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갔다. 석유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물가상승률을 낮췄다. 다만 개인서비스 가격이 상승률이 높은데다 전기·가스 요금과 대중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대기하고 있어 물가상승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 100 기준)으로 지난해 4월 대비 3.7% 올랐다. 이는 3월 물가상승률(4.2%)보다 0.5%포인트 낮은 것이자 최근 석 달 새 1.5%포인트 하락하며 뚜렷한 진정세를 보였다.
물가상승률이 3%대로 둔화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해 2월(3.7%) 이후 처음이다.
석유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이 전체 소비지물가지수를 끌어내렸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6.4% 내리며 석 달째 하락했다. 이는 2020년 5월(-18.7%) 이후 3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휘발유(-17.0%), 경유(-19.2%), 자동차용LPG(-15.2%) 등이 하락했다.
가공식품은 7.9% 올라 3월(9.1%)보다 둔화세가 이어졌다. 다만 빵(11.3%), 스낵과자(11.1%) 등은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농축수산물도 1.0% 올라 전월(3.0%)보다 상승률이 둔화했다.
전기·가스·수도는 23.7% 올라 3월(28.4%)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당초 4월로 예정됐던 전기요금 인상 등이 미뤄지고 지난해 4월 인상에 따른 상승률 차이가 없어진 결과다.
반면 개인서비스는 6.1% 올라 전월(5.8%)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외식이 7.6% 올라 3월(7.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외식 이외의 개인서비스도 5.0% 올라 2003년 11월(5.0%) 이후 19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건비·재료비 등의 원가 인상 요인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개인 서비스 가격이 오르는 양상이다.
4월 물가 진정세는 국제 원자재값 하락 등으로 예상됐던 것이나 물가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복병들이 즐비하다. 우선 조만간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반기로 인상 시기를 늦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도 대기하고 있다. 게다가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4월 후반부터 국내 휘발유 값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