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5 23:55 (일)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위기史(12)더 본드⑩獨침머만 각서에 美경악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위기史(12)더 본드⑩獨침머만 각서에 美경악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1.07.0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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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차 세계대전 참전 명분인 ' 獨 잠수함 '피해보다 더 충격 받아
獨-멕시코, 군사동맹 맺어 멕시코가 미국에 뺏긴 땅 반환 암호문 발각

독일의 잠수함전은 1차세계대전 초기부터 있었다. 시작은 1915년 초였고, 영국과 다른 나라 간 통상(通商)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영국은 이에 대해 해상봉쇄로 맞섰다. 독일의 잠수함전과 영국의 해양봉쇄로 영국의 앞바다는 점점 더 중요한 승패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독일은 1917년 2월 1일부터 영국 본토 주변 해역에 대한 항해 금지를 선포하며 무제한 잠수함전에 돌입하게 된다. 문제는 이 '금지' 대상에 미국 등 중립국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우려는 매우 컸다. 1915년 5월 이미 독일 잠수함에 미국의 여객선 루지타니아(Lusitania)호를 잃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그해 3월 미국 선박 세 척이 격침되고 만 것이다. 이것이 윌슨이 말하는 주요 참전 이유였다.

윌슨의 연설문에는 또 하나의 참전 이유가 드러난다. 1917년 2월 터진 이른바 '침머만 각서(Zimmermann Notes)' 또는 '침머만 전보(Zimmermann Telegram)' 사건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침머만'은 당시 독일의 외무장관이었던 '아서 침머만(Arthur Zimmermann)'을 지칭한다. 그가 미국주재 독일 대사관에 보낸 비밀 전문이 영국 정보원에 의해 해독되고 폭로된 사건을 가리킨다. 전문(傳文)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독일과 멕시코 간 군사동맹 얘기가 나오며 거론됐던 것으로 멕시코 참전 시 승리한다면 1848년 전쟁에서 미국에 빼앗긴 땅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땅은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등을 포함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미국의 경악과 분노는 당연했다.

독일 잠수함에 의해 피격된 민간 여객선 루지타니아호 사건을 대서 특필한 1915년 5월 8일자 뉴욕 타임스.
독일 잠수함에 의해 피격된 민간 여객선 루지타니아호 사건을 대서 특필한 1915년 5월 8일자 뉴욕 타임스.

또 하나 주목할 만 한 게 있다. '음모론'의 한 줄기다. 미국 정부와 은행가들이 러시아 혁명 과정에서 공산주의 혁명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했으며 미국의 참전을 유도했다는 해석이다.

물론 그럴듯한 논리도 있다. 영국-프랑스-러시아를 잇는 연합국 측은 독일을 양면으로 압박할 수 있는 러시아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혁명과 내란으로 독일을 공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으며 따라서 독일이 대 유럽 전선에 치중하기 전에 미국이 참전할 필요가 있었다는 논리다.

실제로 러시아혁명 이후 볼셰비키는 "전쟁은 부르주아의 것"이라며 전선에서의 이탈을 결정했다.

■ 러시아혁명이 美 참전 이유?

논리는 그럴 듯 해 보인다. 러시아는 혁명 이후 전쟁을 치르던 독일 등 동맹국들과 강화조약을 체결해 전쟁을 종식시켰다. 독일로서는 쾌재를 부를 일이었으며 동서로 나눠져 있던 전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 반면 영국 등 연합국 측에서는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일이었다. 결국 위기감을 느낀 연합국 측이 미국의 참전을 유도했다는 이 논리는, 외관상으로만, 그럴 듯 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성립되기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러시아혁명의 일정*과 미국의 일정을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일단 윌슨의 참전 요청 연설을 들어 보자. '음모론' 주창자들의 주요 근거다.

암호로 된 ‘침머만 각서’
암호로 된 '침머만 각서'

"지난 몇 주 동안 러시아에서 일어난 놀랍고도 고무적인 일들을 보면서 미래 세계의 평화에 대한 희망의 증거를 얻었다고 느끼지 않은 미국인은 없을 것입니다.

러시아 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은 사실 그 나라의 알맹이는 언제나 민주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 러시아의 정치 구조의 정점에 올라앉은 독재는 비록 그 역사가 오래고 그 권력 현실이 무시무시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 기원이나 성격이나 목적에서 러시아적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위대하고 너그러운 러시아 사람들은 독재를 벗어버리고 그 소박한 위엄과 힘을 드러내면서,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를 위해 싸우는 세력에 가세했습니다. 러시아는 명예 연맹의 적합한 동반자입니다."

의외일 것이다. 러시아는 '친구의 나라 영국'의 동맹국이며 차르는 그 나라를 이끄는 수장이다. 그런데 윌슨이 '차르의 러시아'를 '독재'로 규정하고 러시아혁명을 칭송하고 있지 않은가.

앞서 언급한 멀린스(Mullins, 2012: 177-178) 등 음모론을 제기하는 연구자들에게 윌슨의 이 연설 대목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러시아는 명예 연맹의 동반자"라는 등의 발언을 근거로 윌슨과 미국의 은행가들이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세력에 우호적이었다는 것 아닌가. 나아가 혁명세력에 뒷돈을 댔다고 주장한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그럴까?

해석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실제로, 이 연설에서 보듯 윌슨은 '초기' 러시아혁명 세력에 우호적이었다는 사실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윌슨이 공산주의 세력에 우호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보수주의자로 '혁명' 자체를 싫어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아가 공산주의 혁명은 더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연설문 내용은 왜 있는 것일까? 그는 왜 혁명 세력에 우호적이었을까? 단언은 어려워도 윌슨이 연설 당시 러시아는 아직 정치적으로 안정된 상황이 아니었으며, 내부 상황에 대한 윌슨의 이해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추정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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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혁명은 일정과 명칭에 상당한 혼란을 보인다. 1917년 '2월 혁명'은 3월에, '10월 혁명'은 11월에 발발했다. 이 같은 차이는 역법(曆法)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서구에서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역법이 쓰였다. 기원전 46년에 로마의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가 제정한 이른바 '율리우스력(曆)'과 1582년 율리우스력을 보완해 만들고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제정한 이른바 '그레고리력(曆)'이 그것이다. 그레고리력은 제정 직후 대부분의 가톨릭 나라에서 채택됐으나 개신교 나라에서는 여전히 율리우스력을 고수했다. 하지만 18세기 중반 이후 대부분의 개신교 나라들도 그레고리력으로 역법을 바꿨고 여기에는 영국(1752년)과 미국(1776년)도 포함된다. 러시아는 20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율리우스력을 사용, 그레고리력을 표준으로 하는 나라들과 역법(曆法)에 혼선을 빚었다. 러시아는 1818년 1월 31일 다음날을 2월 14일로 규정, 비로서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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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광 이코노텔링 대기자❙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 『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 『식민과 제국의 길』,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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