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0:30 (금)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③ 주식 손절매와 시골 처녀의 꿈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③ 주식 손절매와 시골 처녀의 꿈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sms085@naver.com
  • 승인 2023.05.1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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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질러진 우유처럼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실수하면 포기 빨리하는게 최선
英佛합작 초음속 여객기'콩코드' 생산은 체면 때문에 밀어 붙였다가 낭패
손해 입은후 물타기 유혹 물리쳐야 … 주식은 투자하는 순간 본전 잊어라

어느 시골 처녀가 우유통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면서 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유 판 돈으로 계란 300개를 사면, 썩은 것과 족제비가 물어가는 것을 빼더라도 족히 250마리의 병아리가 부화하겠지. 그 병아리들은 금세 자랄 것이고 값이 가장 좋을 때 내다 팔 수 있겠네. 그러면 내년쯤에는 새 옷을 살 수 있을 거야. 초록색으로···. 그래, 초록색이 내 얼굴에 가장 잘 어울릴 거야. 그 옷을 입고 파티장에 나가면 청년들은 모두 나와 춤을 추고 싶어할 거야. 하지만 난 누구도 선뜻 받아 주지 않고 오만하게 물리칠 거라고." 처녀는 이런 식으로 끝도 없는 상상의 날개를 폈습니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몸의 균형을 잃었고, 이고 있던 우유통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좋았던 상상도 그 순간에 박살나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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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질러진 물처럼 우유통이 땅에 떨어져 쏟아진 우유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우유를 팔 수 없으니 한껏 부풀려진 시골 처녀의 꿈은 산산조각 나 버렸습니다. 그러나 아쉽지만 쏟아진 우유를 빨리 잊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이 우화처럼 사람은 살면서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실수를 많이 저지릅니다. 그것이 돈이나 시간과 관련돼 있으면 더욱 뼈아픕니다. 그래서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미련을 갖지만 그럴수록 아픈 상처만 키울 뿐입니다. 엎질러진 물이니까요.

◇'매몰비용 함정'에 빠진 주식투자자들= 경제활동을 하다 보면 이 우화와 같은 엎질러진 물과 같은 상황과 자주 마주칩니다. 이럴 때 재빨리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찾는 게 최선이지만 대개 아까운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만회할 요량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만회는커녕 손해만 키울 수 있습니다.

경제학 용어 중에 매몰비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번 지출하면 자신의 의지로는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라는 뜻이지요. 합리적 선택을 하려면 매몰비용에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잊어야 합니다. 하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람은 종종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집니다. 투자한 비용·시간·노력 등이 아까워 더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어도 포기하지 못합니다.

합리적 선택을 하려면 매몰비용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매몰비용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1969년 영국과 프랑스가 합작으로 개발에 착수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꼽힙니다.

콩코드 프로젝트는 사업이 진행될수록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먹혔습니다. 성공적으로 끝마친다 해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했지요. 그러나 양국 정치인들은 이미 많은 비용이 들어간데다 개발도 거의 끝나간다며 이 프로젝트를 밀어붙였습니다.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되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생돈을 쏟아 붓더라도 체면치레가 급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콩코드 여객기는 예상대로 엄청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2003년 운항이 중단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이 비행기는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주식투자자들은 이미 투자한 곳에 계속 투자하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잘 안다고 믿기 때문이겠죠. 혹 잘못된다 해도 잘 모르는 데 투자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것보다는 덜 억울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투자를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그만 둘 것이냐를 결정하는 데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영향을 미쳐선 안 됩니다. 투자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안다면 지금까지 얼마를 투자했든 바로 발을 빼야 지혜로운 투자자입니다. 망설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많은 돈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만회할 기회마저 날아가버립니다. 이미 잃은 돈에 집착하는 한 절대 투자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생돈을 날리는 개미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이들이 구사하는 수법 중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물타기'입니다. 손실 구간에서 같은 주식을 추가로 매수해 매입 단가를 낮춰 본전 회복기간을 단축하는 기법이지요. 예를 들어 A란 회사의 전망이 밝다는 소식을 듣고 그 회사 주식을 10만원에 샀다고 하자. 주가가 매입 후 며칠 오르다가 이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투자원금의 절반이 잘려나가 5만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본전생각 버리고 '손절'해야= 누가 봐도 실패한 투자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경우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앞으로 이런 주식에 손을 대지 않겠다며 5만원을 손해보고 처분하는 것입니다. 이걸 '손절매'라고 부르죠. 두 번째는 '물타기'입니다. 이 계산법은 이렇습니다. A주식이 5만원에서 8만원으로 오르면 여전히 2만원을 손해보게 됩니다. 그러나 5만원에 주식을 같은 양만큼 더 산다면 주가가 8만원이 됐을 때 처음 산 주식이 2만원을 손해보더라도 추가 매수한 주식 덕분에 3만원을 벌게 돼 결과적으로 이익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주가가 정말 8만원까지 오르리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10만원일 때도 확신이 있었으니까 과감하게 샀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오르기는커녕 5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주식을 추가 매수한 이유가 본전이 아까워서라면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지금 A주식을 처음 알았다면 과연 사겠는가." 만약 "아니오"라는 답이 나오면 물타기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돈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희망이 없는 주식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바보나 다름없습니다. 주식투자자는 주식을 사는 순간 원금을 잊어버리는 게 중요합니다. 본전 생각을 버리라는 얘기입니다. 만약 산 주식이 떨어지기만을 반복한다면 어느 선에서 물타기 아닌 '손절'을 단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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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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