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등으로 소득오르면 금리 낮출수 있지만 국민·신한 등 관련설명 부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주요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제화가 된 지 3년이 다돼 가지만 금융회사들이 안내를 소홀히 해 금융소비자들이 여전히 과중한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은행 등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개인이나 기업이 신용도가 개선됐을 때 대출 이자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취업·승진 등으로 소득이 증가했거나 성실하게 빚을 갚았을 경우 신청하면 대출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아 1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 창구를 미스터리 쇼핑한 결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미스터리 쇼핑은 202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외부업체 조사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콜센터 전화 상담을 한 뒤 금리인하요구권 고지와 관련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평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은행들은 고지 의무가 있는 만큼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금융소비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금리 인하 요구를 거절하거나 절차를 지연하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불공정 영업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전화 상담을 통한 미스터리 쇼핑(1차) 결과 39.1점으로 '매우 저조' 등급을 받았고, 44개 지점 오프라인 미스터리 쇼핑 결과도 60.9점에 그쳤다. 신한은행은 콜센터를 통한 미스터리 쇼핑 결과 66.6점, 영업점을 통해서는 79.2점을 받았다.
고객이 질문하기 전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사전 안내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한 금리인하 요구 때 필요한 서류, 제반비용, 심사·통보 절차 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해당 은행 대출 고객이 아니면 관련 정보 제공을 거절하기도 했다.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상담을 받고 싶으면 신분증과 관련 서류를 갖춘 뒤 영업점을 방문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잘 못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나은행은 83.2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양호' 등급을 받았다.
금리인하요구권은 2002년 도입됐는데 금융기관 자율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에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2019년 6월 국회와 정부는 대출받은 사람의 신용도가 개선됐을 때 금융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제화했다.
그래도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안내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금융사가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 안내할 사항을 담은 '고객 안내·설명 기준'을 마련하고, 적용 대상 대출자에게 연 2회 정기적으로 주요 사항을 안내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을 활성화하고 금리인하 수용률을 개선하고자 오는 8월부터 금융사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