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92% 줄었지만 화물운송 매출은 95%늘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2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주요 항공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대한항공은 6일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 2분기 148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 동기(-1015억원) 대비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566억원 영업적자를 냈었다.
대한항공의 영업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화물이었다. 대한항공은 2분기 매출이 1조6909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01억원) 대비 44% 줄었다. 여객 부문은 전 노선의 승객 감소로 수송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92.2%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화물 부문 매출은 지난해보다 94.6% 증가한 1조2259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화물 부문 실적 증대에 힘입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세계 주요 항공사 중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화물 수송실적(FTK) 자체는 지난해 2분기 대비 17% 증가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화물운송비가 크게 오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2분기 당기순이익도 16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대한항공은 "2분기 달러 약세로 외화 부채, 이자 비용 등 부담이 줄면서 외화 환차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27억원 증가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달리 대다수 글로벌 항공사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2분기 21억달러(약 2조5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16억달러(1조8000억원), 델타항공은 57억달러(6조7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에어프랑스도 44억유로(6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일본항공도 같은 기간 937억엔(약 1조6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자 세계 각국이 국경을 봉쇄해 여객 수송이 거의 끊기다시피 한 글로벌 항공 위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꺼낸 승부수는 화물 수송이었다. 코로나 여파로 여객기 운항이 급감하자 항공 화물을 보내야 하는 화주(貨主)들은 비행편을 구하기 어려웠다.
전 세계 항공 화물의 절반 정도는 승객이 타는 여객기의 화물칸(벨리 카고)를 이용해 보낸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부터 여객기 좌석 칸에도 화물을 실어 날랐다. 여객기의 좌석 일부를 개조해 화물기처럼 운영한 것이다.
그렇다고 화물 운송에 눈을 돌린 항공사들이 모두 흑자를 낸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과 비슷한 노선에서 화물기를 운항한 캐세이퍼시픽은 올 상반기 화물 수송실적이 전년대비 24% 감소해 대조를 이룬다. 에미레이트항공과 루프트한자 등도 나름 화물 운송에 치중했지만 지난해보다 수송 실적이 각각 28%, 35%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대한항공의 하반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방역 물품, 반도체 장비 등 화물을 적극 유치해 수익 극대화에 나설 계획이다.