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 약세로 '깡통전세' 속출 … 빌라전세 21% 매매가 90% 넘어

지난달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고 금액이 87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집값이 하락하며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가 속출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7월 중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건수)은 872억원(421건)으로 금액과 건수 모두 월간 기준 최대·최다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기존 최대 사고금액은 지난해 12월 742억원(326건)이었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상품은 2013년 9월 출시됐다. 현재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고 있다. 집주인이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이들 기관이 가입자(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해주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이 상품의 사고 금액은 HUG의 실적 집계가 시작된 2015년부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고액은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지난해 5790억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사고 금액은 340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512억원)과 하반기(3278억원)을 넘어서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늘어나는 것은 최근 집값 약세로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전셋값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지만, 지난 2년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핵심인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 전셋값이 크게 오른 여파다.
부동산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해 신축된 서울 시내 빌라의 상반기 전세 거래 3858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1.1%인 815건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90%를 웃돌았다. 전셋값이 매매가와 같거나 더 높은 경우는 전체의 15.4%인 593건에 이르렀다.
깡통주택에 전세 세입자로 들어가면 계약기간이 지나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집이 경매에 부쳐지고, 경매 금액에서 대출금을 갚은 뒤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이 모자랄 수 있다. 전셋값이 매매가를 넘는 경우에는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도 가입할 수 없어 전세 사기 피해에 노출될 위험도 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