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3 02:05 (수)
[해외취재=신냉전의 '중재역' 튀르키예(옛 터키)를 찾아서]③경제 바로미터 '낚시꾼'
[해외취재=신냉전의 '중재역' 튀르키예(옛 터키)를 찾아서]③경제 바로미터 '낚시꾼'
  • 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
  • iexlover@hanmail.net
  • 승인 2022.08.08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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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갈라타 다리에 낚시꾼들이 많으면 경제가 안 좋다는 '설' 입증 하듯이 낚싯대 즐비
현지인들 물가 급등에 비명 … 리라화 가치 폭락하고 실업자는 증가 하는 등 장기 침체 침울
젊은이들은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지로 돈 벌러 속속 떠나…"어른과 어린이만 남을라"걱정
에르도안 대통령, 저금리 고수하며 최저임금 올려…일부언론 "내년 대선 의식한 정치행보"
이스탄불 갈라타 다리에서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사진=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
이스탄불 갈라타 다리에서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사진=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

"갈라타 다리에 낚시꾼이 늘수록 경제가 안 좋다는 얘기가 있어요. 요즘 낚시꾼이 더 는 것 같아요."

이스탄불에 들렀을 때 이런 얘기를 들었다. 튀르키예 경제가 얼마나 안 좋길래 이런 말까지 나올까. 실제로 7월 17일 밤 8시쯤 갈라타 다리를 찾았을 때 수많은 낚시꾼들이 다리 양쪽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다리 중간쯤에서 언뜻 봐도 1백~2백 명은 돼 보였는데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그 자체가 관광 대상이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낚시를 생업으로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선 더욱 눈길이 갔다.

이스탄불 명소 중 한 곳인 갈라타 다리는 길이 490m, 폭 80m로 다리 밑을 흐르는 '골든 혼'(금각만=金角灣)을 가로지르며 이스탄불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고 있다. 주변에 관광 명소가 즐비하고 특히 야경이 좋기로 이름난 장소다.

다리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은은한 조명을 한 모스크와 갈라타 탑, 불을 환하게 밝힌 유람선과 상점들, 관광 인파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야말로 몽환적이고 이국적인 정취가 듬뿍 묻어났다.

튀르키예 경제가 인플레와 물가 폭등, 리라화 가치 폭락, 실업자 증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매스컴을 통해 이미 알고 갔지만 현지인들의 말을 직접 듣고 싶었다.

탁심 광장(광화문 격)을 거닐고 있는 이스탄불 시민들. 사진=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
탁심 광장(광화문 격)을 거닐고 있는 이스탄불 시민들. 사진=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

갈라타 다리를 찾기 전 '탁심' 광장(한국 광화문 격/신시가지 소재) 인근 음식점에서 일단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거리 휴식처에서 잠시 쉬면서 사람들에게 좀 물어봤다. 답변은 대개 이랬다.

"물가 때문에 무척 살기 힘들어요. 연초 리터당 7~8리라 하던 기름값만 해도 7개월 만에 30리라 정도까지 뛰었어요. 집값이 오르고 버팀목이 돼 주던 식료품비도 많이 올랐고요."

"리라 가치가 자고 나면 떨어지니 리라로 월급 받는 대다수 서민들은 견디기 힘들 정도예요. 유로나 달러로 월급을 받는 이들은 괜찮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많지 않아요. 정부에선 경제가 나아질 거라고 하지만 막막해요. 좋아지길 기다리는 것 말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더 문제예요."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이 없다며 헝가리,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로 돈 벌러 가요. 이러다간 어린이와 어른들만 남겠어요. 실업률이 10%를 좀 넘는다는데 실제론 그 이상 같아요. 경제가 10년 넘게 내리막길이예요."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달러 대비 무려 44%나 하락했다. 이어 올 상반기 중에도 20% 추가 평가 절하됐다. 올해 5월 물가 상승률이 1년 전인 작년 5월 대비 무려 73.5%로 나타나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항목별로는 교통비가 107.6%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식료품비 91.6%, 생활용품비 82.08%, 의료비 37.74%, 의류비 29.8%, 교육비 27.48%, 통신비 19.81% 순으로 상승했다.

튀르키예는 안 그래도 만성적인 물가 상승에 시달려 왔는데 최근 수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곡물 가격 급등까지 겹쳐 물가 폭등세가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한 교과서적인 방법은 금리 인상이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렇게 강조하며 기준금리 인하 정책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 낮은 이율이 인플레이션에 대항하는 방법이며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수출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수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19%이던 기준금리를 연말께 14%로 낮춘 채 금리 인상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이 금리가 오르면 서민들이 더 살기 힘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지만 일부 언론들은 내년 대선을 앞둔 지지율 확대가 목적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또 지난 연말 물가 폭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에 대처하기 위해 2022년 새해 최저임금 50% 인상이라는 초강수까지 뒀다. 2021년 월 2,826리라에서 4,250리라(발표 당시 환율 기준 약 32만9,000원≒275달러)로 올린 것.

에르도안은 지난 연말 TV 연설을 통해 "최근 50년 동안 가장 높은 인상률로 역대 최고 임금이 될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물가 상승에 짓눌리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리라 기준 명목 최저임금이 50% 올랐다지만 문제는 리라화 가치 하락 행진으로 올해 실질 임금이 작년보다 더 낮아진다는 점이다. 터키 전체 노동자의 약 40%가 최저임금 이하의 급료를 받는 만큼 이번 인상으로 그들이 민생고 해결에 얼마나 도움을 얻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튀르키예가 농업 강국이라 빵·과일·채소 등 식료품값만큼은 싸게 유지돼왔는데 물가 폭등으로 그 또한 빛이 바래고 있어 서민들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튀르키예 국민들이 어떻게 이런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나갈지 주목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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