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20:25 (화)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⑰ 전쟁이 몰고 온 패션 혁명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⑰ 전쟁이 몰고 온 패션 혁명
  •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 mksongmk@naver.com
  • 승인 2023.06.28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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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전쟁 과정에서 사라센의 복식이 유럽의 옷에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더하는 유행 만들어
6.25전쟁 때 서양 의복 쏟아져 들어오고 막상 입어 보니 한복보다 기능성 뛰어나 전통 옷 벗어

6․25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제작된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가 600만명이라고 전했다. 이 통계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으나 전쟁으로 인해 가족, 친척, 이웃을 잃지 않은 한국인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전쟁의 참상이 충분히 가늠된다.

어디 생명의 손실뿐인가. 수많은 전통 문화재가 파괴 소실되고, 경제도 파탄 났다. 중세 시대 십자군전쟁도 크나큰 참사였다. 1095년 시작되어 1291년 끝난 200여년의 전쟁에서 300만여명의 사상자가 있었을 것이라고 하니 당시 인구수와 대비해보면 실로 어마어마한 피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최악의 비극 뒤에, 전쟁으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도 뒤따른다. 무너진 전통과 풍속을 딛고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가 만들어진다. 계층 간 장벽이 엷어지고 사회개혁이 이뤄진다. 삶 전체를 흔들만한 혁신이 일어나기도 한다. 세계인들이 '한강의 기적'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경제발전을 이루기도 한다.

흔히 패션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한다. 패션을 통해 그 시대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엄청난 재난인 전쟁은 패션 분야에도 굵은 획을 긋는다. 전쟁을 통해 패션에도 여러 현상이 나타난다. 복식 문화가 서로 교류하며 의생활에도 발전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세계 패션계의 움직임은 이 시대의 가치와 정신이 바로 '평화'임을 외치고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과거 십자군전쟁에서 보다 발달했던 사라센의 복식이 유럽인의 옷에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더하는 유행으로 번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역사다. 오늘날 대다수 세계인들이 입는 옷의 기본적인 형태가 십자군 원정 때 이뤄졌다고 할 수 있어서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앞을 여미는 옷의 구성 방식이 십자군을 통하여 서방으로 전해졌고, 이를 바탕으로 오늘의 옷으로 발전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6․25 전쟁을 통해 패션에 혁명적 변화가 일었다. 통상 국민소득이 높아져야 자국의 민속복을 벗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196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9달러 수준으로 외국 원조를 받아야 할 정도로 궁핍했다. 그 시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감히 전통 옷을 벗었다. 바로 6·25 전쟁 때문이었다.

이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헐벗고 굶주리던 피난 시절, 미국 등지에서 서양복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옷들을 입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막상 입어 보니 한복보다 기능적이고 편리하였다. 때론 더 시원하고 더 따뜻하였다. 그 결과 더 이상 전통 한복을 고집하지 않기에 이르렀다. 후세 학자들은 '6·25로 인해 우리나라 옷에 혁명이 일어났다'고 평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도 패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하다. 글로벌 패션계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화려하고 요란하던 패션 위크를 엄숙하고 조용하게 치렀다. 2022년 3월 패션 위크 직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디자이너들은 무대를 통해 반전 메시지를 전하였다. 우크라이나 시인의 시를 낭송하였고, 우크라이나 국기나 우크라이나 국기의 색 셔츠들을 등장시켰다. 러시아 출신 유명 디자이너 발렌틴 유다스킨은 파리 패션 위크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과거 러시아 군복을 제작한데다 패션 위크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패션계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한 기부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인들도 각자의 패션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옷차림이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기나 국기의 색, 그리고 전쟁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캐주얼 스타일까지 따라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 패션계의 움직임은 이 시대의 가치와 정신이 바로 '평화'임을 외치고 있다. 하루 속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6·25 전쟁을 극복한 대한민국 같은 기적을 이루어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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