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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의 CEO 스토리] 박은관 시몬느 회장 ㊦ 매출1조의 마중물 경영
[이필재의 CEO 스토리] 박은관 시몬느 회장 ㊦ 매출1조의 마중물 경영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jelpj@hanmail.net
  • 승인 2023.06.0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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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브랜드 꿈꾸지만 '스토리와 판타지'가 부족하다며 '긴 여정' 예고
맨발로 열심히 뛰고 나면 다음 경영자는'나이키' 신고 뛸 것이라 강조
시몬느는 명품 백만 수출해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사진(시몬느 박은관 회장)=시몬느/이코노텔링그래픽팀.

박은관 시몬느 회장은 중국 광저우시의 명예시민이다. 시몬느가 중국에서 만든 명품 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격을 높이는 데 기여한 덕이다. 광저우엔 세문로(世門路·시몬느 거리)가 있다. 시몬느가 2만 평의 부지에 조성해 기부한 공원인 세문원도 있다. 세문로 1번지에 있던 시몬느 공장이 철수를 할 때 중국 당국자가 가슴 아파했다고 한다. 중국을 떠난 건 인건비 상승과 미중 무역갈등 때문이었다. 미중 갈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원자재는 아니지만, 시몬느의 일부 부자재는 중국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95%나 됩니다."

현재 시몬느의 핵심 생산 거점은 베트남이다. 베트남과 미국 간의 개도국 관세유예 시스템에 따라 미 수입관세가 없는 인도네시아·캄보디아에도 생산 공장이 있다. 이 세 나라의 7개 시몬느 공장에서 총 3만3000명이 일한다. 견본품 만드는 인력만 1700명이다. 4개 공장이 있는 베트남엔 R&D센터도 있다. 북핵 리스크가 있는 한국 이외 지역에 R&D 거점을 마련해 달라는 고객사들의 요구로 서울에 이어 두 번째 생긴 R&D센터이다.

명품 백만 수출해 이른바 1조원 클럽에 가입한 시몬느는 차세대 성장 동력 말고는 이렇다 할 리스크가 없어 보인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업종 특성상 매출이 1조원을 훌쩍 넘어서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5~10년 후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동력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아요. 2012년 런칭한 자체 브랜드 0914를 통한 B2C 시장 진출도 어쩌면 해답이 아닐 수 있어요. 어쨌거나 열심히 노력해 성장의 모멘텀을 찾아야죠."

회심의 자체 브랜드 전략이 나름의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는 고민이다.

"10여 년 전부터 고객사들이 이제 당신 자신의 초상화를 그릴 때가 됐다고 하지만, 아직은 브랜드의 헤리티지가 약해요.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은 갖췄지만 스토리와 판타지가 부족하죠. 꽃을 피우기까지는 15~20년은 걸릴 긴 여정이 될 겁니다. 44년간 핸드백을 만든 나의 재킷에서는 여전히 기름 냄새가 납니다. 샤넬 넘버 파이브의 향과는 다른 냄새죠. 그토록 오래 백을 만들었지만 저는 브랜딩 전문가가 아니에요. 결국 나의 역할은 마중물입니다. 내가 맨발로 열심히 뛰고 나면 다음 경영자가 나이키를 신고 뛰게 될지도 모르죠. "

0914는 1984년 9월 14일이라는 기념일에서 비롯된 브랜드다. 부인 오인실 씨와 11년 간 사귄 끝에 결혼한 박 회장은 그에 앞서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그녀와 헤어졌었다. 그 후 연애하던 시절 둘이 드나들던 커피점에서 3년 만에 우연히 마주친 날이 바로 이날이다. 이상형이라는 뜻의 시몬느라는 회사 이름은 결혼 전부터 그가 사용한 그녀의 애칭이다.

박 회장은 아시아 패션 시장에서 도쿄가 지는 해라면 서울은 정오의 태양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그러나 뜨는 해이다. 중천에 뜨면 서울의 태양보다 훨씬 클 것이다.

시몬느는 미국 미네소타주 콩코르디아 언어마을에 한국어마을 '숲속의 호수'를 조성하고 있다. 1차 건설 비용 500만 달러 중 절반을, 박 회장이 사재로 출연했다. 나눔 활동이다.

2012년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세계 최초의 핸드백 박물관 백스테이지를 열었다. 2017년엔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과 손잡고 영어·중국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로도 뜻풀이가 된 핸드백용어사전을 펴냈다. 오래 전 베트남 출장길에 본사 직원이 현지인 직원들에게 기술지도를 일본식 용어로 하는 것을 보고 이 사전을 낼 결심을 했다고 한다.

경기도 의왕에 있는 시몬느 본사는 오피스 캠퍼스로 지어졌다. 모든 사무실에 외부 테라스가 있고 테라스는 정원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사옥의 설계자 안길원은 이 설계로 2003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았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일까? 성공한 창업 CEO인 그에게 물었다.

"멀리 내다보는 긴 호흡, 배움의 자세, 성장을 넘어 나눔까지 염두에 두는 성숙함입니다. 실용적인 지식은 머리로 배우지만 가슴으로 배워야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원양어업을 하신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때부터 해마다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그때 바다로부터 성실과 겸손을 가슴으로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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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br>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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