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 높아 대학 진학률은 50%달해 … 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엔 세계 유명 대학 둥지
GDP는 7,959억 달러로 우리나라 45% 수준 … 2억명 수용 국제공항 건설 등 도약채비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 중 생긴 한국과의 앙금 3,4위전서 더 돈독한 관계로 극적반전

남한의 약 8배 크기(78만㎢)인 튀르키예(Türkiye)에는 현재 약 8,566만 명의 튀르키예인들이 모여 산다. 유럽 최대 인구국, 세계 18위 인구국, 세계인구(약 80억) 1% 상당 보유국이다.
오스만 제국의 후예들인 그들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살아갈까. 지난 7월 중순 튀르키예에 체류하면서 듣고 느낀 그들의 이모저모를 전해본다.
우선 기질이 어떤지부터 들어 봤다.
"비교적 낙천적이고 느긋하며 착합니다. 하지만 욱하는 성격도 있어 운전할 땐 많이 급합니다." "남성 위주의 사회였기 때문에 가부장적인 면모가 많았어요. 지금은 그런 게 많이 사라지고 여성들에게 잘 하죠."
"축구를 엄청 좋아해요. 전후반 90분 경기를 몇 시간 해설하는가 하면 밤늦도록 친구들과 술 마시며 축구 얘기하는 게 다반사죠." 2002 한·일 월드컵 때 튀르키예와 한국이 축구 때문에 울고 웃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튀르키예는 강호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막판에 2대 1로 역전패했다. 한국인 주심이 내린 튀르키예 선수 2명 퇴장 판정에 온 나라가 들끓었다. 형제국 관계가 금 가는 듯했다.
하지만 3,4위전에서 상황이 반전됐다. 한국을 3대 2로 꺾고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차지한 것. 한국 응원단이 튀르키예 선수들을 적극 응원한 덕에 앙금도 사라지고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식당이나 상점, 관광업소 종사원들은 대부분 한국말을 제법 잘 하면서 손님을 응대했다. 한 종업원은 "한국말을 잘 하면 취직이 잘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이슬람교(99%/수니파)다. 하지만 헌법상 정교분리가 돼 있어 기독교, 유태교 등과 공존한다.
튀르키예에서 지내다 보면 종종 크고 청아한 목소리의 '아잔'이 신비롭게 울려 퍼지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매일 5회 아랍어로 기도를 드릴 때마다 모스크 직원 무에진이 아잔을 외치거나 방송한다. 아잔은 "알라는 가장 위대하다. 기도하러 오라. 구원받으러 오라"는 등의 뜻을 담은 일종의 기도 의식이다.

튀르키예 곳곳을 다니노라면 모스크로부터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첨탑(미나레)을 무척 많이 보게 된다. 어디서든 모스크의 위치를 금방 알게 해 준다는 미나레는 그 수가 많을수록 권력이 강한 사람이 모스크를 세웠다고 보면 된다. 이를테면 미나레 6개는 술탄만이 지을 수 있는 대형 모스크에 세워진다. 이스탄불 '블루 모스크'가 좋은 예다. 마을을 지나다 보면 미나레가 3개나 2개 심지어 1개가 서 있는 모스크도 볼 수 있다.
민족은 튀르키예족, 쿠르드족, 아랍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란계 산악 민족인 쿠르드족은 터키 동부에 상당수(약 1,500만 추산)가 살고 있는데 민족 독립 의식이 강해 튀르키예 정부의 커다란 정치적 과제가 되고 있다.
튀르키예 교육 제도는 한국의 6-3-3 학제와 달리 4-4-4 학제다. 17살 정도가 되면 많은 사람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일하러 간다고 한다. 대학은 국립은 갈만한데 사립은 연 5천 달러 정도가 들어 고소득층이 많이 간다. 하지만 교육열이 높아 대학 진학률은 약 50%에 이른다. 3대 도시인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등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이 적지 않다고 한다.
대가족제인 튀르키예는 결혼할 때 가족끼리 밤늦도록 축하연을 베풀고 최소 일주일간 계속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대도시 등에선 약식으로도 하지만 아직도 시골에서는 한 달간 축하연을 베푼다고 한다. 금이나 현금, 터키석 등을 선물한다. 터키석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장례는 매장 문화다. 이슬람 수니파의 영향으로 시신은 화장하지 않고 영혼의 안식처를 제공한다며 땅에 묻는다.
우리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지난해 수출 2,253억 달러, 수입 2,714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 수출 6,444억 달러, 수입 6151억 달러였다. 국내총생산(GDP)은 7,959억 달러(한국 1조7,978억 달러) 규모였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대(對) 튀르키예 수출은 약 70억 달러, 수입은 약 12억 달러였다.
내년 3선을 노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일부에서는 독재를 한다고 비판하지만 치적도 많다고 한다. 실세 총리 시절의 경제 고속 성장, 2030년께 4단계 완공 시 1억5천만~2억 명 수용(인천공항 약 7천만 명) 가능한 어마어마한 이스탄불 신공항 건설, 한국 업체와 공동 건설한 보스포루스 해협 제3 대교, 원자력·신재생 에너지·댐 건설 등을 통한 전력 및 물 자원 확보(튀르키예는 물 부족 국가) 등은 치적으로 꼽혔다.
튀르키예를 방문했던 7월 중순 어디를 가나 마스크를 쓰거나 거리 두기를 하는 현지인을 잘 보지 못했다. 코로나 경각심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자료에 따르면 7월 28일 현재 튀르키예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약 1,552만 명(한국 약 1,944만 명)에 이른다. 사망자는 약 9만9천 명으로 치명률 0.6%(한국 약 2만5천 명으로 치명률 0.1%)를 기록했다.
지난 7월 17일 일요일 오후 이스탄불 이스티크랄 거리(한국 명동 격)를 찾았을 때 3㎞ 구간에 가득한 수많은 인파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다닥다닥 붙은 채 걸어가며 휴일을 즐기는 그들에게 코로나, 인플레, 리라화 하락, 폭염 그 어느 것도 결코 방해가 안 되는 것 같았다.
튀르키예인들에게 신의 축복이 가득하길 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