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반핵대결'의 유연한 변화도 주문…美의 절제된 한반도 개입도 주목을
주제발표자 김영호 국방대교수 "외교무대서 日과 동등한 대우 美에 요구해야"
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 "국제질서가 진영을 가를수록 우리의 선택 폭 작아져"

문재인 정부의 '비핵(非核)평화' 정책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만큼 실패했으나 '반핵(反核)대결' 정책도 절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첫 경제역사 저널이자 온라인 종합신문인 이코노텔링과 세종연구소가 지난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한미동맹 70주년: 동북아 안보지형 재조명'이란 주제의 공동포럼에서다.
이날 패널로 참여한 권만학 경희대 국제정치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한반도에 북핵과 미중갈등이라는 두가지 먹구름이 끼어 있다"며 "이미 신냉전 시대로 돌입한 만큼 이른바 연미경중(미국과 안보를 연합하고 중국과는 경제협력)의 전략적 접근도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정책의 재점검을 주장했다.
권 교수는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북핵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북한 체제를 꼬집으면서 대결구도에 불을 붙이지 말아야 한반도평화구상을 하는데 정책적 선택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권 교수는 한미동맹 70주년과 관련해 "한미동맹으로 에치슨 밖에 있던 남한이 에치슨 안으로 들어와 안보를 굳건히 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론 이승만 정권의 생존이라는 정치적 생명에도 필요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영호 국방대학교 교수는 '한미동맹 70주년의 성과와 과제'란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위상이 달라졌다"며 "적어도 외교무대에서 만큼은 미국에게 일본과 동등하게 대우해달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을 더 강화할 것이라면 우리가 주도적으로 협상을 이끌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방위산업을 예로 들며 "미국에 초음속 무기의 공동개발과 무기 수출통제의 해제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동 정책포럼의 사회자로 나선 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은 "2차세계대전 이후 자유의 가치로 뭉친 (미국주도의)국제 질서에 변화가 감지 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에게 틈을 보여 지금은 마치 정글 속에 코끼리 두 마리가 있는 서 있는 모습"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두 마리가 덜 싸우고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진영을 가르면 그만큼 (우리의)선택 폭이 작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동 주최자인 이코노텔링의 고윤희 대표는 "아무리 정치가 혼란스럽고 우리 국민들이 생계에 쫓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안보전문가들이 쉼 없이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자유와 번영을 후세들에게 물려줄 소명이 우리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이동민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핵개발을 시작 하면서 바로 소형화, 경량화를 추진했다"며 "핵 억제 단계를 넘어 이미 핵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어 우리 사회에서도 핵무장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미국 정부가 최근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중국을 의식해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에도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미국의 절제된 개입정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연구소에서 미국정책을 연구하는 이대우 박사는 "한미동맹은 우리나라 안보정책의 필수"라고 전제한뒤 "미국의 전략적 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려면 그 비용을 우리나라도 분담해야 하는데 그게 한두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하면서 '전쟁옵션'을 빼고 협상하면 '백전백패'"라며 북한에 대한 '비핵압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일본의 예를 들며 외교안보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이 부소장은 "일본의 대중국 정책은 일방적이거나 단선적이지 않다"며 "세계 정세 변화에 맞게 외교 정책이 프레임에 갇혀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연구소 정재홍 박사는 "리홍장은 3천년 만에 중국의 제국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는데 시진핑 등 지금의 중국 지도부와 엘리트들은 중국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 면서 "대만 문제 등 중국이 '핵심이익' 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최근 약화는 커녕 더 강화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박사는 "북한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며 "'중국ㆍ러시아ㆍ북한'이 한 편에 섰을때 우리는 우리의 '핵심 이익'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오찬까지 함께 하면서 자유토론 형식으로 이어지는 등 토론의 열기가 뜨거웠다. 토론회 주제와 거리가 있는 정치 현안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코노텔링 공동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