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서 여론조사의뢰…"노동시간 어기고 체불 등 빈번"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과 함께 전태일(1948∼1970)이 스러져간 지 50년이 지났지만, 한국 노동자 상당수는 여전히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으로 정한 근로시간과 휴가 이행은 물론 임금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수당, 퇴직금 등의 체불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사·변호사 등 노동전문가들이 설립한 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7∼10일 전국 만 19∼55세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실시한 근로기준법 등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전체 응답자의 39.9%는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인식은 정규직(34.7%)보다 비정규직(48.8%) 사이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47.6%)나 20대(45.1%), 비사무직(45%) 노동자들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일터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휴가'(51%), '임금, 연장·야간·휴일수당, 퇴직금 등 체불'(48%) 등이었다. 모성보호(임산부 노동시간 제한, 보건휴가, 산전후휴가, 육아휴직)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다는 응답자 비율도 각각 32.8%와 32.5%로 높았다.
부당해고나 체불·괴롭힘 등을 당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정부기관에 상담·진정'(54.9%)이 가장 많았다. '그냥 참는다'고 한 경우도 12.5%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노동자의 삶과 처우가 개선됐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개선되지 않았다'(51.2%)는 응답이 '개선됐다'(48.8%)는 응답보다 2.4%포인트 높았다. 특히 비정규직(55.8%)과 프리랜서·특수고용노동자(58.6%)에게서 부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전태일이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시다'와 미싱사로 일한 시대에 비해 지금의 노동 처우가 나아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정규직의 69.8%가, 비정규직의 52.8%가 '그렇다'고 답했다. 50대는 81.4%가 긍정적으로 본 반면, 20대는 50.5%에 그쳐 세대차를 보였다.
학교나 직장에서 근로기준법을 배워본 적이 있다는 근로자 비중은 31.4%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91.6%가 학교에서부터 근로기준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직장갑질119는 "'21세기 시다'인 비정규직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며 "근로감독청 설치와 감독관 증원으로 노동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