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구조인 조직 개선도…장융 회장 겸 CEO의 퇴진설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대외 활동을 중단했던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지난달 말 임원회의를 소집해 사업 방향을 제시하며 사실상 경영에 복귀했다고 현지 언론 및 다수의 정보기술(IT) 매체가 20일 보도했다.
이들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마윈은 5월 말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톈(淘天·타오바오와 티몰)그룹 임원들을 소집해 사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마윈은 이 자리에서 "알리바바가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며, 서둘러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윈은 특히 "환경의 변화는 티몰(톈마오·天猫)이 아닌 타오바오에 기회"라며 "타오톈의 사업은 타오바오와 사용자, 인터넷 중심의 3개 방향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오바오는 C2C(개인 간 거래)에 초점을 맞춘 알리바바의 주력 전자상거래 플랫폼이고, 티몰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 주력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마윈은 최고위층 임원 감축 등을 통해 현재의 피라미드 구조인 조직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는 타오톈그룹의 다이산 최고경영자(CEO)와 왕하이, 류펑, 류이만, 청다오팡 등 각 부문 책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윈의 발언과 관련해 알리바바 내부에서는 상반기 최대 쇼핑행사인 '618 쇼핑축제'가 종료되면 그룹 전반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알리바바 회장 겸 CEO 장융의 퇴진설도 흘러 나왔다. 장융이 그룹 회장 겸 CEO직에서 물러나 클라우드 사업 분야에 전념하기로 했다는 소문이다.
알리바바는 지난 3월 그룹을 클라우드인텔리전스그룹, 타오바오·티몰(전자상거래 업체), 현지생활(本地生活·배달 플랫폼), 차이냐오(스마트 물류 그룹), 글로벌디지털비즈니스그룹, 디지털미디어엔터테인먼트그룹의 6개 독립 사업 단위로 쪼개는 식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장융은 마윈이 2020년 10월 핀테크(금융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에 대한 당국의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한 뒤 중국 정부의 압박에 2년여간 잠행하며 해외를 떠돌 때 알라바바그룹을 이끌어왔다.
'설화' 이후 알리바바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 상장 무산, 3조원대 반독점 벌금 부과 등으로 시련을 겪은 마윈은 중국 당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빅테크 군기 잡기를 철회하면서 지난 3월 귀국한 뒤 본격적인 공개 행보에 나섰다. 지난달 일본 도쿄대의 도쿄 칼리지 객원교수로 초빙된 마윈은 지난 12일 첫 강의를 했다.
17일에는 알리바바의 연구기관인 다모 아카데미가 주최한 '알리바바 글로벌 수학 경시대회' 결선에 참석해 학생·교사들과 화상으로 교류했다. 이 대회는 2018년 마윈이 글로벌 영재 육성을 위해 시작한 것으로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