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천연가스료 영향미칠까 우려해 …조선 수주는 해외서 이뤄져 외국 정부허가 필요
현대중그룹 "EU 결정은 비합리적.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 검토"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을 무산시켰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EU는 불허 이유로 두 기업의 결합은 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형성해 경쟁을 저해한다는 점을 들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뽑혀 현물출자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해외 6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조선 수주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인수합병에는 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양사는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EU와 한국, 일본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EU는 이례적으로 2년여에 걸쳐 합병을 심사했으나 불허 결정을 내렸다.
EU는 이번 결정으로 2019년 인도 타타스틸과 독일 티센크루프의 합병 불허에 이어 외국 기업의 합병을 다시 거부하게 됐다. 조선업계는 EU의 결정 배경에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 논란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적으로 발 빠르게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나선 EU는 세계 3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으로 난방과 발전 등 주요 산업을 천연가스에 의지하고 있다. EU는 러시아와의 분쟁으로 LNG 육상 수입이 어려운 상황으로 아시아 LNG 수입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EU 경쟁당국은 현 시점에서 세계 LNG운반선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르는 양사가 합병해 가격을 인상하면 덴마크 머스크 등 유럽 선사에 피해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EU 관계자들은 현지 언론을 통해 합병 불허 조치로 역내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인수 주체였던 현대중공업그룹은 EU 발표 직후 "EU 공정위원회 결정은 비합리적이고 유감스럽다"며 "향후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