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금융회사의 시중은행 전환이 허용되고,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지방은행에 대한 신규 인가가 추진된다. 과점 체제인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을 넣어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포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이런 내용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과점 체제가 이자 장사에 치중하는 관행으로 이어졌다는 판단 아래 지난 2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경쟁촉진 방안을 논의해왔다.
금융당국은 먼저 단시일 내 안정적이고 실효적인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이 전국 지점망을 가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된다.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가 정책도 '오픈 포지션'으로 전환된다. 지금까진 금융당국에서 인가 방침을 먼저 발표한 뒤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으나, 앞으로는 자금력과 적절한 사업 계획만 갖추면 언제든 인가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 지점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력을 높여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한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 범위가 확대되고, 외국계 은행 원화 예대율 규제가 완화된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대출 활성화, 핀테크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 업무 범위 확대 등 금융회사와 IT 간 협업도 확대한다. 기존 금융회사 간 대출·예금 금리 경쟁도 촉진한다.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는 연내 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한다.
그러나 TF 논의 초반 핵심 과제였던 특화 전문은행이나 스몰 라이선스(소규모 인허가) 도입은 미뤄졌다.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권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은행의 핵심 기능인 수신 및 지급 결제 부분에서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 났다.
은행권 금리 및 성과급 체계도 개편한다. 시장금리의 급격한 변동이 대부분 차주 부담으로 이어지는 문제점과 관련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금리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하반기 중 출시한다. 변동형 금리가 대부분인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고정금리 상품을 확대하고, 대출금리 조정 속도에 대한 관리·점검도 강화한다.
과도한 성과급 지급 등 '돈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성과급 조정 및 환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장기 성과에 기반한 성과 보수 지급을 강화하고, 임직원 성과급·희망퇴직금 및 배당 현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