸만한 사람 없고 직원수와 생산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
채용기준이 없거나 모호한 경우가 적잖아 회사에 맞지 않은 직원을 채용한 결과
부서장들의 직원 교육에 대한 무관심과 부하 숫자에 대한 집착마저 생산성 역행
"고인건비 but 저생산성" 문제는 회사 차원의 우수인력 확보 노력과 함께 부서장들의 직원자질 향상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인건비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하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건물 상가에서 영업하는 자영업자의 최대 고민이 임대료라면 요즘 기업들의 최대 고민은 날로 늘어가는 인건비 부담일 것이다.

그런데 회사 경영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인건비는 많이 나가는데 쓸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 또는 "직원수와 생산성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걸까?

첫째, 회사가 처음부터 직원을 "대충" 뽑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채용기준(이른바 "인재상") 자체가 없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고 그 결과 해당 회사에 적합지 않은 직원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그다음 이유로는 경영진 스스로가 자기 회사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회사 브랜드나 임금경쟁력이 취업희망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대기업에 비해 자기 회사의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자신감 부족이 채용과정에서 "이번 지원자들 중에서 혹시 인력을 못 뽑으면 어쩌나?"하는 조바심을 만들게 되고 그러다 보니 좀 더 좋은 자질을 가진 인재를 찾는 노력을 포기한 채 일단 지원자들 중에서 고만고만한 사람을 고르게 된다. "고인건비 but 저생산성" 문제는 이렇게 첫 채용과정에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결과물이다.

둘째, 부서장들의 직원교육에 대한 무관심과 부하 숫자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직원관리는 회사 사장이나 인사팀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현업부서장이 자기가 가진 인사평가권과 교육지도권으로 회사 인사관리의 최소 50% 이상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현업 간부들은 "나는 인사팀에서 주는 인력을 잠시 맡아 실적을 내는 사람이며 직원관리, 특히 문제인력 지도와 처리는 내 소관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부서장들은 만약 자기 밑에 문제직원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대로 방치하다가 인사발령 시즌에 타부서에 해당 직원을 이동시키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그 결과 많은 저성과 직원들이 이 부서, 저 부서를 떠돌며 계속 회사에 남게 된다. 반면에 부서장들은 자기 밑의 인원이 1명이라도 공석이 되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난 듯 무조건 회사에 신규충원을 요청한다. 팀원들 중 자리가 비더라도 충원 없이 부서 운영이 가능한지 우선 따져봐야 하는데 대개의 부서장들은 그러기보다는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인사부서에 "빨리 충원시켜달라"고 요구한다. 그 이유는 "팀원 숫자 = 부서장 파워" 또는 "직원 1명이라도 더 있어야 내가 편안해진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업 간부들의 회사 인사관리에 대한 방관자적이고 이기주의적 자세는 결국 사내에 저성과 인력을 증대시키고 인건비도 함께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셋째, 인건비 예산의 무조건적 집행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연초에 인원계획 및 인건비예산을 세우는데 연말에 실적을 보면 세운 예산 거의 전부가 집행되어 있다. 이는 인건비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들의 일반비용 예산도 마찬가지인데 심지어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조직도 행태가 비슷한 것 같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 이라 불리는 가즈오 회장이 파산한 일본항공(JAL)을 직원 수를 5만 명에서 3만 명까지 줄이는 대대적 개혁을 주도하면서 JAL 임원들에게 "예산이란 단지 연초의 추정치일 뿐인데 예산을 마치 허가받은 비용인 양 당연히 집행했던 태도에서 JAL 몰락의 비극이 있었다" 라고 한 말은 깊이 음미해 볼 만한 이야기이다.

결국 "고인건비 but 저생산성" 문제는 회사 차원의 우수인력 확보 노력과 함께 부서장들의 직원자질 향상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인건비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

권능오 노무사
권능오 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