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연 3.5% 수준에서 유지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간 상황에서 무리하게 금리를 올려 수출 부진과 새마을금고 사태 등으로 불안한 경기와 금융을 위축시켜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오전 9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 2·4·5월에 이어 4차례 연속 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한은이 금리 동결을 결정한 데는 무엇보다 불안한 경기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과 내수 회복 지연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하반기 경기 반등, '상저하고' 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7월 초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0.2%포인트 낮췄다.
최근 불거진 새마을금고 대출 연체율 상승과 예금인출 사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긴축 정책의 가장 중요한 배경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은 줄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6월 대비 2.7% 올랐다. 2%대 물가상승률은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미국 금리와의 격차는 1.75%포인트(한국 3.50%, 미국 5.00∼5.25%)로 유지됐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26일 시장의 관측대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만 밟아도 금리 차이는 2.00%포인트로 벌어진다.
한은이나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2%대 금리 역전 폭으로 그만큼 외국인 투자금 이탈이나 원화가치 약세(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