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9 12:55 (화)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5) 대공황과 히틀러 '위대한 독재자' ⑮100년 전 독일과 지금의 미국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5) 대공황과 히틀러 '위대한 독재자' ⑮100년 전 독일과 지금의 미국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2.07.04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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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계 인플레 공포와 100년 전 독일의 초(超)인플레 공통점은 지나친 화폐 발행
지금의 미국, 금리인상과 긴축으로 돌파구 … 민간 주도로 발행된 암호화폐 역할 주목

인플레이션의 기세가 무섭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잡힐까? 그럴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에 따른 희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은 왜 생기고 왜 반복되는 것일까? 100년 전 독일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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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의 일이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세계가 패닉에 빠졌다. 그 폭이 무려 0.75%나 돼서다. 금리의 인상ㆍ인하폭은 0.25%가 보통이다. 0.5%만 올려도 시장의 반응은 거칠다. 그런데 0.75%라니. 이를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이라 부르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번 인상폭은 역사적으로 봐도 예외로 칠만 하다. 전문가들은 1994년 이후 28년만이라 했다.

대부분 알 것이다. 연준이 이처럼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한 배경에 인플레이션이 있다는 것이다. 2022년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6%나 상승해 41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지난 5월의 물가만 올랐다는 게 아니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가 매달 7~9% 수준으로 올랐다. 팬데믹으로 달러를 너무 많이 찍은 상태에서 터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치명적이었다.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도 "경기침체 가능성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 금리인상? 화폐개혁?

요즘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다시 한 번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독일의 1920년대가 주목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세계 최강, 세계 최고 선진국에서 그 정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일은 드문 탓이다. 우선 100년 전인 1920년대 독일의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①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연합국 측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갚아야 할 배상금 액수의 기준은 '금'이었다.

② 하지만 독일은 금도 없었고 금을 살 돈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정부는 '금'과 연계되지 않은 화폐, 그러니까 순수 종이돈인 파피아마르크를 찍어냈다.

③ 가급적 금을 많이 사려고 돈을 많이 찍었다. '돈' 값이 땅에 떨어진 건 당연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플레이션의 발생은 피할 수 없었다. 100조짜리 지폐가 나왔을 정도다.

④ 독일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 화폐를 찍어야 했다. 하지만 '종이돈'으로는 안 됐다. 뭔가 실물가치를 갖는 돈이어야 했다.

⑤ 가장 좋은 방법은 '금'에 연동된 '금본위제 화폐'였다. 하지만 독일은 금이 없었다.

⑥ 당시 중앙은행 총재였던 얄마르 샤흐트(Hjalmar Schacht)가 새 아이디어를 냈다. '금'이 아닌 '땅'에 연동된 렌텐마르크를 발행한 것이다. '땅본위제 화폐'로 불릴 만했다. 샤흐트는 이 돈 렌텐마르크로 화폐개혁(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⑦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⑧ 그러나 기적의 원인은 '땅'에 연동된 '땅본위제' 화폐라는 이유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정부ㆍ중앙은행이 돈을 마구잡이로 찍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했다.

⑨ 실제로 샤흐트 중앙은행 총재는 추후 돈을 더 찍자는 정부와 시중은행의 요구에 맞섰고 애초 계획된 규모 이상으로 돈을 찍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

⑩ 몇 년 뒤 샤흐트는 히틀러 정권 아래서 다시 한 번 묘기를 부리며 군비와 재건을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1920년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극복한 중앙은행 총재 얄마르 샤흐트.
1920년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극복한 중앙은행 총재 얄마르 샤흐트.

1920년대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이런 과정을 거쳐 발생했고 또 해결됐다. 화폐가 '금'에 연동됐느냐, '땅'에 연동됐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화폐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늘 실물 자산과 연동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작동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세계는 왜 인플레이션의 고통의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결하려는 것일까?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① 2008년 부동산 모기지 위기 이후 미국은 금리를 낮추고 국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달러를 시중에 풀기 시작했다.

② 이 과정에서 연준은 새롭게 돈을 찍어 일부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썼고 이로써 더 많은 돈이 시중에 유포됐다.

③ 2020년 팬데믹이 터지면서 연준은 국채뿐 아니라 민간 기업의 주식이나 회사채까지 사들이는 '무한 양적완화'를 실시한다. 이로써 달러가 무한대로 시중에 풀린다.

④ 이 같은 방식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에서 시행됐고 이로써 세계적 차원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⑤ 여기에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된다.

⑥ 연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적완화의 정도를 축소(테이퍼링, Tapering)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을 단행하는 한편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한다.

■ 암호화폐, 경제위기 구세주?

이제 1920년대 중반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과 100년이 지난 지금의 미국 및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

① 두 시기 인플레이션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이유가 무엇이든, 돈을 과다하게 찍어내는 '화폐남발'에 있다.

② 이로써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해 심각한 '불신'이 생겨났다는 것도 공통점일 것이다.

③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잃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어쩔 수 없이 정부와 중앙은행이라는 사실 또한 같을 것이다.

마구잡이로 찍어 ‘화폐남발’의 대명사가 된 1920년대 독일의 파피어마르크. 단위가 100조에 이른다.
마구잡이로 찍어 '화폐남발'의 대명사가 된 1920년대 독일의 파피어마르크. 단위가 100조에 이른다.

하지만 차이 또한 작지 않다.

① 가장 중요한 차이는 아마도 인플레이션의 '수준'일 것이다. 1920년대 독일이 경험한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지금의 미국이나 세계가 겪는 인플레이션의 수준을 넘어선다.

② 따라서 해결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의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이라 단정하기 어렵지만, 금리인상이나 양적긴축 등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920년대 독일은 그렇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수준이 너무 높았다. 금리인상 등의 보수적인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했다. '화폐개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③ 마지막 차이는, 사실 이것이 가장 주목되는 것인데, 1920년대 독일과는 달리 2020년대 세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민간에서 제기됐다는 점이다. '암호화폐'가 바로 그것이다. 화폐의 근원 문제를 '국가'와 '정부' 등 중앙이 독점한다는 측면에서 찾은 암호화폐 개발자들은 이를 민간에 되돌려 줄 때 비로소 화폐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암호화폐. 이는 과연 국가 권력에 의해 장악된 화폐발행권을 민간에게 되돌려 주며 화폐를 끝없이 발행하려는 인간의 탐욕으로부터 세계를 구원해 줄 수 있을까? 그럼으로써 인플레이션 또는 하이퍼인플레이션 문제는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 다음 회에서는 1920년대 독일과 오늘날 미국의 사례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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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이코노텔링 대기자❙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 『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 『식민과 제국의 길』,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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