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6:20 (수)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⑯ 한직과 신규부서가 '지뢰밭'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⑯ 한직과 신규부서가 '지뢰밭'
  • 권능오 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3.05.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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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본업이나 매출많이 내는 곳은 부서와 회사간 유대감이 강해 사고 날 확률 적어
소외된 부서는 회사의 관심이 적다 보니 이 틈을 비집고 부정과 허위성 보고가 만연해
회사와 약한 유대감을 가지는 부서, 특히 이른바 '한직'이라는 곳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람이 살아가는 데서 결정적 계기가 되는 취업은 어떤 경로나 계기로 이뤄질까? 여기에 대해 미국의 사회학자인 마크 그래노베터(Mark Granovetter)가 취업을 한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56%가 주위 지인을 통해 취직을 했고, 그중 대부분인 86%는 친구나 부모 같은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평소에는 별로 만날 일이 없는'그냥 아는 사람'을 통했다고 한다.

즉 직장을 얻는 데는'약한 유대'가 더 유용했다.

왜 그럴까? 약한 유대가 강한 유대보다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가까운 지인들은 항상 만나고 대화하기 때문에 신선한 정보를 얻기가 싶지 않다. 반면 평소에 만날 일이 거의 없는, 약한 유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줄 가능성이 크다.

인간관계의 이런 특성을 잘 아는 사람들은 자주 얼굴을 못 보는 약한 관계에 있는 지인들에게 비록 1년에 1~2번일지라도 카톡이나 전화로 안부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그들과의 관계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회사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외부 거래선들과 이런저런 관계의 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관계는 비단 외부에만 있지 않다. 같은 회사 내 조직이어서 회사가 언제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각 본부나 팀들도 회사와 보이지 않는 유대의 끈을 가지고 있는데 그 정도는 각기 다르다.

먼저 회사와 강한 유대 관계에 있는 부서와 직원을 생각해보자. 그곳은 회사 창립 때부터 있었던 본업 부서이거나 본업은 아니더라도 매출과 이익을 많이 가져다주는 부서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 경영진도 해당 부서의 업무를 잘 알고 항상 관심을 준다. 소속 직원들도 비교적 우수 직원들이 배치가 되며 회사에서 차지하는 자기 부서의 비중을 알기 때문에 자부심이 높고 나중에 승진 등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런 부서에서는 금전횡령사고, 직장 내 괴롭힘 같은 직원 사이의 갈등 등 나중에 노동문제나 형사문제로 비화되는 사고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회사와 약한 유대감을 가지는 부서, 특히 이른바 '한직'이라는 곳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한직 부서는 일단 회사에의 기여도가 적다. 회사에서는 당연히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관심도 적다. 직원들은 발령받는 순간부터 빠져나갈 생각만 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소외되어 있고 회사에서 관심이 없다 보니 이 틈을 비집고 부정과 허위성 보고가 만연하게 된다는 데 있다. 직원들끼리의 사이도 원만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고의 가능성을 늘 가지고 있다.

사업 다변화를 목적으로 시작한 신규부서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나 결국 신규사업이라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갈수록 적자 폭은 커져만 간다.

이때 누군가 도와주면 좋겠지만 사내 누구도 그 사업을 잘 모르고 이렇게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실적의 압박을 받으면 결국 매출은 과대 계상하고 비용은 다음 연도로 이월시키는 등의 꼼수, 즉 '분식회계'를 해서 결국 파국을 맞이하고 회사에도 큰 피해를 준다. 일본 자료에 의하면 이런 분식회계 사건은 거의 대부분이 매출구조 다변화 차원에서 시작한 신규사업부에서 터진다고 한다. 오토바이 회사에서 엉뚱하게 시작한 수산물사업 같은 데서 말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지만 실제는 등잔 바깥이 어둡고 안 보인다. 우리 회사 안에 그런 곳이 없는지 지금이라도 눈 여겨봐야 한다. 그리고 회사 구성원들이 업무 내용을 잘 모르는 신규사업은 아무리 회사 경영압박이 심해도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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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오 노무사
권능오 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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